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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14 문장청소년문학상_우수_이야기글] 스테이지 19
포켓몬스터 놀이는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진들만의 게임이었다. 일진들이 힘이 약한 애들을 불러다가 ‘너로 정했다’라고 하면 힘이 약한 애들은 그들의 포켓몬이 되는 것이다. 일진 애들은 각자의 포켓몬을 데려와 싸움을 붙였다. 주인들이 공격, 방어 명령을 내리면, 포켓몬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싸워야 했다. 포켓몬스터란 언제나 그들의 주머니에 있어야 하는 몬스터,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애완용인 셈이었다. 나는 강우의 포켓몬으로서, 그가 친구들과 포켓몬스터 놀이를 하는 날 외에도 언제나 그에게 불려나갔다. 주인을 먹여 살려야 너가 살 수 있는 것이라며 강우는 자신이 배가 고플 때마다 나를 불러내 밥을 사라고 했고, 피씨방 돈을 대신 내라고 했으며, 사고 싶은 물건의 가격을 대신 지불하라고 했다. 나는 그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의 말을 어길 시에는 가차 없이 훈련이 거행되었기 때문이다. 훈련은 강우의 친구들과 함께 이루어졌다. 훈련생은 나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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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는 게임을 한다 7 - 나의 게임 이야기
눈을 마주치면 어느덧 20주년을 넘긴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쭉 즐겨온 게임 중 하나이다. 포켓몬이라는 생명체를 기르고 힘을 겨루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의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포켓몬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아이가 되는데, 이렇게 짜인 이야기의 틀은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플레이어는 포켓몬 세계 속 각 지방을 여행하며 동료가 되는 포켓몬들을 만나 배틀을 거듭하고, 악당들을 물리치기도 하며 어엿한 한 명의 트레이너로 성장한다.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 게임이 보여주는 서사의 길을 착실히 따라간다는 점은 평범한 RPG게임들과 다르지 않다. 이는 플레이의 자유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이 탄탄하고 재미있는 모험의 구조만이 포켓몬의 장수 비결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포켓몬의 재미는 플레이어가 한 명의 챔피언이 된 뒤에, 즉 스토리를 클리어한 뒤에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