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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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서울국제작가축제 탐방 : 쓰는 사람들
황유원 시인의 시를 이랑 가수와 함께 노래로 만들어 보는 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문학예술 융합에 관심이 많은 저는 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하하) 프로그램은 진행자(황유원, 이랑) 소개와 각자의 창작 방식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 황유원 시인의 시 낭독 후 가사로 쓸 부분들 정리하기, 독자와 함께 곡 만들기, 완성된 곡 불러 보기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맨 첫 번째 자리에 앉자마자 스태프분들께서 친절하게 오늘 필요한 텍스트를 나누어주셨습니다. 발췌는 황유원 시인께서 하신 듯한데, ‘제멋대로 정해 본’이라는 말이 굉장히 웃겼어요. 두 분이 오시고 나서 아주 순조롭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랑 가수는 처음 뵈었는데,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와 창법을 가지고 계심에 깜짝 놀랐습니다.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디선가 시적인 무언가가 이 공간 안에서 운동성을 가진 채 통통 뛰어다닐 것만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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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거대한 환상
거대한 환상 황유원 가벼운 새는 풀숲에 풀잎 엮어 집을 짓고 무거운 새는 나무 위에 나뭇가지 엮어 집을 짓는다 그것은 섭리 집은 자기 집주인을 닮았다 그러므로 자기 집이 없는 사람 이를테면 자이나(Jaina) 수행자들은 누운 곳이 곧 자기 집이므로 이 세상이 다 그와 닮고 노숙자들이 한참을 배회하다 잠드는 지하철역과 골목은 점점 노숙자들을 닮아 간다 집을 버린 사람과 집에서 버려진 사람은 아무래도 서로 다른 걸 닮아 가는데 오늘은 텅 빈 뱁새 집 하날 조심스레 따다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건 버린 집이 아니라 다 써서 버려진 집 잠시 맑고 포근한 시절의 너를 떠올렸다 물결은 오늘 모든 바다에서 잔잔하게 일겠고 이윽고 식탁에서 없는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투명하게 무음으로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세상은 거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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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에릭 사티
에릭 사티 황유원 에릭 사티는 하얀 음식만 먹었다고 한다 달걀 설탕 잘게 조각낸 뼈 죽은 동물의 지방 송아지 고기 소금 코코넛 하얀 물로 조리한 닭 곰팡이 핀 과일 쌀 순무 장뇌로 처리한 소시지 페이스트리 (하얀) 치즈 코튼 샐러드 그리고 (껍질을 벗긴) 어떤 생선 이상이 그가 밝힌 하얀 음식의 리스트 결벽증 이라는 말은 대개 피곤하게 들리지만 이 경우 매우 아름답고 청결하게 들린다 병적으로 잘 청소한 깨끗한 공간 처럼 보인다 (깨끗한 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무류(無謬)적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흰 눈 소복이 내린 식탁 같을 것이고 아직 아무도 밟지 않았고 아무도 밟을 일 없는 눈밭 같을 것이다 하얀 음식의 이데아 같은 것을 떠올려 보게 만들고 하얀 음식만 먹고 산 사티는 눈사람처럼 하얗게 사계절 한구석에 놓여 있다 녹아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녹아서 좋았다 누가 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