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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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Corazon Limpio
카마구에이에서는 거미줄 같은 골목을 쑤시면서 동네 참견하고 다니던 것이 재밌었고, 바야모에서는 비보이 댄스를 추는(살사 댄스가 아니라!) 마이클과 노베르트를 만나 연습실에 구경 갔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쿠바에서 나는 ‘노베르트 징크스’라 불러도 좋을 만큼 줄줄이 노베르트를 만났다. 아바나에서 스티브 바이를 좋아하는 일렉트릭 기타리스트 노베르트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비보이 노베르트, 카사 주인 노베르트, 비시 택시(자전거 택시)를 모는 노베르트 등등. 이 이름이 흔한 건가? 노베르트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뭐, 다른 쿠바노들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예쁜 여대생과 함께 다녀서 그런가 외모 칭찬을 듣지 않는 날이 없으니 나중엔 공주병에도 권태가 올 지경. 동양 여자를 보면 ‘신기하게 생겼네’라는 말을 ‘예쁘게 생겼네’로 표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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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남반부의 별빛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떠먹은 것은 파티의 시작이었고, 저글링, 외발자전거, 비보이, 그리고 많은 악기들(기타, 젬베, 멜로디언, 트럼펫, 그리고 내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악기들)이 사방에서 연주되었다. 이윽고 오렌지주스에 섞은 럼이 양동이째로 등장했다. 종이컵을 들고 알아서 떠먹는 것인데 의외로 이 친구들이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겨우 1~2솔씩밖에 걷지 않아서 그런가 술은 금방 동이 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흥이 떨어지지 않는 것 또한 보기 좋았다. 리나의 호스텔에 머무는 내내 이 아르헨티나 히피들(많은 사람 중 내가 식별할 수 있는 것은 다니엘라와 헤로니모와 호세밖에 없어 그냥 덩어리진 전체로만 기억에 남는다)의 연주와 그림과 노래가 끊이지 않았는데, 적당하고 자연스럽게 내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호스텔에서 적당히 쉬었으니 이제 마추픽추를 보러 갈 때다. O와 U와 페루인 수산나와 나, 이렇게 넷이서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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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뷔통
비보이 동작과 연동된 고난도의 트릭과 퍼포먼스에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춘다. 도로 건너에는 사각의 거대한 건물이 웅크리고 있다. 어둠에 휩싸인 그것은 불야성을 이룬 주위와 뚜렷이 대비된다. 창문 하나 없이 대리석으로 마감한 외벽은 중세의 성벽처럼 견고하다. 정기세일이라고 적힌, 빛바랜 거대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이었던 건물이다. 건물 앞에 작은 광장이 있지만 역시 어둡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의 통행과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해 볼라드를 촘촘히 박고 그 위로 쇠줄을 연결했다. 광장 한편, 건물의 오른쪽 주차장 입구에 경비실이 있다. 예전에는 주차관리실로 쓰였던 백화점의 부속 건물이다. 경비실 창 너머에서 김씨가 소주잔을 홀짝이며 티브이를 보고 있다. 누군가 뒤에서 K의 어깨를 두드린다. 고개를 돌리자 트레이를 든 남자가 서 있다. 뭐라 뭐라 말하고 있지만 매장 전체를 울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