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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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푸른 여로
나의 푸른 여로였다. 《문장웹진 12월호》 * 작가의 덧말 : 여로는 멜란티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여름에 자색 꽃이 피는데, 꽃 색깔에 따라 푸른여로 파란여로 노란여로 등으로 불리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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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푸른 죄
푸른 죄 김수영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하루가 저물고, 일 년이 저무는 것처럼 봄이 지나가고, 가을이 지나가는 것처럼 그런데 새로 움트는 저 연한 마음 그 눈빛 그대로, 기우뚱히 서 있는 그림자 그대로 저 늙은 나무 꼼짝도 못하고 꽃피우고 있다 나는 꽃그늘 아래서 가지도 오지도 못한 채 생각한다 시작은 있었지만 끝은 없는 것들을 그때 길을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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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푸른 서리
푸른 서리 장옥관 꽃샘추위 찾아온 아침 거친 피부에 발라 놓은 가루분처럼 흙바닥이 푸석푸석하다. 흙에도 살갗이 있는지 한 겹 길바닥이 얇게 들떠 있다. 성성한 서릿발 재미삼아 밟다가 문득 속이 궁금하여 쪼그리고 들여다보니 광섬유 다발처럼 희고 투명한 유리 기둥이 촘촘 하늘로 뻗쳐 있다. 악다문 옥니 같다. 쇠창살 같다. 누가 이 흙바닥을 달뜨게 만들었을까. 공기의 입술이 밤새 애무하였으리라. 피부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흙바닥은 가쁜 숨결 몰아쉬며 한기를 받아들였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화농의 아침 환멸 속에 질척하게 흙바닥은 조금씩 녹아내리고 서른하나에 혼자가 된 내 어머니의 공규(空閨)가 또한 그러하여 어머니, 날마다 감옥이었겠구나. 악다문 철창이었겠구나. 밤마다 찾아드는 그림자에 푸른 서리[靑孀]는 또 얼마나 날선 각을 세웠을까. 냉기 삼엄한 기억의 복도 문득 빠져나와 돌아보니 그예 일찍 나온 개나리꽃 하나 입술 시퍼렇게 혼자 떨고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