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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00년대 한국문학, 첫 10년을 정리한다 (1부)
그런데 제가 대학 초년생이던 90년대 중반은 김영하, 백민석 등이 화려하게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한강, 전경린, 조경란 같은 여성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입니다. 물론 여성 작가라 해도 제각기 다른 작품 경향을 보여줬지만, 내면의 결을 드러내는 섬세한 문체라든가 여성 특유의 탁월한 심리 묘사 등에서 어느 정도 일관된 흐름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80년대와는 다른 맥락에서, 그러나 여전히 진지했지요. 철저히 일상성을 드러내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일상 너머에 존재한다는 느낌도 좀 있었고요. 그런데 박민규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아주 발랄하게 드러내며 등장합니다. 유머, 하위 문화적 코드 그리고 사회학적 상상력. 2000년대 문학의 주요한 경향이 그의 초기작에 다 들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체도 매우 가벼워졌죠. 그냥 가벼워진 게 아니라, 탈문법적 경향까지 드러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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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2016 한국 문학, 다시 배워나가는 운동
‘신경숙’이나 ‘전경린’의 많은 작품들은 사실 로맨스에 기반을 두고 있고 홍명희, 조정래, 황석영의 대하소설들 역시 역사 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편혜영의 많은 작품은 ‘호러’로 분류될 수 있고, 배명훈 같은 작가는 잘 알려진 것처럼 SF를 기반으로 많은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지요. 저는 지금 하시는 말씀들이 핵심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약간 겉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문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문학을 읽으면서, 소설이라는 문학적 언어의 형식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거나 세계에 대한 표현을 익히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백지은 : 그러면 노태훈 선생님께서 제시해 주신 지점을 통해 장르 구분의 층위 문제나 장르 해체(?) 논의의 피상성을 따져 보는 것이 어떨까요. 노태훈 선생님 글에는 '순문학'이라는 '장르'의 예로 몇몇 작품이 거론되어 있긴 하지만, 만약 그 작품들의 양식적 특수성이나 주제적 공통성 같은 것이 명명되었다면 더 설득력 있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