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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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갈매책방(1화)_그림책으로 철학하기
[책방곡곡] 구리 갈매책방 북적북적 그림책으로 철학하기(제1화) - 『더 높은 곳의 고양이』, 이주혜, 국민서관, 2019. 진행 : 한상선(늘 책과 함께 있고 싶은 책방지기)참여 : 김선화, 김연희, 김은미, 마혜경 일평생 세 번 그림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읽어 주실 때,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를 때, 그리고 나이가 들어 스스로 그림책을 보게 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우인 멤버들로 구성된 우리 모임은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고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나눕니다. 짧은 그림과 글 속에는 결코 얕지 않은 삶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동일한 현상을 다양한 시선과 생각으로 해석하는 타인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넘어 타인에 대한 이해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삶의 태도에 유연함을 불어넣어 주니 그림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값지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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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오염, 오류, 오독
어떤 역사의 총체성으로 도저히 기입되지도 않는 ‘나’만의 과거라는 1인 역사 체계가 요청하는 이런 형식의 문제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이주혜, 창비, 2023)에서 또 다른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은 그 내부에서 ‘일기’를 쓰는데, 특이점은 이 작업이 여럿에게 공유되는 공동의 수행이라는 것이다. 어둠이 가장 깊은 육신을 드리우는 때, ‘자기만의 방’에서 홀로 반성적으로 쓰곤 하는 일기는 ‘연희방글스튜디오’에서 배우고 읽고 공유된다. ‘시옷’은 화자의 일기 속 주인공, 어린 ‘나’이다10). 일기 속에는 시옷이 열 살 무렵이던 1980년대의 삽화가 찬찬히 펼쳐진다. 시가지에 총 든 군인들이 흔히 눈에 띄고, 장학사가 시찰을 온다 하면 학부모들이 환경미화에 쓰일 물품을 할당받아 마련하고, 어린 학생들은 마룻바닥을 박박 문질러야 했던 시절 속에서 어린 소녀 시옷은 사내아이처럼 입고 사내아이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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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가족의 미래와 동맹의 정치
『밝은 밤』은 그것을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성에 위협을 가할 만한 것으로 그리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여성들의 유대는 여성의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기억이자 여전히 유효한 자원인 것이다. 2) 에이드리언 리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이주혜 옮김, 바다출판사, 2020, 262. 3. 황정은의 『연년세세』는 네 편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로 1946년생 이순일의 이야기와 그의 자식들에 초점이 맞춰 있다. 이 소설에서 그녀의 삶은 온전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파묘(破墓)’에서 그녀는 한국 전쟁의 여파로 직계가족을 잃고 할아버지의 묘가 친정이나 다름없는 노인이다. 이순일은 쇠약해진 무릎 때문에 그녀의 뜻과 무관하게 파묘를 결정하고 그나마 있던 가족의 흔적마저 지우게 된다. 그녀의 파묘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가족들은 무관심하다. 처가 쪽 산소엔 벌초도 하지 않는다는 남편 한중언은 이순일이 물려받은 산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 하면서 아들에게 줄 궁리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