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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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전경린, 「풀밭 위의 식사」 중에서
전경린, 「풀밭 위의 식사」 중에서 삶에는 인간 개인의 내부의지뿐 아니라 섭리라는 외부의지가 틀림없이 작용했다. 그것이 이른바, ‘때’라고 하는 우주의 간섭이었다. 나와 세상을 구별 못하던 아이의 시간, 나와 타자를 구별 못하던 소녀의 시간, 생리를 하며 여자의 몸을 살게 되는 시간, 자아를 발견하는 시간, 자연으로까지 신체 감각기관이 열리는 시간, 인생과 싸우는 시간, 싸움을 멈추고 평화협정을 맺는 시간, 현재를 아는 시간, 나를 3인칭으로 여기는 시간, 긴장이 풀리고 선량해지는 시간, 죽음을 향해 돌아가는 고독의 시간, 육체를 잃고도 의식이 뭉쳐 있을 시간, 그마저도 해체될 시간…… 누경과 함께 애월의 해안에서 일몰을 볼 것이다. 오름에 올라 세찬 바람을 맞으며 함께 화산 분화구를 한 바퀴 돌 것이다. 검은 바위들의 해안을 지나고 용머리 해안을 맨발로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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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전경린, 「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 「천사는 여기 머문다」 「집이 어디예요?」 「인희네 근처.」 「당신 그동안 내내 나 따라다녔어요? 그래서 그날 고궁에 나타났던 거예요? 」 「.... 」 모경은 대답하지 않고 내 손을 꽉 그러잡았다. 「우린 끝나지 않아. 」 「우린 끝났어요. 」 「난 늘 네 주위를 떠돌 거야.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를 봐. 유령 같지 않아? 」 「놔요. 」 나는 손을 뿌리치려 하고 그는 놓지 않으려 하고 길에서 옥신각신하다가 내 손이 그의 얼굴을 쳤다. 그가 손을 놓고 얼굴을 내밀었다. 「때려줘. 내 뺨을 때려줘. 제발 , 때려! 」 모경은 자신의 셔츠를 잡아 뜯다가 길바닥에 드러누워 고개를 쳐들고 외쳤다. 「나를 밟아. 내 얼굴을 밟고 지나가, 구둣발로 내 눈을 밟아!」 행인들이 우리를 구경했다. 모경은 예전 그대로였다. 나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혀를 땅바닥에 꽂을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중략) 네 얼굴에 천사가 떠오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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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전경린「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전경린"사람의 기원은 재야. 인도 신화가 현대 과학과 거의 일치하지. 우주의 별이 폭발할 때 떨어진 재가 지구에 날려 와 지구의 원자들과 결합해 최초의 미생물이 생겨났어. 진화 역시 마찬가지지. 초신성의 폭발은 늙은 별의 죽음이자 신생별의 탄생이고 그 재는 지구 생명의 조상이었어. 죽은 별의 재가 지구에 유입돼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마다 생물은 비약적으로 진화해 왔거든. 바다의 한천류에서 활유어로, 물고기에서 공룡으로, 원숭이로,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진화할 때마다 죽은 별의 재가 개입했어. 정확히 말하면 수소와 탄소와 산소, 칼슘 같은 원자들이지. 그러니까 우린 누구나 별의 아이들인 거야. 오늘 밤 우리가 볼 별들은 적어도 2만 년 전에, 어떤 것은 70만 년 전에 이미 죽어 우리에게 재를 넘겨준 아버지별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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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 공지사항 [이벤트_6] 작가 만인보(심사_소설가 은현희 님)
독서실에 앉아 종일 다른 작가의 글을 필사했다는 소설가 신경숙 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2등 - 2명(USB메모리)245 아륜 [소설가 전경린] 향기 없는 장미여인숙의 주인. 2010.08.30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장소, 장미여인숙. 향기가 없는 장미여인숙의 주인은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소설가 전경린 님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신비로운 개성을 잘 표현한 문안입니다. 222 chad [J.M.Coetzee] 작가가 죽어야만 작품이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편의 고전작품을 써 버린 동시대 작가. 나의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의 죽음이다. 2010.08.19나의 죽음보다 그의 죽음이 두렵다는 이 무시무시한 말, 대체 얼마나 소중한 작가이길래 이런 표현을 사용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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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 공지사항 2006년 제2분기 예술위 선정 우수문학도서 발표
비록 작은 것이지만 작가,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에 참여한 보람을 찾는다. 1 강정규 <선> 청동거울 2 고혜정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 소명출판 3 김다은 <이상한 연애편지> 생각의나무 4 김우남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실천문학사 5 김윤영 <타잔> 실천문학사 6 김중혁 <펭귄뉴스> 문학과지성사 7 배수아 <훌>문학동네 8 은미희 <만두 빚는 여자> 이룸 9 이근미 <17세> 동아일보사 10 이명인 <낙타> 문이당 11 이영옥 <아주 특별한 꿈> 문학과경계 12 이재백 <돌각담> 계간문예 13 전경린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이룸 14 정영선 <평행의 아름다움> 문학수첩 15 정영희 <낮술> 이룸 16 정철훈 <인간의 악보> 민음사 17 조선희 <햇빛 찬란한 나날> 실천문학사 18 한상준 <강진만> 온누리 19 한수영 <그녀의 나무 핑궈리> 민음사 20 함정임 <네 마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