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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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물방울 王冠 - 새싹 外
물방울 王冠 이윤학 양철처마 끝 골마다 고드름이 달렸습니다. 해가 솟았습니다. 붉은 슬레이트 지붕 며칠씩 눈이 쓸어낸 발한 등짝이 달궈집니다. 어디선가 실금들이 움트는 소리 들려옵니다. 안마당 시멘트 프라이팬 홈 속에서 물방울들 튀겨집니다. 어서 나와 물방울 왕관을 써 보시라. 바깥마당 진흙탕도 무수히 물방울 왕관을 튀겨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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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향연사
향연사(香蓮寺) 이윤학 도리깨로 진탕 허리를 두드려 맞아 오른손을 옆구리에 달고 사는 남자.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허리를 두드리는 남자. 감꼭지를 바라보는 남자. 그 남자 옆에 벌렁 드러누워 배를 깐 암캐 한 마리 앞 발목을 구부리고 떤다. 옆구리에 오른손을 달고 허리를 두드리는 남자 눈초리가 길어진다. 도리깨질이 멈추지 않는다. 연못 가장자리에 박힌 말뚝들이 해머 자국 꽃을 피운다. 얼음에 박힌 돌들이 얼음을 녹인다. 내게로 와라. 내게로 와서 고인 물을 마셔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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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그날의 민들레꽃 - 향연사 외 1
그날의 민들레꽃 이윤학 영안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웃음이 멎기만을 기다렸다. 화단으로 돌아서서 담배를 피웠다.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 노란 꽃판을 바라보았다. 쩌개진 빨래방망이를 들고 쫓아오는 마누라를 피해 들입다 뛰는 노름꾼을 보았다. 그를 따르는 살이 찐 어미 발바리를 보았다. 마누라 뒤를 따르는 새끼 발바리들을 보았다. 밥 먹다 말고 마당가에 나와 손뼉을 치는 새끼들을 보았다. 저녁연기, 물오른 밤나무동산을 감고 있는 걸 보았다. 얇은 판자때기 선반을 두르고 있는 걸 보았다. 풀숲에 퍼질러 앉아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숙인 사람 담뱃불을 이어 붙이던 사람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 뿌리를 씻어 오지게 씹어 먹던 간암말기환자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