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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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복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모가 울고불고 하면서 복순이 언니를 막 때리고,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뭐라꼬” 엄마는 묻는 얼굴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고 미경이를 노려보던 내 눈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미경이 얼굴이 깨소금 씹은 얼굴이 되었다. 엄마는 금새 뭔가 짚이는 게 있는 표정으로 낮은 탄식을 내질렀다. 골목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양은그릇 같은 게 부딪히는지 땡그랑 쨍그랑 소리가 요란하더니 대문이 벌컥 열렸다. 이모부가 자빠질 듯 튕겨 나왔다. 넥타이가 풀어헤쳐지고 와이셔츠 단추가 떨어져나간 것이 일이 나도 단단히 난 것 같았다. 문 앞에서 우리와 딱 마주친 이모부가 엄마를 발견하고 무슨 말인가 할 듯 하더니, 에이, 몸을 돌려 성큼성큼 가버렸다. 좁은 마당이 동네 사람들로 그득했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낮게 깔린 어른들의 숲을 헤치며 들어가자 차마 눈뜨고 보기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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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배반과 복수의 곤경을 넘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기, 이 묘한 이율배반을 통해 『당신들의 천국』은 배반과 복수의 복마전을 넘어설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하고 있다.《문장 웹진/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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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김성규(시인) 처음으로 용문에 가보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거리라 도시 외곽쯤 될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해 보니 용문은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쯤 되는 곳이었다. 소읍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시장과 조그만 버스터미널, 좌판에 벌여 놓은 나물과 파리들이 날아와 지루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는 모습. 고향에 온 느낌을 받아서 마음이 편안했다. 서울을 완전히 벗어나자 차창 밖으로 푸른 산과 들판이 지나갔고, 노인들이 먼 거리를 달려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활기 있었다. 가끔 대학생들이 동아리 엠티를 오기도 하였다. 양평 쉼터는 작년에 가본 서울역 쉼터보다 조용했다. 서울역의 수많은 사람들, 식사 시간마다 길게 늘어선 줄과 자리다툼이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늘 경쟁과 다툼이 있고 스트레스가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