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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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소름」외 6편
대한 의심이 FM 라디오 속으로 흘러간다 흩어지는 꽃잎 누가 배꽃을 솎아내고 있나 바람은 평상 주위에서 맴돌다 흰 그림자를 따라간다 만약을 비껴갈 궁리 너는 발이 없는 몽상가 과수원에서 옻닭의 연한 살을 찢어 서로의 접시에 놓아 준다 혼자서 가지고 놀다 지친 일주일의 닷새는 사라졌다 한때 흥얼거리던 가수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들려온다 나보다 키 큰 그늘의 구멍 안에서 나를 삼키는 것은 나의 울음 한 번 딛고 한 번 날고 끝이 없는 페르소나 맨발로 춤을 춘다 당신의 눈 속에 배꽃이 피었다 담 주말쯤엔 꽃이 지겠지 돌고 돌아 비스듬히 닮아가는 저녁의 노을빛 검은 가지가 붉은 근육을 드러낸다 불빛이 새어 나온 틈의 문을 민다 액체처럼 흐르는 그림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발소리 따라 걸어간다 어둠의 물결 속에서 미늘처럼 배꽃이 반짝, 공중으로 날아간다 라디오 소리와 뻐꾸기 소리가 화음으로 뒤따라오는 짧은 봄밤에 개가 집을 나가는 경우의 수 긴장이라고 할 수 있죠 둥근 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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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오리진 오브 카니발 × 러브
오리진 오브 카니발 × 러브 원인진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 우리도 변화되리라 고린도전서 15장 52절- 때 현재 곳 메타버스 [카니발] 등장인물 베이비 (아바타) 마마 (아바타) 파파 (아바타) U (메타버스 개발자) ※일러두기 이 희곡은 가상 세계(메타버스)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컨트롤을 벗어난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와 아바타를 만들어가는 인간들의 윤리와 책임의식에 관해 질문한다. 메타버스(Metavers)와 유니버스(Univers)의 기원을 한 편의 동화처럼 혹은 시(詩)로 풀어낸 「오리진 오브 카니발 × 러브」를 통해 도래한 최첨단 문명의 시대, 신과 인간과 우주, 죽음과 부활에 관해 철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0. 창조 어둠. 영상 자막. 이것은 연극입니다. 여기는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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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축지법과 비행술
내가 미쳐서 그랬어 허수인진옹아, 이러지 마. 네가 이러면 안 되잖아. (울컥한다) 우리가 상징이 되기로 했잖아.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횃불이 되자고 했잖아. 성호형이랑 같이 맹세했잖아. 고진옹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오지 않아. 그저 미끄러질 뿐이야. 그저 늙고 병들고 성호형처럼 사라질 뿐이라고. 이제 우리도 현실적이 되어야 해. 허수인노조를 접겠다는 거야? 아니지? 고진옹, 대답 없고. 허수인372일이야. 37일이 아니라 372일이라고. 1년 넘도록 굴뚝에서 버텼는데. 이제 와 접겠다는 거야? 고진옹, 침묵. 허수인, 고진옹 멱살을 잡고 흔든다. 허수인제발 정신 좀 차려. 고진옹, 허수인을 거칠게 뿌리치고. 고진옹이제 그만 괴롭혀. 의로운 척, 대담한 척, 꿋꿋한 척, 그만 좀 해! 나한테 강요하지 마. 난 안 하고 싶어. 허수인진옹아. 고진옹준호도 고3이야. 내가 뭐라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아버지가 되어서 그놈 미래를 가로막진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