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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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6월_반_시] 반의반
반의반 오은 너에게 반을 줄게 나는 나머지 반을 가지면 되니까 나는 반과 반을 합치면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다 너는 하나와 하나가 만나면 둘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불완전했고 너는 가득 차 있었다 가뭄과 홍수 사이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했다 채울 것이 간절한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증식할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욕망이 있었다 반반이었다 너는 반밖에 안 되어서 반나절 만에 그것을 다 써버렸다 터벅터벅 돌아오는 네 몸뚱이는 반으로 쭈그러들어 있었다 두 눈에는 빛이 있었다 빈손에는 여지가 있었다 움켜쥘 것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에겐 아직도 반이 남아 있단다 나는 반의반을 떼어주었다 네가 그것을 떼어먹을 것을 알면서도 반에 반했다가 반에 반(反)해버리듯이 갈 때는 반이면 충분했다가 돌아올 때는 반으론 부족하다는 듯 네 몸뚱이의 반만 보여주고 너는 뒤돌아섰다 반나마 늙을 때까지 너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부풀고자 하는 것의 관성은 대단하므로 갚는 것은 소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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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강대교 북단에서 남단 방면 여섯 번째 교각에서
에 대한 불가해한 변주 얼굴에서 막 떠난 얼굴이, 무한의 기울기로 잠긴다 공중에서 잠시 정지한 물방울들, 격전을 위해 아주 잠시 조준점을 정렬하고 각도를 바꾸며, 하늘을 뒤덮는 그 무수한 점들 홍수 통제소의 긴박한 움직임과 잠수교의 수위, 그리고 이런저런 댐들의 범람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전하던 노란 우비를 입은 리포터, 노랑은 위험 노랑은 순수, 노랑은…… 범람, 강이 게워낼 노란 토사물들, 뒤집힐 퇴적물들, 범람! 이라 발음하자 비로소 몸을 드러내는 홍수통제소 오늘만은 당신 바깥에 있을 것, 메시아네버윌컴어게인 당신의 기타는 이렇게 울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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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 인터뷰 나는 왜/김성규 시인의 자선시] 강 외 2편
물의 아가리가 전봇대를 씹어먹고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퍼내자 밀려오는 허기, 털벌레들이 몰려와 도로와 마을을 뒤덮듯 허기는 내 몸 어디에 숨어있다 밤마다 나타날까 육각형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토끼처럼 깔깔거리는 창녀들이 유리문 밖으로 손을 흔든다 죽어라, 차라리 죽어, 더 크게 울어도 사내들에게 머리채가 잡혀 끌려다녀도 새벽이면 다시 거지와 깡패들이 사라지는 한철 물 위를 떠다니는 쓰레기가 반짝인다 서로의 목을 감으며 사내들이 허우적거린다 어디쯤까지 떠내려가야 배가 멎을까 잠을 자다 빠져나와 보니 모두들 익사체로 인사하는 밤 두꺼비만한 달이 구름을 밟고 기어나와 물속에 잠긴 도시를 비춘다 과자봉지와 죽은 돼지가 진흙에 섞이고 들판의 곡식들이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 숙이면 지상에 꺼진 가난의 등불은 다시 타오르리라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젖가슴을 만지며 사내들이 늙은 창녀들을 밀어내던 방 깔깔거리던 웃음소리가, 술집과 병원의 간판이, 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