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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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첫사랑
첫사랑 권민경 버려진 러브레터 뭉치를 주은 어린 시절 저주가 시작되었다 모두 한 사람에게 보내진 편지 밤나무 숲에서 고기가 자랐다 나는 식사 전과 목욕 후에 남의 연애편지를 읽으며 미래의 애인 얼굴을 보았다 그건 못생기고 얼룩진 낱말 영과의 약속만 적힌 달력 영은 오래된 칭호 앙큼한 풍습 영은 비어 있는 쌀통 영은 벌레 먹은 귓불 나는 먹지 않고 살이 쪘다 새로 깐 밤에서 통통한 벌레들이 기어 나오고 후일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숲 너머 사람들이 살아 걷고 뛰고 날아도 보폭을 맞춰 나만 따라오는 영 을 아는 사람들이 살아 엄마는 편지 뭉치를 빼앗고 내 눈을 씻겼다 자기 전엔 기도하거라 밤나무 숲에 바람이 멈춘 자정 편지지가 흩뿌려졌다 불똥 없이 불이 번졌다 묘지가 불탔다 나는 살점을 얻길 기도했다 미래를 읽은 죄가 독해서 먹을 수 없는 내 살만 불어갔다 자다가 거꾸러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거라 오후의 체력장 오래 달리기 할 때에 떠올리는 사람 수학 선생에게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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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아늑한 위로를 만난 순간, 민바람 작가의 <낱말의 장면들>
주은 안녕하세요. 한껏 온화해진 공기 탓에 잠깐 스친 바람이 유독 서늘하게 느껴지는, 초여름에 이야기를 보냅니다. 전주는 책의 도시라고 합니다. 다양한 색을 가진 독립 서점과 동네 책방, 그리고 도서관들이 도시 곳곳에 선물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동네 책방에서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기회로 6월 7일, <서점 카프카>에서 민바람 작가님과 작가님의 우리말 에세이, <낱말의 장면들>을 만났습니다. 서점은 7시에 진행되는 북토크를 위해서, 조금 이른 6시 30분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평소에는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자리하던 공간에 북토크를 위한 의자들과 빔프로젝터가 놓여있었습니다. 몇 자리 안 되는 의자가 조금씩 채워지고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민바람 작가님은 북토크를 시작하며, 1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서점 카프카>와의 첫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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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계절 맞이, 어떻게들 하고 계세요?
- <악스트>, <릿터>와 함께 여름을 마무리하며 문장서포터즈 주은 한 계절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무렵에는 각자 나름대로 분주해진다. 새 계절을 맞아 새 옷을 마련하고, 서랍 속에 넣어 둔 옷을 꺼내어 거는 동시에 잘 입던 옷들은 다음 연도를 기약하며 개켜 넣는다. 침구를 계절에 맞는 얇거나 두꺼운 것으로 바꾸기도 하고,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철에 맞는 재료로 꾸린 시즌 메뉴를 하나둘 메뉴판에 올린다. 작고 사소한 일상의 변화를 통해 천천히 다가올 계절을 맞이하고 준비하며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는 과정이다. 나의 이번 여름 맞이는 특별히 두 권의 문예지가 함께했다. 한여름의 <악스트>와 <릿터> <악스트>와 <릿터>는 각각 은행나무와 민음사에서 출간하는 격월간 문학잡지다. 올해에는 7월에 출간된 <악스트> 55호와 8월에 출간된 <릿터> 49호와 함께 여름의 절정과 끝을 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