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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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나는 비평가다, 고로 나는 비평한다
가수 이문세의 영혼이었던 작곡가 이영훈은 곡을 쓸 때면 피아노 앞에 앉아 하루 마흔 잔의 커피와 네 갑의 담배를 마시고 태워서 없앴다고 한다. 삶과 음악을 맞바꾼 저 위대한 작곡가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게 의미가 있을까. 서봉수에게 바둑이 무엇이었는지는 그의 기보가, 이영훈에게 음악이 무엇이었는지는 그의 곡들이 증명한다. 필립 로스 식으로 말하자면, 프로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필립 로스, 『에브리맨』,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009, 86쪽) 너무 거창한 예를 든 탓에 차마 묻어갈 수는 없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건. 비평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 없이도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비평가는 비평을 쓴다.’ 그 글은 대상(작품)을 원료로 삼아 만들어지므로 비평가의 일은 제조업, 곧 이차 산업이다. 대상이 없는 글을 상상할 수도 있을까. 없다. 내 경우에는 대개 소설이지만, 꼭 소설을 재료로 삼지 않더라도 비평은 무언가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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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책의 무덤
작가소개 / 이영훈 서울 출생. 2008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소설 「거대한 기계」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 「체인지킹의 후예」로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문장웹진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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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하이에나
이영훈 씨도 조금 이따가 다시 정식으로 참고인 조사 받아야 하니까, 저기 뒤쪽에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경찰관은 점심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일한 은행원처럼 영훈의 반응을 귀찮아했다. 영훈은 마치 번호표를 뽑은 고객처럼 피해자들 무리로 순번을 지켜 합류해야 했다. 오직 다른 것은 번호표 대신 가짜 실종 전단지를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그는 영락없이 피해자 모임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저기 잠시만요. 근데 왜 그런 거죠? 그 사람이 저한테 왜 접근한 거죠?” 영훈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이 피해자가 된 이유를 간곡히 찾으며 자신의 허망함을 달래려 했다. 영훈이 여러 번 소리쳐도 담당 경찰관은 그의 반응을 무시하고 돌아섰다. 그 공간에서 소리치는 사람은 영훈이 유일했다. 누구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뒤돌아서 있는 경찰관을 향해 피해자가 소리치는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