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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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비틀린 소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경은 언제나 누워 있는 내게 몇 개월간 말벗 노릇을 잘 해주었다. 가끔 책도 가져다주고 손수 만든 간식도 가져와 내 입에 넣어 주곤 했다. 이경이 꼭 내 여자 친구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경아” “왜?” “매주 여기 오는 거 힘들지?” “봉사하러 오는 건데 힘들게 뭐 있어.” “어…… 그렇구나!” 난 봉사라는 말에 내심 서운했다. 빈말이라도 너 보고 싶어서 오잖아. 이런 말을 기대했었다. “아…… 아냐 꼭 그런 건. 교회 학생부 활동도 해야 하니까.” 이경은 내가 서운해 한다는 걸 바로 눈치 챘는지 말을 더듬으며 당황해했다. 난 이경이가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계속 여길 와주기만 하면 좋을 것 같다. “명진아, 너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 힘들지?” “아냐. 난 태어나서부터 쭉 누워만 있어서 괜찮아” “넌 언제나 대단해. 나 같았으면 너무 힘들어 죽었을지도 몰라.” “내가 잘 견디는 것처럼 보이니?” “그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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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젠틀우먼
“이경은 연구원은 처음 만나지? 보면 놀랄걸.” “왜요?” “전혀 법의학자 같지 않거든. 걔는 집에 사람들 초대하고 우아하게 브런치나 즐기면서 살 것 같은 타입이야. 그 집에는 사랑도 돈도 풍족해. 모든 게 여유가 넘치지. 걔를 보면 인간은 여러 종류로 나뉜다는 걸 깨닫게 된달까.” 희주가 빠르게 걸으며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하루에 5구의 시신을 부검하는 베테랑이자 토끼 같은 딸을 키우면서 아직 교수가 못 된 마흔 줄의 공학박사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부지런한 워킹맘.” “선배는 어떤 타입인데요?” 희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나? 난 결혼 같은 거랑 안 어울리잖아.” “본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요?” “한 번 갔다 왔으면 답 나온 거 아냐? 난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어. 여유도 취미도 없고. 있는 건 각종 정신병 진단서뿐이야.” “그리고 깡도 있잖아요. 그럼 비긴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