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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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저수지 속으로 난 길
「저수지 속으로 난 길」에서 만난 파문의 경우가 그렇다. 삶에 어떤 파문이 일 때마다 우리는 당혹스러워한다. 어떤 일들이 초래될까 두려워서다. 안전한 삶이 시끄러워질까 싶어 불안해서다. 그러나 파문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돌 하나를 저수지에 던질 때 일어나는 파문이란 실은 요란하지 않은 것이다. 시에서 화자는 마음이 사나워져 돌 하나를 던진 것 같은데, 그이의 내면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물결은 소리 없이 일렁이고만 있다. 감추었을 뿐이지, 물결은 실은 숱한 접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각종 파문도 실은 감추었던 길들이 나기 시작할 때의 앓이일 뿐, 우리는 당혹할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저수지 안에 많은 길이 나 있음을 잘 모르는 돌이 제 위치를 찾을 때까지 겪을 위태로움은 당연하다. 천수호의 시가 아름답게 읽히는 까닭은 아마도 시가 이미 그를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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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허위학력, 그 세 가지 이야기
대학원까지 졸업하고도 밤마다 대리운전을 겸하며 극단에서 무급에 가까운 배우로 사는 20대 젊은이들은 중견의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겪는 허위 학력 파문이나 이윤택 씨 같은 예외적인 미담을 어찌 느낄지 모르겠다. 신간 『88만원 세대』의 공동 저자는 박정희 세대(4~50대)와 전두환 세대(386)가 지금의 20대 몫을 가로채고 높은 진입 장벽을 쌓아 20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대 간 착취를 벌이고 있다고 말하는데, 허위 학력 파문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든다. 학력 하나면 모든 것을 성취했던 기성세대와 학력을 쌓고 쌓아도 성취할 것이 점점 없어지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결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해서 또 엉뚱한 생각을 한다. 2년제 방송대를 졸업한 이윤택 교수님에게, 이런 미담이 꼬리를 물어 고졸 출신의 교수님도 생긴다 치고, 그들 4~50대 교수님들에게 배울 4년제 대학의 20대 젊은이들에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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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풍경을 건너가는 풍경
따뜻한 적막, 풍경을 건너가는 시간 김행숙 2005년에 나온 『파문』이라는 시집이 선생님이 출간한 마지막 시집인데, 이제 또 시집 나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김명인 시집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에 시집 문의를 하기도 했고요. 작년부터 내가 이상하게 좀 흐트러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반쯤 정리를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다 정리가 되면 올해 안에 시집을 낼까 해요. 그렇게 된다면 4년 만에 나오는 시집이죠. 김행숙 『파문』은 시간에 대한 사유와 이미지가 유난히 많이 드러나는 시집이었습니다. 『파문』이라는 시집의 맨 마지막 시가 ?따뜻한 적막?인데요, 이것은 2006년에 간행된 시선집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적막’이나 ‘적요’는 선생님 시에 특별히 빈도수가 높은 어휘이기도 하면서, 특별한 세계이며 시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