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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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거울
거울 최승호 욕실의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벌거벗은 내 허상이 있을 뿐 그 허상이 눈을 껌벅거린다 바보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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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욕
욕 최승호 허공왕처럼 살자 마음먹는다 텅 빈 채 고요한 허공왕처럼 온 우주를 다 품는 허공왕처럼 안과 밖이 없는 허공왕처럼 살자 마음먹은 지 두 시간도 안 돼서 입에서는 욕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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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밀
밀 최승호 눈알 희디흰 귀뚜라미 한 마리 사나운 눈발 속에 길을 잃었네 길, 마침표가 없는 시작이 없는 길, 그걸 밀이 아니라 길이라고 말해야 하나 눈알 희디흰 귀뚜라미 한 마리 사나운 눈발 속에 길을 잃었네 백발 더듬이를 뒤흔들던 긴 눈보라 그치고 어린 별 눈뜰 때 내 마음의 하수도에 얼어붙은 은하수가 다시 흐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