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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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세이렌의 노래 혹은 뮤지카 멜랑콜리아
[음악의 순간과 언어의 떨림] 세이렌의 노래 혹은 뮤지카 멜랑콜리아 김진영 늦은 밤 돌아와서 음악을 듣는다(조금 취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부분(특히 다 카포 파트) 혹은 브람스의 인터메조. 책상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나는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이 왜 흔들리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내가 지금 어떤 특별한 감정 상태(신체 상태)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뿐이다. 하지만 모호하고 불확실해서 곤혹스러운 감정의 상태와는 다르게, 두 가지 사실은 오히려 내게 자명하다. 하나는, 음악이 건드려서 뜻없이 일어난 특별한 마음의 상태를 나는 그 어떤 이름으로도 언표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슬픔, 기쁨, 평온함, 안도감, 울적함, 추억, 회한, 몽롱함……. 수많은 이름을 붙여 보지만 그 어떤 이름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아마도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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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F. 카프카 : 음치의 음악 혹은 미지의 음식
[음악의 순간과 언어의 떨림] F. 카프카 : 음치의 음악 혹은 미지의 음식 김진영 아노렉시아(Anorexia), 작자 미상 지난 주 일기에는 이렇게 썼다: “말이 줄어든다. 입맛이 떨어진다. 내 안의 무언가가 입을 닫기 시작했다.” 멜랑콜리에 빠지면 P는 걸신이 들어 살이 찐다지만 나는 먹기가 싫어진다. 거식증에 빠진다. 그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입을 닫고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음악을 들으며 잠드는 습벽이 다시 시작된다. 물론 그건 다분히 불면에의 두려움 때문이다. 긴 밤을 뒤척이는 황량함 대신 멜로디에 실려서 몰래 잠들고 싶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잠들기 전에는 오래 된 카세트를 적당한 거리에 두고(이 적당한 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CD를 삽입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4개의 마지막 노래(Vier letzte Lieder)>에 실려서 슬그머니 잠의 문지방을 건너가는 일이 며칠째다. 그런데 식욕이 사라지면 왜 잊었던 음악에의 기억이 눈을 뜨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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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M. 프루스트 : 목소리, 숨소리 그리고 음악
2-1 [음악의 순간과 언어의 떨림] M. 프루스트 : 목소리, 숨소리 그리고 음악 김진영(철학자)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외출한다. 너무 추워서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어쩐 일인지 몸이 으슬으슬하다. 내부순환도로는 끝없는 정체다. 지루해서 카오디오 버튼을 누른다. 언제부터 그 안에 들어 있었는지 모를 미샤 마이스키. 그리고 〈재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첼로의 선율도, 차들의 행렬도, 한기가 도는 몸도 마음도 느리고 낮은 Em를 따라간다. 잠깐 재클린 뒤 프레(J. M. Du Pre)를 생각한다. 천재의 삶을 살다가 몸이 굳어 가는 병으로 쓸쓸히 죽어야 했던 가엾은 첼리스트. 나중에는 눈물도 흘릴 수 없었다는데 그 많은 눈물들은 그러면 다 어디로 갔을까. 돌아와서 포도주를 한 잔 마시고 일찍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목까지 이불을 끌어 덮어도 몸은 무겁고 춥다. 그래서일까. 새벽녘에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