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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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이지의 다카코
작가소개 / 정은우 2019년 창비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등단. 《문장웹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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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그중 하나
그중 하나 정은우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그녀는 문을 열었다. 실수였다. 올 사람도, 올 물건도 없었다. 음식 배달도 하루에 한 번 시킬까 말까였다. 뒤늦게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새까만 구둣발이 문 사이에//문틈 사이로 끼어든 후였다. 구둣발은 그녀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순간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였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건 사고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불쌍히 여기는 한편 누가 먼저 문을 열었는지 짚고 넘어가려 할 터였다. 그녀는 그 어떤 교훈의 사례도 되고 싶지 않았다. 저는 신을 믿지 않는데요. 저도 신을 믿지 않습니다. 뭘 살 돈도 없어요. 뭘 팔려고 온 게 아닙니다. 구둣발은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한낮의 복도는 조용했다.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은 관처럼 길고 좁은 원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였다. 사는 사람은 많아도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