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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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가가의 토요일
수레를 끌고 왔던 길을 거슬러서 수영사적공원에 도착한 가가는 스란치마처럼 넓게 가지를 펼친 푸조나무를 지나 낡고 낮은 홍예(虹霓)를 통과했다. 씨족사회와 부족연맹을 거쳐 국가적 기반이 닦이던 시대에 장산국(?山國)과 거칠산국(居漆山國)의 경계였으며 해운포라 불리던 때, 해산물이 풍부한 포구를 방비하던 성의 홍예였다. 오래 전에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 성벽의 석재를 민가의 주춧돌이나 담장, 하수구의 담벼락으로 써버리는 만행이 있었다. 두 마리 박견(?犬)과 두 개의 우주석(隅柱石)과 함께 간신히 남겨진 홍예를 거친 흑갈색 껍질에 싸인 노거수(老巨樹) 곰솔 두 그루가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가는 포구를 지키는 병영이 설치되고부터 군신목(軍神木)이었다는 곰솔을 올려다보았다. 중간쯤에 덧붙이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솔잎이 미니멀하게 동강낸 하늘이 가가를 미니멀하게 내려다보았다. 성주신당(城主神堂) 쪽에서 차갑고 메마른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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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하루살이(들)
이젠 어렴풋했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 머나먼 옛적 선조들의 발자취처럼 아련히 궤적을 그린 오색 홍예. 무뚝뚝한 잿빛 건물들과 엷은 안개 속에 그래도 참으로 선명한 오색 홍예. 관리자는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무지개에 관한 설화를 떠올렸다. 녹색 옷을 차려입은 난쟁이 요정들. 무지개 끝에 온갖 금은보화를 숨겨 놓는다는 그들. 그들을 떠올리는 순간, 관리자의 가슴 한구석엔 뜻 모를 온기가 차올랐다. 현관문을 열다 말고 멈춰선 그는 그 온기의 정체를 희망이라고 알았다. 그 의미, 연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내일에 대한 기약을 ─ 아마도 시간의 관리인 본인에게서. 그가 누구였든 간에 ─ 받은 것만 같았다. 잠자리서 현관까지 오는 데만 어느덧 십 년은 늙어버린 것 같은 관리자의 얼굴 위로 작게 미소가 피었다. 그는 곧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아침바람을 맞이하였다. 그의 침실 창문이 거실의 것과 완전히 반대로 향해 있다는 걸 관리자가 깨닫는 일은, 애석하게도 이후로도 쭉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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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자발적 자유
자발적 자유 홍예성 등장인물: 유지연- 40세 여자. - 전 한국병원 간호사 박수찬- 39세 남자. - 사진작가, 독립영화 감독 임보성- 30세 남자. - 취업준비생 오영란- 24세 여자. - 범죄자 장수영- 34세 남자. - 셰프로 활동한 경험 있음 이진순- 55세 남자. - 이혼 후 산중 생활을 했다. 사고로 다리를 전다 방성한- 65세 남자. - 과거 노숙인으로 살다 현재 저택의 집사 무대는 화려한 호화주택의 내부와 주택 외부로 나누어진다. 주택의 내부는 각 방과 거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사용되며 사실적이지 않은 기호적이고 상징적 구조물로 공간을 나누어 사용한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만 들린다. 남자1 사······ 살려줘. 남자4 어서 쏘시죠. 어둠 속에 서서히 다섯 명의 실루엣이 보인다. 남자1이 바닥에 앉아 있고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남자2. 그 옆에서 남자2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서 있는 남자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