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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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장 지지러 가는 날
무슨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족발 선생님께서는 교무실에서 키가 껑충하니 큰 남학생을 문초중이시다. 뒤편에 서서 장천은 선생님의 훈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기다. 니는 떡잎이 뇌란 기라." 뻑. 껑충이는 정강이를 두 손으로 싸매고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뛴다. "아픈 건 아나? 지집아들하구 놀러 댕길 때는 예전에 미처 몰랐제?" 빡. 폴짝폴짝. 많이 보고, 정강이로 숱하게 겪어본 풍경이다. 3학년 담임으로 만난 족발 선생님은 장천에게 겁부터 주었다. "작년 한해 푸지게 놀았제? 죄 없는 개구리나 잡으러 댕기고, 산에 기 올라가 아카시아 꽃이나 따먹으믄서 놀 땐 좋았제?" 족발 선생님은 장천의 2학년 때 담임인 한선남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데리고 개울에서 천렵을 하고, 뒷동산에 올라가 야외 학습하는 걸 트집 잡았다.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는 족발 선생님은 시험 보기 전에 아이들에게 몇 등 할 것인가를 하나님 앞에 작정하여 약속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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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등단 말고 다른거
- 「물고기 행진」 부분 9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디지몬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2000년 한국에서 방영된 〈디지몬 어드벤처〉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쉬라몬”과 “워그레이몬”, “아구몬”, “쿠가몬”은 모두 그 작품에서 나온 디지몬들이다. 디지몬 시리즈의 핵심은 “진화”다. 처음엔 사람 머리만 했던 디지몬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점점 거대하고 강력해진다. 〈디지몬 어드벤처〉는 사고로 디지털 세계에 떨어진 아이들이 파트너 디지몬을 만나 역경을 극복하며 이루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애니메이션이다. 작품 속에서 ‘진화’는 아이들과 디지몬의 교감과 용기, 우정 등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말해 주는 지표로 기능한다. “아구몬”은 “워그레이몬”으로 진화하는 주연 디지몬인데, 다른 디지몬들보다 분량도 더 많고 더 빠르게 가장 강한 단계까지 올라간 개체다. 반면 “쉬라몬”은 조연으로 등장한 디지몬으로, 분량도 상대적으로 적고 작품 외적으로도 크게 주목받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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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똥 누기 게임’으로 회귀하는 압력의 역학관계
자신의 사설 우주선에 가족을 싣고 태양을 향해 날아갔고 코로나 속으로 사라진 그의 일가족은 공허감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자살 어드벤처 붐을 일으켰다. 우주로의 자살 어드벤처라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 용어가 탄생하게 된 본질적인 메커니즘은 이상의 「권태」에 나온 아이들의 '똥 누기 게임'과 다르지 않다. 분명 '초록예찬'을 외친 이들도 있었건만 온 세상이 푸르러서 지긋지긋하다고 「권태」의 주체는 발화한다. 아이들은 그 지긋지긋한 녹색에 일조하는 풀을 뜯으며 놀다가 금세 지겨워하며 돌을 가지고 놀고 돌을 가지고 노는 것도 권태로워지자 다른 여러 가지 놀이들로 바꾸는 것을 반복하다 결국은 '똥 누기 게임'을 하게 된다. 팽창이건 수축이건 결국 인류에겐 갈 곳이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심해 19251미터 심연을 향해 돌진하는 인간(디퍼)의 노력은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