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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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천성
천성 이형초 바닥에 토를 했는데 입속에서 당신이 쏟아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당신을 얼른 비닐봉지에 담는다 당신은 맑은 눈동자를 가졌고 명랑하게 울고 미지근한 손발을 가졌다 그러니 어서 감춰야 해 속이 안 보이는 사람, 말을 못 꺼내는 사람, 꽉 막힌 사람 그게 나고 태몽은 무덤 속에서 뱀이 흙을 뚫고 기어 나오는 흉몽이었다 마음속에 차고 긴 관이 있어서 그곳에 언제든 나를 숨길 수 있고 비 내리는 날이면 축축한 바닥에서 당신을 몰래 낳고, 비닐을 꽉 묶는다 당신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어서 바닥을 쉽게 물들일 것 같다 젖고 아픈 길바닥으로 솔방울이 떨어지는 풍경 소나무는 죽어갈 때 가지 끝에 솔방울을 수없이 매달고 나는 얼마나 많은 당신을 만들었을까 태어났다, 라는 말은 참을 수 없다는 것 사방으로 솔방울이 터진다 어둠 속에서 새겨진 잇자국, 허벅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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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실명
실명 이형초 이 가상안경을 벗으면 방금 본 장면은 신속하게 흩어질 수 있다 호숫가에서 아이가 허우적거리고 작은 배에 탄 여자가 아이를 지나치고 있었다 여자는 방관하고 새들은 사라지고 나의 배도 아이에게 가까워지는 중이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밀도 있게 짜인 숲의 구조와 자연에 속하지 않은 물결 소리와 기계에 대해 생각하느라 아이는 죽어 간다 안경 너머 전시장엔 사람들이 입을 살짝 벌린 채 저것 좀 봐··· 벽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고 호숫가의 영상은 작은 유리알 속에서 끝없이 되풀이되어서 이러다 우리는 몽땅 깨질 수 있겠다는 생각 아이의 영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에 대해 말하기를 멈출 수 없다 죽음에 대한 상상은 안경알처럼 정교해서 두 눈을 가려도 너무 멀리 바라보게 되고 우리는 눈을 자주 잃어버려서 몸도 마음도 어두워진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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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026년 4월호
문장웹진 2026년 4월호 목차 구분 작가 제목 시 권라율 심상보 씨의 일 판타지 김남주 기면일기 타래의 마리 김유진 움직임의 조각화 무기화 수업 박은우 너구리 게임 셰어 하우스 성유림 여름 방학 혜화동 유주연 트웜블리 시소러스 이형초 실명 천성 단편소설 김은 달과 자라 박진호 완벽한 이야기 신종원 끝나지 않는 카마린스카야 이서아 콧노래를 불러줘 평론 박서양 (연재) 부패하는 기억의 공간 ― 김인숙의 『자작나무 숲』과 쓰레기의 정치학 윤옥재 비평하는 나 이융희 ‘남성/여성 + -향’이라는 함정 기획 문장웹진 다시읽기 최예솔 우리가 만든 유령들 ― 김종옥 「유령의 집」(2014년 2월호 수록) 편집위원 기획 ‘작가들의 필명’ 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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