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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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죽음의 현신들-이영광, 『아픈 천국』(창비, 2010)
[기획/특집] 시와 소설로 보는 2010년 명장면들 죽음의 현신들 - 이영광, 『아픈 천국』(창비, 2010) 김영희 부음(訃音) 이영광의 『아픈 천국』은 ‘부음’(訃音) 같다. 그 곳은 온갖 ‘사색’(死色)의 현상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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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용산, 2009년 겨울’, 통증의 연금술-이영광의 「아픈 천국」(『아픈 천국』, 창비, 2010)
첫 번째 시집에서 “세상에는 견딜 수 있는 것과 견딜 수 없는 것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던 이영광 시인, 두 번째 시집에서는 육친의 죽음도 견뎌낸 것 같았던 이영광 시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정치사회적 죽음 앞에서 “깊어갈수록, 헐값에는 팔 수 없는 싸구려”(「지긋지긋한 슬픔」, 『직선 위에서 떨다』) 시집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싸구려’로 취급되어 왔던 구덩이를 누구보다 깊이 파놓아서 헐값에 팔아넘길 수 없는 광천수가 솟아나왔다. 그 물맛이 맑다. 시원하다. 따끔하다. 여기가 “아픈 천국”이라고 사색(死色)이 되어 말하는데, 그 말에서 “몇 가닥 활로(活路)”(「아픈 천국」)가 열린다. 기적 같다. “삼천대천세계의 어둠들이 몰려”오는 구덩이에서 그 어둠을 원군 삼아 “구정물에 뜬 밥알 같은/ 하늘의 눈”(「반달」)을 활활 태우고 있으니 기적이다. 하긴, 무섭도록 기적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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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디에도 죽을 길이 없어서 - 졸음 외 1편
어디에도 죽을 길이 없어서 이영광 창밖에 전염병과 전쟁과 귀신이 창궐해 있어서 창을 닫아도 소용없고 피난 갈 곳도 없어서 아이들을 밥 먹이고 집에서 놀리고 모여 앉았다 어디에도 살 길이 없단다 이제 잠깐, 살기로 하자, 잠깐 살기로 하자 기도하는 시시한 꿈에서 깨어났다 기도라니 창밖에 전염병과 전쟁과 귀신이 창궐해 있었는데 문을 활짝 열고 서둘러 아이들을 씻겨 학교에 보낸 뒤 마트에 갔다 어디에도 죽을 길이 안 보여서 커피를 마셔볼까? 평화롭게 낮술을 한잔 할까? 평화라니 오후엔 잤다 어디에도 죽을 길이 없어서 우두둑 부활하듯 기지개를 켰지만, 이상한 날이다 해가 진 지 오래인데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뉴스에,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 부활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