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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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는 게임을 한다 7 - 나의 게임 이야기
한글화 된 첫 포켓몬 시리즈인 ‘금/은’버전의 타이틀 화면 스토리 플레이를 마친 플레이어는 집으로 돌아오고, 아무런 제약 없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 플레이어에게 남겨진 컨텐츠는 후일담이나 외전 에피소드 플레이, 모든 포켓몬을 잡아 포켓몬 도감 완성하기, 지방마다 다른 시설 체험 - 영화 촬영, 서핑, 포켓몬 콘테스트 등 게임마다 모두 다르다 - 들이 있는데,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통신’기능을 통한 컨텐츠들이다. 플레이어는 근거리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플레이어와 포켓몬을 교환하거나, 서로 대전하는 등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플레이어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꽤나 많아서, 게임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이 된다. 때문에 포켓몬이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포켓몬 커뮤니티가 있고, 이는 플레이어들이 각각 한 명의 트레이너로서 포켓몬의 세계에 뛰어들어 활동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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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14 문장청소년문학상_우수_이야기글] 스테이지 19
거듭 사과를 되풀이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내게 언젠가 학교에서 싸웠던 포켓몬, 고라파덕을 연상시켰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를 바라보면서 계속 맞기만 하는 고라파덕. 남자는 내가 도움을 청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힘을 지닌 주인이 아니었다. 그는 사실 고라파덕처럼 자신을 방어할 줄 모르는 누군가의 멍청한 포켓몬이었던 것이다. 포켓몬 중에서도 가장 힘이 약한, 그는 비정규직 고라파덕이다. 나는 남자의 연극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도로변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뒷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남자의 회사가 눈물에 가려져 불안하게 출렁였다. 택시기사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왔다. 나는 백미러를 바라보다가 생각 없이 대답했다. 택시가 도로 위를 달려 강남역 근처의 영재학원으로 달려갔다. 손목시계의 시침이 9시를 넘어가자, 학원에서 가방을 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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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여름휴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와 남편이 ‘포켓몬 룰렛게임’을 시작한다. 룰렛 통에 여러 개의 구멍이 있고 그중 한 곳에 스틱을 꽂아 피카츄 인형이 튀어나오면 이기는 확률 게임이다. 순서를 정하려 가위바위보를 한다. 아이는 보를 남편은 주먹을 낸다.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는 지는 걸 배우지 못한다. 그 일로 인해 남편과 자주 티격태격했다. 학교에 입학하면 저절로 알게 될 걸 지금이라도 누리게 하자는 남편의 생각과, 정당하게 이기고 지는 걸 배우는 게 덜 다치는 거라는 내 주장은 늘 대치한다. 아이가 룰렛 통에 스틱을 꽂는다. 두구두구두구 남편이 입소리를 낸다. 과한 효과음에 까르르 아이가 웃는다. 아이의 웃음소리에 국수를 삶던 시어머니가 환하게 웃는다. 국수는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소화기관이 약해서 정작 자신은 먹지 못하는 국수를 삶는 시어머니의 양 볼이 발그레하다. 가족이 먹는다면 자신의 엉덩이 살로 스테이크라도 만들어 줄 정도로 헌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