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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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천사의 개념
천사의 개념 여영현 새벽 4시, 스마트폰 불빛에 설핏 잠이 깼다 액정화면의 빛으로 조심스레 내 자리를 찾는 사림이 있다 누군가 수액을 갈고 있다 입원한 지 사흘 만에야 아침에도 수액이 그대로인 이유를 알겠다 무언가 여전한 데는 까닭이 있다 청소한 거리가 그렇다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가 그렇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천사는 본성이 아니라 직무라고 했다 잠도 많을 나이에 3교대라니, 얼마나 졸릴까? 분홍색 근무복을 입은 간호사가 뒤돌아서서 눈을 비빈다 닫았던 문 살짝 열린다 등 뒤로 날개 같은 불빛, 활짝 펴졌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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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문어
문어 여영현 본능이 아름다울 때 여자는 어머니가 된다 심장 수술을 한 어머니가 온 몸이 묶인 채 코마에 빠졌다 나는 경북대 병원 중환자실의 복도를 하루 수 천 번을 걸으며 한숨을 쉬었다 문어는 알을 낳으면 먹지도 않고 산소를 불어넣고 다리를 흔들며 자리를 지킨다 그런 문어의 눈을 본 적이 있다 아, 어머니가 눈물을 흘려요, 그건 생리적 반응일 뿐입니다, 의사가 대답했다 어머니는 무던한 분, 기다리라고 하면 일생을 두고 자리를 지켰다 알에서 다섯 남매가 깨어나 객지로 흩어지자, 혼자 갯내를 그리며 수영장에 아쿠아댄스를 배우러 다녔다 평화시장 행상에 퉁퉁 부은 다리로 물속을 걷던 어머니, 헤진 문어의 발이 너울거렸다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평생 말씀이 없던 분이 동그란 눈을 뜨고 모인 자식들을 쓰다듬고 입김을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