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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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인습적인 세계를 넘어서
천운영 작가의 글들을 읽어보아도 새로운 가능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성의 눈으로 사회와 세계를 바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제는 남자를 인정하고 아버지를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쩌면 그것이 젊은 작가들의 딜레마가 될 수도 있겠죠. 윤성희 : 선생님께서는 모든 작가들이 물을 원할 때 불을 이야기함으로 그 물에의 갈망을 없애주는 것이 작가의 책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후배 작가들에게 들려주는 소설 이야기 이제하 : 저는 인습적인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 싫습니다. 글을 쓰려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과 많이 부딪혀서 격렬해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양해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활발하게 글을 쓰던 7~80년대에는 다양한 세계를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게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물을 원할 때 불을 이야기한다고 말을 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물이 필요하면 모든 작가가 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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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지속과 영향, 2000년대 소설의 현재와 미래
그런 주체의 등장으로 천운영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당할지……, 더구나 김애란이라는 작가는 ‘탈 휴먼’, ‘탈 인간’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하기에 전혀 안 어울리는 것 아닌가요? 백가흠 : 자연에 훨씬 가까운 인간 자체가 실은 인간 자체로 보면 ‘탈 인간’ 한 것이죠. 우리가 익히 버렸다고 생각하는 야만성이라든가. 저에게는 그게 폭력성이 될 수 있을 것이고요. 백지은 : 인간의 특성이 아니라고 여겼던 야만성, 폭력성 등이 인물의 특성으로 부여되는 것을 기존의 인간 개념에 비춘다면 ‘탈 인간’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을 천운영의 소설에서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긴 한데요……. 그 부분에 대해 제가 생각을 좀 달리 해서 선생님들 말씀을 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김애란 이야기부터요. 일단 저는 ‘탈 휴먼’을 이야기하면서 김애란의 소설을 언급하는 것이 상당히 이상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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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등에 쓴 글자
등에 쓴 글자 천운영 그녀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하루를 연다. 발바닥 오목한 아치 부분에 저릿한 느낌이 올 때까지 발가락을 꽉 오므렸다가 활짝 펴기. 몸의 좋은 기운은 바로 그 오목한 곳에 모였다가 나간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스트레칭으로 잠기운을 지우고 나면 맞추어 놓은 알람이 울린다. 오전 일곱 시. 그녀를 깨우기 위해 알람이 있는 게 아니라, 알람을 끄기 위해 그녀가 일어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두유 만들기. 전날 불려 놓은 검은콩에 호두, 아몬드, 단백질 분말, 오트 우유와 물 한 컵을 넣고 돌리면 두 잔 분량이 나오는데, 한 잔은 아침에 먹고 남은 한 잔은 저녁 식후에 마신다. 콩 불린 물은 따로 담아 머리 감을 때 헹굼 물로 쓴다. 두유가 완성되기까지 15분. 아침상을 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식사는 가볍게. 한 끼 분량으로 담아 놓은 채소 스틱과 아보카도 반 개, 달걀 두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