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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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소(離巢)
이소(離巢) 조기조 자식들이 모두 곁을 떠난다 하나는 대학교를 마치고 또 하나는 고등학교를 끝으로 제각각 살길을 찾아 떠나간다 몇 년만 더 있었으면 했지만 슬그머니 뿌리치고 떠나버린다 힘들고 답답했던 모양이다 아프고 괴로웠던 모양이다 가난한 부모 품이 썰렁하고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자식이라고 잡아 두려 했던 것이다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아직 애처로움이 없지 않으나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어떻게든 살아가리라 떠나는 자식들보다 남겨진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 또한 그렇게 떠나올 때 홀어미도 그러하였으리라 더 힘들고 답답할 것이다 더 아프고 괴로울 것이다 더 썰렁하고 불안할 것이다 젊어서 살아가기가 더 힘이 든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가거라 사랑할 것은 사랑하고 미워할 것은 미워하며 용서할 일은 용서를 하고 복수할 일은 복수를 하며 산다는 일이 차마 그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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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이토록 자기중심적인 : 『참담한 빛』
작가소개 / 이소 숙명여대 약학과 졸업·조선대 국문과 박사 과정.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문장웹진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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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영원히 숲에 머무를 수 없다면
영원히 숲에 머무를 수 없다면 이소 1. 십 년 전, 한국 문학은 세월호의 침몰을 ‘실재’이자 ‘사건’이자 ‘외상’으로 받아들였다. 잘 짜인 듯 보였던 상징질서가 찢기며 드러난 ‘실재’의 속살이자, 그 이전의 주체와 그 이후의 주체가 도저히 같을 수 없는 압도적인 ‘사건’이자,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외상’. 글을 쓰는 자라면 누구라도 사태의 ‘재현 불가능성’을 수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세월호 이후의 문학’을 한다는 것은 애도의 윤리에 복종하는 동시에 끝내 ‘애도 불가능성’을 증언해야 하는 이중의 난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