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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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스페셜-에세이] 2017년 아르코 청소년 창작시대회 ‘너의 시를 보여줘’ 봄이 온다 김보배 2017 아르코 청소년 창시대회 '너의 시를 보여줘' 예선 2017 아르코 청소년 창작시대회 '너의 시를 보여줘' 본선 푸른 조명이 홀을 훑는다. 긴장한 얼굴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땅속에 갇힌 씨앗처럼 불완전하고도 투명한 모습으로. 그러나 언제든 튀어나가 잎을 틔울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허희 평론가의 사회로 ‘너의 시를 보여줘’ 본선 무대가 시작 되었다. 열다섯 팀이 본선에 올랐고 모두가 수상의 기회를 얻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몸을 비틀고 움직이는 모습에서 힘이 느껴졌다. 객석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내내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한동안 지울 수 없었다. 십대가 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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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익명대담 5회 - 문단 권력에 대하여
편집자 A가 본 얼굴 01 친하게 지내던 한 학우가 주에 한 번씩 서넛이 모여 창작시를 합평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미 참여하는 합평 모임이 있었기에 크게 내키진 않았지만 즐거운 자리가 되길 바라며 함께하기로 했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서너 편의 시를 함께 읽는 두어 시간 정도의 모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언제나 모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어졌고, 나는 별 소득도 없이 잔뜩 화가 나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내게 모임을 제안한 학우는 그의 시를 평가하는 나의 모든 말에 토를 달았고,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엄청나게 긴 변명을 늘어놓았고, 급기야는 유치한 인신공격도 일삼았다. 도대체 이 사람이 어째서 내게 합평을 제안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몇 회의 모임으로 나는 그에게 완전히 지쳐버렸다. 고민 끝에 이 모임을 계속할 수 없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날 학우는 식사자리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게 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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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8 올해의 시
상황이 이와 같다면 나름의 '창'―관점을 개폐해 가며 삶을 바라보려는 누군가가 있다 해도 그의 눈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화자는 내내 '너'의 일이 그렇다고 썼으나 자신이라고 다르겠는가. 애초에 스스로 본 것을 믿지도 확정하지도 못하는 그였다. 그럼에도 그는 이 훼손된 세계에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로 창문 속에서 머"무르며 흐르는 바깥에 계속 눈길을 둔다. 이 '그럼에도'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희망의 기색일까, 절망의 기미일까. * 선정작 3 : 정우신, 「지구」, 《시인수첩》, 2018 봄* 선정 이유 : 우리는 아픔을 느끼지 않네, 이국의 하늘에서 우리의 혀를 잃었기에 [caption id="attachment_143242" align="aligncenter" width="300"] 정우신, 「지구」,《시인수첩》, 56호(2018 봄)[/caption] 이렇게 압축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