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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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힘
힘 문인수 폭포 직전 물의 근육은 팽팽하다. 이제 저 허연 광목 필 틀어잡고 남김없이 부서지는 물보라의 화염으로 당기는 것, 개벽 당시를 본다. 고요는 마침내 만발, 만삭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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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상징의 힘, 혹은 기억의 힘
흔히 비유는 사실보다 끈질기다고 하거니와, 「엄마의 말뚝 1」은 이러한 비유의 힘,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징의 힘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4. 이처럼 「엄마의 말뚝 1」은 한 개인의 파노라마를 한국 근대화의 특이성으로까지 확장시켜 다른 탈향기와 구분되는 이 소설만의 고유한 역사지리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거니와, 이와 관련시켜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박적골’에 대한 작중화자, 더 나아가서는 작가의 태도이다. 작중화자인 ‘나’는 소설의 몇몇 지점에서 박적골을 기억하고 회상한다. 그때마다 그 태도는 한결같다. ‘박적골집은 나의 낙원이었다.’라는 것이다. 즉, 작중화자인 ‘나’는, 그리고 작가는 전근대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그 시공간을 끊임없이 ‘낙원’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그곳에서의 자신의 유년의 삶을 ‘생의 최고의 순간’으로 회상한다. 박적골에 대한 이러한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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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바다의 힘
바다의 힘 고증식 겨울인데도 눈 한 방울 없다고 투덜대는 딸아이와 아침을 먹는다 서해안엔 눈발이 덮쳐 기름찌꺼기도 그냥 묻혔다는데 따뜻한 밥상머리 새해 아침부터 눈 타령이다 지난가을 두고 온 만리포 밤바다가 검은 머리칼 풀어 달려든다 숟가락 놓으며 나앉는데 휘리릭, 날아드는 문자 하나 ‘기름 폭탄에 눈 폭탄에 서해안은 완전 좆되아부렀네, 그래도 신년 인사’ 서산 유 아무개 시인의 연하장이다 새까맣게 숯덩이 된 가슴으로 구석구석 바위틈 누빈다더니 그 코 평수만큼이나 넉넉한 여유, 망망대해가 그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