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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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꿈나물
꿈나물 희음 손톱을 깎고 나면 올바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거울을 보지 않고도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니 말들이 역겨워, 넌 쓰레기야 다시 손톱을 깎는다 아무리 깎아도 손톱은 끝끝내 남아 있다 거울이나 유리창 앞에 설 수가 없다 너랑 뒹구는 꿈을 꿨다, 넌 나를 못 떠나, 니 맛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 야하고 역한 맛, 백한 번째 메시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손톱 끝이 빨갛다 이제야 쓰라리다 더는 아무 표정도 만들지 않는다 마음먹지 않는다 꿈에서 너는 팔다리도 입도 똥구멍도 없다 눈만 감았다 뜨는 네 앞에 전신거울을 두고 나온다 꿈을 털고 일어나 나물에 밥을 비빈다 새소리가 들린다 난생처음 새의 이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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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남은 사람이 남은 방
남은 사람이 남은 방 희음 아이가 물었다 하나가 된다는 게 뭐야? 아이의 할머니는 개를 바라봤다 개는 오랜 잠으로 코가 말라가고 있었다 산책할 때가 됐는데······ 아이는 또 물었다 하나가 된다는 건 뭐야? 당장 바깥에 못 나가면 어떨 것 같아? 할머니는 되물었고 아이는 지금은 밤이라 했다 자기는 깜깜한 게 싫다고도 했다 할머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했다 늙어서도 죽고 외로워서도 죽고 너무 사랑해서 죽기도 하지만 죽는 사람은 자기밖에 생각 안 한다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을 위해 운다 또 그건 자기 자신이기가 쉽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밤의 뺨을 때리듯 손 흔들었다 할머니는 어김없이 개를 데리고 나갔다 돌아오니 아이는 죽어 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바깥으로 개를 데리고 나갔다 합심한 밤이 웃고 있었다 한 번 엎드린 개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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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웹진편(2) - 던전, 쪽
안녕하세요, 일상비평 웹진 《쪽》을 운영하는 희음, 조이, 정수, 은수입니다. 희음 : 일상적이고 가벼운 느낌의 ‘쪽’이라는 제목처럼, 웹진 《쪽》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하찮은 것, 주변적인 것으로 만드는 흐름에 반대하면서, 그 일상을 비평적 소재로 삼아서 쓴 글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에요. 조이 : 여성적 글쓰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환대의 장소라고 생각해요. 정수 : 평범함 속에 있는 특별한 이야기와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공간, 그리고 나의 이야기도 건넬 수 있는 공간! 은수 : 일상 속에서 비평적 시각을 갖고 살아간다는 건, 사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페미니즘의 구호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한 글쓰기가 가능한 곳이 웹진 《쪽》이라고 생각해요. Q. 《쪽》이라는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책의 페이지를 뜻하는 ‘쪽’과 입 맞출 때 나는 소리의 ‘쪽’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웹진의 이름과 의미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예리하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