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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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꿈나물
꿈나물 희음 손톱을 깎고 나면 올바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거울을 보지 않고도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니 말들이 역겨워, 넌 쓰레기야 다시 손톱을 깎는다 아무리 깎아도 손톱은 끝끝내 남아 있다 거울이나 유리창 앞에 설 수가 없다 너랑 뒹구는 꿈을 꿨다, 넌 나를 못 떠나, 니 맛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 야하고 역한 맛, 백한 번째 메시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손톱 끝이 빨갛다 이제야 쓰라리다 더는 아무 표정도 만들지 않는다 마음먹지 않는다 꿈에서 너는 팔다리도 입도 똥구멍도 없다 눈만 감았다 뜨는 네 앞에 전신거울을 두고 나온다 꿈을 털고 일어나 나물에 밥을 비빈다 새소리가 들린다 난생처음 새의 이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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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남은 사람이 남은 방
남은 사람이 남은 방 희음 아이가 물었다 하나가 된다는 게 뭐야? 아이의 할머니는 개를 바라봤다 개는 오랜 잠으로 코가 말라가고 있었다 산책할 때가 됐는데······ 아이는 또 물었다 하나가 된다는 건 뭐야? 당장 바깥에 못 나가면 어떨 것 같아? 할머니는 되물었고 아이는 지금은 밤이라 했다 자기는 깜깜한 게 싫다고도 했다 할머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했다 늙어서도 죽고 외로워서도 죽고 너무 사랑해서 죽기도 하지만 죽는 사람은 자기밖에 생각 안 한다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을 위해 운다 또 그건 자기 자신이기가 쉽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밤의 뺨을 때리듯 손 흔들었다 할머니는 어김없이 개를 데리고 나갔다 돌아오니 아이는 죽어 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바깥으로 개를 데리고 나갔다 합심한 밤이 웃고 있었다 한 번 엎드린 개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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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누가 나를 나가라 합니까
누가 나를 나가라 합니까1) 희음 선아는 오늘 아버지의 두꺼운 손이 언젠가의 하나님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도를 가르쳐 준 적도 없으면서 그 기도가 틀렸다고 불 한가운데로 내던지시는 하나님. 손자국이 뒤덮인 끈질긴 몸으로 선아는 도망쳤습니다. 기도도 가족도 없는 곳에서 선아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밥이 있고 화채가 있고 언니들이 있는 곳. 누구도 누구를 함부로 구원하려 들지 않는 곳. 사랑은 몰라도 멸시와 천대와 내동댕이가 무언지는 너무 많이 알아 버린 사람들이, 마른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곳. 이곳에서 선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인 채로도 두 번 세 번 살아진다고 자꾸 중얼거립니다. 현수는 어릴 적부터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건 대개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이었는데 어른들은 웃어넘기기 바빴습니다. 그런 어른이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자 현수는 열심히 살고 싶지가 않아졌습니다. 눈만 뜨면 놀고 또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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