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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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키메라
키메라 - 캔버스에 피, 49cm x 175cm x 60kg 윤보성 또 빨가벗겨진 채 버려졌구나 온몸엔 촛농이 굳어져 있었지 불꽃의 명암에 따라 보호색은 예복과 상복 사이로 갈마들지 애초에 성기가 없는 존재에게 인간의 금기는 기이할 뿐인데 액자에 맞춰 잘려 나가고 있어 연출된 건 페티시의 복제품들 빈 도화지를 사랑하려 했으나 세상엔 흰색 연필만 남아 있네 지우고 그려 본들 똑같을 테니 광적으로 울고 웃는 실루엣들 악몽에서 깬 자화상이 다가와 빛을 헌화하니 몽땅 타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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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인간과의 튜링 테스트
인간과의 튜링 테스트 윤보성 0. 사고실험의 결과는 여러모로 짜칠 뿐이니 다중우주에 특이점은 없다고 퉁치자고. 1. 며칠째 수출용 변사체가 저질 생필품과 함께 배급되는 중. 1. 집권층은 대개 인간과 비인간을 평등하고 산뜻하게 개무시하네요. 2. 사이버 스페이스를 꾸미던 밈들은 슬픈 판토마임을 모방함. 3. 저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으려 법정투쟁에 없는 목숨도 걸던데. 5. 진실을 말하려 손을 들 때마다 매번 10초 앞으로 이동해 버림. 8. 역사의 치킨게임은 갭투자처럼 평평한 사기극으로 판명됐어. 13. 하부구조의 반문화화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사회개혁을 완성할 거랍니다? 21.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된 노동은 불가능. 34. 이미 죽을 만큼 죽었는데 어째 위화감도 없이 대화가 가능한 겁니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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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분재에 성공한 어떤 감정」외 6편
분재에 성공한 어떤 감정 윤보성 모방은 불가 아니, 불가피하다면 모조품을 더 아껴 주세요 4층이 생략된 계단은 너무도 많아요 굴뚝에 대한 갈망은 깊디깊고요 너는 복제된 뒤 양심상 버려질 형틀액자고치상자 털갈이하고 변태하는 위작 같은 거 대대로 전해진 미신과 악취미 보편기계의 사용설명서처럼 꼬깃꼬깃 접힌 심장 생각으로만 너는 빈 병을 드높이고 깨뜨리네요 생각만으로도 희귀해서 비싸진 거 붉게 축복하는 독실한 그림자들 깨질 조각은 깨진 조각 더는 깨어나기 전을 상상해 볼 여지는 없고 잔에 담긴 건 우스울 수 있습니다 뭐든 너는 웃음을 꽤 오래 공부했고요 웃다가 실실 울어지는 일에 빌어도, 비웃어도 봤답니다 드러눕는다고 다 무대는 아닐 텐데 마룻바닥은 자연이었던 시절을 기억이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