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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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 모임 - 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이와 관련해 특히 눈길이 가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대표적으로 기행(백석)을 좋아하는 젊은 여선생(진서희)이 자신의 예전 시(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낭독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여기서 기행이 자신의 머리가 쪼개지는 경험을 하잖아요. 갑자기 모든 게 낯설어지는 경험을 하고. 그런데 시가 바로 그런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시는 사람을 꿰뚫고 지나가는 힘이 있는데요. 비록 자기가 쓴 시이지만 지금 기행은 유배당한 것 같은 상태이고, 그런 아름다운 시기는 추억으로나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인데, 진서희 씨는 더러운 세상은 버린다는 시의 구절 때문에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까 기행이 그 여자와 시 앞에서 무너져 버린 것 같아요. 김영삼 : 원래 백석 시인은 정말 사랑받았던 사람이잖아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정말 눈이 푹푹 내리는 밤에 조곤조곤 낭송해 보면 그렇게 분위기가 뻑갈 수가 없어요. 김연수 작가는 그 시의 분위기를 이 작품에서 잘 살려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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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며] 거룩하다기보다는 눈물겨운
그때 발견한, 선생의 육성 한 마디를 소개하고 싶다. 1960년대 후반, 파월 종군작가단장으로 활약한 최정희, ‘시’로써 파월 장병을 독려한 모윤숙의 목소리가 한국 여성 문단을 휘덮었던 시대, 박경리 선생은 다른 목소리를 내셨다. “우리 젊은이들의 피는 거룩하다기보다 눈물겹다.” 자체방위도 힘겨운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분단국에서 수만의 전투병을 파병해야 하는 현실을 슬퍼하신 것이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수사인 ‘거룩하다’에서 근원적 차원의 인간애를 제시하는 ‘눈물겹다’의 거리야말로 이전 세대와 박경리 선생의 거리였던 바, 까마득한 후배로서 우러르는 선생의 초상 또한, 거룩하다기보다는 눈물겹다는 생각에 잠시 콧잔등이 시큰해졌던 기억이 난다. 작가소개 / 박정애(소설가) 강원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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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고양이 눈
작가소개 / 최정화 1979년 인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2012년 단편소설 「팜비치」로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2016년 단편소설 「인터뷰」로 젊은 작가상 수상.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 『모든 것을 제자리에』, 단편 단행본 『부케를 발견했다』, 장편소설 『없는 사람』, 『흰도시 이야기』, 경장편소설 『메모리 익스체인지』를 출간하였다. 《문장웹진 2020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