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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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바사나(Shavasana)
사바사나(Shavasana) 조유리 죽음을 개었다 다시 펼 수 있나 깔았다 다시 개어 윗목에 쌓아두고 목숨을 되새김질해 보는 체위 숨골이 열리고 닫히는 허구렁에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나로부터 나 조금 한가해지네 감은 눈꺼풀을 딛으며 천장이 없는 사다리가 공중을 빗어 올리고 목덜미로 받아 낸 악장의 형식으로 죽음을 게송 해도 되는 건가 백 개의 현을 건너 걸어나간 먼 저녁이 되어 이 세상 계절을 다 물리고 나면 어느 사지에 맺혀 돌아오나 다시 누구의 숨을 떠돌다 바라나시 강가(Ganga)에 뛰어드는 바람이 되나 뜬 듯 감은 듯 어룽어룽 펄럭이는 눈꺼풀이 산투르 가락을 연주하는 동안 어제 아침 갠 이부자리가 내 숨자락을 깔고 기웃기웃 순환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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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크라잉 클럽
고독한 조유리 방에 조유리가 대화를 시도하다가 강퇴당했다. 진짜 조유리라면 웃기는 일이다. 그녀가 다시 입장했다. 자신이 조유리라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방장의 메시지가 떴다. 진실 찾기 게임으로 말이 없는 수다가 장난 아니었다. 언어가 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을 증명하라는 말인지. 스크롤 하지 않아도 화면이 쭉쭉 밀려 내려갔다. 있는 사람을 비워 내고 이름만 존재하는 궁정풍 사랑의 결말이 궁금했다. 마침내 조유리가 생방송에 출연했던 의상으로 침대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드디어 조유리가 조유리로 돌아왔다. 고독한 상담자 업로드 신호음이 울려 그 방으로 옮겨 갔다. 입장과 동시에 대화와 이모티콘을 금지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방장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짙은 스모키 화장에 두건을 쓴 사진은 크라잉 클럽에서 보았던 주인 여자였다.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 나는 찬찬히 이미지를 훑어보았다. 허공을 바라보는 실루엣만 드러나게 찍은 흑백 사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