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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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하잉
하잉 정해윤 “시작할게요.” 하잉이 말했다. 휴대폰을 보던 고객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잉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고객의 손톱에 큐티클리무버를 바르기 시작했다. 리무버의 강한 인공 향이 코끝에 스몄다. 향은 익숙했고 약간의 안정감을 주었다. 그럼에도 쉬이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손톱에 리무버를 다 바른 하잉이 적당한 크기의 푸셔를 골랐다. 푸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칫 고객의 항의가 있을 수 있는 강도였다. 하잉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무도 모르게 숨을 골랐다. 푸셔를 고쳐 잡았다. 고객이 내민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큐티클이 기분 좋게 밀리기 시작했다. 큐티클리무버가 적당히 스며든 덕분이었다. 니퍼로 밀려 나온 큐티클을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 “잘하네. 근데 아가씨는 처음인 것 같은데?” “베트남에서 왔어요. 저는···.” 아직 학생이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내뱉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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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머리를 잡다
머리를 잡다 정해윤 “에이, 긴장할 것 없슈.” 강 팀장이 아저씨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연신 땀을 훔쳤다. 그런 아저씨를 보고 있자 묘하게 흥분됐다. 덩달아 전해오는 긴장과 저 나이에도 아이 같은 얼굴을 한 채 긴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늘상 애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듣는 내 입장에선 좀 안쓰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누구도 아닌 아저씨였다. 아저씨라면 그럴 수 있었다. 가끔 일에 방해가 되는 순간, 벌레나 하찮은 거미를 발견해도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집어서 창밖으로 내보냈다. 그때마다 아저씨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발(發) 보리심!”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요즘 세상에 무슨! 나에겐 딱 한 마디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저씨는 언제, 어디서나 같은 행동을 했고 가끔 팀장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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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똥침 한 방 어때요?
작가소개 / 정해윤 2017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2009년 광주일보 동화당선 《아르코문학창작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