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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초여름, 눈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초여름, 눈. 김소형 눈이 와. 싸락눈. 이걸 쓰면서 두 번 눈을 봤어. 그때 일어난 일을 말하면 넌 믿을까. 초여름에도 눈은 왔어. 싸락눈과 우박이 섞여 마치 깊은 가을 같았다고 해. 본 적은 없지만 일어난 일이겠지. 온실에 앉아 멍하니 있으면 그런 기분에 사로잡혀. 눈은 내리고 있지만 초여름 같고 푸른 매미의 허물이 어깨에 쏟아지고 아무리 기다려도 차갑게 떨어지는 건 없지만 분명 눈을 맞고 있는 기분.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무를 깎는 것처럼 들리고 때로 작은 불이 내리는 것 같아. 차가운 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수천 개의 온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내가 아는 모두에게 온실을 나눠 주고 그곳에서 각자 뜨거운 차를 마시고 식물의 이름을 맞히는 빙고 게임을 하다가 다들 언제 헤어졌는지 모르는 것. 약속 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비쩍 마른 고목들처럼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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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셔터, 누르다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셔터, 누르다 김은 “언제 내 사진 좀 찍어 줄래?” 취미가 사진이라고 밝히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자의적이든’ 혹은 ‘타의적이든’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소소하게는 가족, 친구들끼리의 모임이나 여행 사진부터 돌 사진, 결혼식 사진까지. 잠깐이었지만 인터뷰 기사에 실릴 문인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의 사진 실력은 십 년째 아마추어다. 정식으로 사진을 배운 적이 없으니 특별한 사진술이란 게 있을 리 없다(첫 카메라는 보급형 DSLR이었는데 설명서도 이해 못 해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면서 사용법을 익혔다. 그 뒤로는 부족한 기초 지식들을 책으로 하나씩 배워 나갔다. 순전히 ‘글’로 배운 셈이다). 그저 시선이 향하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셔터를 누를 뿐이다. 그것 말고도 나의 취미 생활에는 어려운 점이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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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사는 재미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사는 재미 최지애 누구에게나 인생은 무겁다. 사는 게 재미있어야 한다. # 어제, 한동안 수집 〈아름다운 닥터마틴을 모아서. 하필 제일 자주 신는 빈티지 클래식이 빠졌다.〉 수집광으로 알려진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모든 것을 보관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옆에는 항상 상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책상에 놓인 모든 것들을 그 상자에 쓸어 담고는 했다. 그림이나 책, 초대장이나 신문, 동전 등 하나도 빠짐없이 상자에 담았다. 그리고 상자에 날짜를 써서 보관했다. 이렇게 쌓아둔 상자가 무려 600여 개나 되었다. 이후 전문가들이 상자를 조금씩 발굴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전시하기도 했다.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은 앤디 워홀에 대한 기록이자, 그 시대의 기록이었다. 어쩌면 수집은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단순히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를 남기는 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