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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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물까치」 외 6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시] 물까치 최지안 나무봉지는 과자다 흔들면 새가 쏟아졌다 상추밭에서 저녁을 쪼더니 쥐똥나무로 갔다가 단풍나무 속으로 퐁당 빠졌다 찰칵찰칵 핸드폰으로 찍자 찌르르 경보를 울린다 일제히 합세해서 울어 댔다 새들에게 나는 침입자 내 집에서 나가라 새들도 나무에게 방세를 주었을까 출입문을 여닫을 때마다 나무가 주섬주섬 새들을 삼켰다가 도로 뱉어 내었다 물까치는 꽁지깃이 연한 하늘색이다 몸보다 꽁지가 길어 작은 소리에도 파드득 놀라 옮겨 다니며 운다 약한 것들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가 보다 열몇 번의 주소지를 바꾸며 살던 아비처럼 방 빼라는 말을 늘 머리 위에 얹어 놓고 말이지 아비를 흔들면 시큰한 술 냄새와 기약 없는 희망이 주머니 속 구겨진 천 원짜리처럼 떨어지곤 했다 밟으면 과자처럼 바삭하게 부서지지도 않았다 물까치 저녁으로 귀가 중이다 나무의 지퍼를 채우고 잎사귀에 하루를 파묻는다 좋겠다 돌아갈 집이 있어서 날개조차 없던 아비는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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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조개를 캐는 봄
조개를 캐는 봄 최지안 4월의 바다가 앞섶을 풀어 헤쳤다. 뻘이 드러났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작은 웅덩이에서 파닥거리고 몽돌에는 널브러진 연초록 해초가 햇빛에 반짝인다. 고둥처럼 뻘에 붙어 호미질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남해의 앵강만. 꾀꼬리 앵(鶯) 자가 들어가는 바다는 아기자기하다. 동그랗게 앵강만을 끼고 멀리는 다랭이마을부터 옆구리로 원천, 신전 화계, 용소마을이 이어져 있다. 음력 다섯 물. 뻘이 드러나면 마을 사람들은 양동이와 호미를 들고 와 조개를 캔다. 나는 용소 아주머니를 따라 물기 빠진 뻘로 들어선다. 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든다. 햇볕이 따뜻해도 바닷바람은 얼얼하다. 아주머니가 준비해 주신 호미와 양동이를 들고 몽돌밭을 걷는다. 발보다 큰 장화를 신어서 걷기가 수월치 않다. “왔나? 늦었네. 퍼뜩 캐라. 몽돌이라 캐기가 되다.” 미리 와서 자리 잡은 동네 아주머니가 우리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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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경매장 떡고물은 누가 챙기나
경매장 떡고물은 누가 챙기나 최지안 비탈진 포구로 들어섰다. 앵강만이 보이는 곳에 주차하고 ‘남해군 수협 원천 위판장’으로 간다. 마침 배에서 올라온 생선이 막 부려지고 있었다. 새벽 바다에서 건져 올린 팔팔하고 탱탱한 것들이다. 영문 모르고 잡혀 온 물고기들은 경매장으로 들어오며 물세례를 받는다. 두툼한 물메기, 잘생긴 감성돔, 통통한 갑오징어, 모두 살아 있는 몸이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인부들은 생선이 죽을세라 부지런히 호스로 물을 뿌려 준다. 남해군 이동면 원천마을에는 아침마다 경매장이 선다. 물고기들은 둥글고 붉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다. 경매장 바닥에는 물고기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가 죽 늘어서고 호스로 물을 뿌려 준다. 한쪽에서는 큰 고무대야에 1미터 가까이 되는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철썩인다. 그때마다 물이 출렁이며 사방으로 튄다. 방어였다. 여기선 무엇이든 살아서 퍼덕인다. 살아 있는 것만이 대접받고 거래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