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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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공감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바다 속으로 사라진 어른의 시작 - 김민아
[공감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바다 속으로 사라진 어른의 시작 김민아 스무 살이 되던 날, 나의 네모났던 세상이 변했다. 세상은 스무 살을 어른의 시작이라 말했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 채 스무 살이 되었다.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막연한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나는 여전히 미완성된 존재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은 스무 살의 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뒤흔들었다. 그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벚꽃이 보이는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오후 강의가 시작되기 전, 휴대폰에 울린 알림은 단순한 뉴스 속보처럼 보였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또 하나의 사고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 수색 소식으로 꺼지지 않는 뉴스와 그날의 사건은 스무 살의 시작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나와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이 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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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공감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그렇게 숨을 쉬면 된다. - 정희선
[공감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그렇게 숨을 쉬면 된다. 정희선 쏟아지는 햇살 탓이라 변명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렇게도 눈물이 나는지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더운 날씨 탓에 주변은 조용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멍하니 한참 바다를 바라보았다. 괜찮다며 울어도 된다고 토닥이듯 뒤척이는 바닷소리가 울음으로 급해진 내 호흡을 진정시켰다. “휘잇!” 길게 뿜어 나오는 한숨이 휘파람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제주의 세화 바다 앞에서 나는 울었다. 일상이 많이 힘들었지만, 꾸역꾸역 참고 버틴 시간이었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난한 친정을 책임져야 했던 장녀로, 28개월 차이의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20여 년을 쉬지 않고 달리던 직장인으로 그 모든 역할이 버거워 허덕이던 때였다.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여겼고, 직장에 휴직을 던지고 홀로 제주로 떠난 시간이었다. 오롯이 나로만 서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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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나의 첫책 (문학나눔) [대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엄마의 곱사등이 - 이재숙
[대상/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엄마의 곱사등이 이재숙 파릇파릇하고 통통한 배추가 소금물에 절여지며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렇듯 김장철이 되면 배추처럼 절여져 짠 내가 날 것 같은 엄마가 그리워진다. 엄마는 풋풋한 열아홉에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에 가난한 집 외며느리로 시집을 왔다. 그렇게 노란 배춧속같이 달짝지근하게 스무 해를 살다 서른아홉에 남편을 잃고 쪼개어진 반쪽 배추가 되었다. 치매 걸린 시할머니와 한량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리고 열세 살 나부터 한 달도 안 된 막내까지 오 남매가 오롯이 엄마의 몫으로 남겨졌다. 엄마는 일 년을 울고 나더니 어린 두 여동생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보따리 행상을 시작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동구 밖도 나가본 일이 없던 엄마였지만 우리와 살아내기 위해 서울 평화시장에서 옷과 양말 등을 사 와 머리에 이고 행상을 했다. 경험 없는 장사이다 보니 만만한 친정 동네부터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