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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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벌크
작가소개 / 주원규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나쁜 하나님』, 『크리스마스 캐럴』, 『무력소년 생존기』, 평론집 『성역과 바벨』,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등이 있으며,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다 《문장웹진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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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맥도날드 유감
맥도날드 유감 주원규 1 - 감 잡았어. 소년이 다가왔다. 소년은 한쪽 다리, 더 정확히 말해 왼쪽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그렇게 소년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우 노인?老人과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냥 온 게 아니었다. 두 노인네가 마주하고 앉은 자리 중간에 의자 하나 소리 나게 끌고 와 직접 앉아버린 것이다. 우 노인이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의 꼬락서니를 처음 본 사람처럼 놀란 표정이었다. 그럴 수도 있다. 누구라도 소년의 꼬락서니를 처음 대하면 기겁할 정도로 놀라기 마련이니까. 퀭한 눈, 한 달 이상 감지 않아 떡 진 머리카락. 꼬질꼬질한 얼굴. 이곳저곳 마구잡이로 찢어진 청바지에 조금만 냄새를 맡아도 그 역겨움에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지독한 냄새. 그중 압권은 단연 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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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국가의 왼손
국가의 왼손 주원규 1 나의 하나뿐인 작은아버지, 그가 다시 돌아온 건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작은아버지, 그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직접 현관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요란법석한 소리에 못 이겨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문 밖의 그가 작은아버지일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왜 하지 못했을까’라는 점을 돌이켜보면 그 감정은 괴이하게도 죄책감 탓이 컸다. 그랬다. 죄책감이 분명하다. 작은아버지가 돌아올 거란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으니까. 그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작은아버지가 돌아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내재된 것이기도 했다. 작은아버지는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의외의 차림새였는데, 그는 그저 평범했다. 일주일전에 입었던 작업복 차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복장으로 탈바꿈한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