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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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학교 매점
학교 매점 윤재철 하루 종일을 학교 울 안에 갇혀 수업 시간에는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조을건 몰래 무협지를 읽건 하던 놈들도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떼지어 경주마처럼 매점으로 달려간다 싸구려 햄버거건 치즈빵이건 스넥류건 하나씩 입에 물고 콜라니 주스니 깡통 음료 돌려 마시며 왁자지껄 행복한 웃음 양푼에 보리밥 열무김치 고추장에 썩썩 비벼 배 터지게 먹고도 돌아서면 배고프던 시절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픈 나이 핸드폰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귀에는 늘 엠피3이니 뭐니 꽂고 사는 허전한 아이들이지만 매점은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껄 공부보다 즐거운 공부보다 평등한 장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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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침묵의 주문서
죽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이유로 딱딱하고 화끈하게 떠나가는 종아리의 통증 때문인지 연기 때문인지 왁자지껄 사이사이를 누비는 한복 양복 일행이 오늘의 몇 번째 주인공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없이 두 눈을 꽉 감아도 충분히 어둡지 못한 어두컴컴. 있을까요? 물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있는 것을 침묵께 드린다. 침묵은 듣는다. 미소를 짓고 침묵을 기울인다. 통째로 쏟아 흥건한 침묵을 모두 거두어들이고 고마워요. 잘 들었어요. 그럼 국도를 달리는 뒷좌석 창문의 보름달은요? 나는 끄덕이고 그럼 도착한 곳에 내려서 듣는 귀신새는요? 끄덕인다. 그러면 지난 전부가 일렁이는 폐허의 겨울 모닥불이 꾸는 꿈도? 쉿. 쉬시시시. 꺼지는 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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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마로니에백일장 장원_아동문학]그림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자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옵니다. 책상 두드리는 소리, 시험 끝났다고 즐거워하는 소리, 틀린 것 같다며 한숨 쉬는 소리. 그중에 가장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완전 쉬워, 완전 쉬워~” 늘 잘난 체하는 가은이 목소리입니다. 현이는 저만 어려워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공연히 뾰로통한 마음이 됩니다. 알림장을 적고 필통을 막 챙기려는데 가은이 목소리가 또 들립니다. “야, 그 문제 뭐냐? 그림자 안 생기는 경우-. 유치원 문제인 줄 알았다.” 현이는 가은이가 잘난 체하는 꼴이 밉상입니다. 당연하지, 그렇게 쉬운 문제를 누가 틀리겠니? 현이는 자기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큰 소리로 대꾸합니다. “그거 답 ④번이지?” 그 정도는 나도 다 알고 있다는 걸 가은이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뭐?” 가은이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④번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