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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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06년 시단의 결산과 전망
‘서정(시)’에 대한 논의와 서정시의 위축 현상 ‘미래파’ 선풍은 서정시를 문단의 관심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정시’ 자체의 존재 의의와 의미를 재규정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시작》과 《문예중앙》은 각각 2006년 여름호 특집으로 ‘서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김선태(「민중적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 《시작》), 이명원(앞의 글) 등이 ‘미래파’라는 용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서정성의 복귀를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권혁웅(「행복한 서정시, 불행한 서정시」, 《문예중앙》과 김수이(「시, 서정이 진화하는 현장」, 《문예중앙》)는 ‘미래파’를 ‘서정시’의 범주 안에 포함시켜 설명하고 있다. 양자의 차이는 ‘서정시’의 개념 자체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온다. 전자가 서정시와 모더니즘 시(혹은 실험시)가 대척되는 개념이라고 전제하는 데 반해, 후자는 서정시가 실험시적인 경향 즉 미래파의 시들까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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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봄이 왔다 (1)
발송처는 ‘아무래도 서정시 쓸쓸하면 읽으리 한국계절산업진흥단지 (유)봄’이었다. 솔직한 소감으로 얼씨구 잘 논다는 심정이었다. “네가 여기에 봄 주문했냐? 가격은 얼마였어?” “무료야. 사은 행사에 당첨됐어.” 많이 듣던 문구다. 그 다음엔 배송료 명목으로 소정의 금액을 요구하겠지. 하지만 이것을 그런 종류의 사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소지나 회사명, 상품 같은 것으로는 우리집 센둥이도 속여넘기기 어려울 테니까. 혹시나 하는 기분에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배송료는?” “무료 배송.” 아무래도 이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나 보다. 주혁이 취해서 헛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진돗개도 속여넘기기 힘든 독특한 사기를 목격한 것도 아니라면, 결국 유한회사 봄이 고객 사은 행사의 일환으로 내 친구 팽주혁에게 봄을 택배로 보낸 것이다. 정리 끝. 뭐가 정리 끝이냐? 텔레비전이 나를 그 정도로 망가뜨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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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떠돌이의 삶에 대한 운명적 긍정과 수용
물론 낭만적 목가(牧歌)로서의 서정시(박목월, 하덕규)와 한 시대의 첨예한 저항시(김남주)라는 창작 맥락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은 한결같이 자연 사물이 인간에게 명령하고 절규하고 속삭이고 권면하는 어법을 동일하게 갖고 있다. 이는 「목계장터」의 언술 방식이 시사적 맥락 속에서 탕진되지 않고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사례라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목계장터」의 이면적 전언은 신산한 떠돌이들의 삶을 긍정하면서도, 조금은 쉬었다 가자는 삶의 지혜를 권유하는 데 있을 것이다. 결국 「목계장터」는 197,80년대라는 한 시대를 거쳐 온 우리 모두에게 깊은 경험적 실감을 선사하고 있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집중성 있는 운율과 가락과 숨결로 보여주는 중요한 시편이다.《문장 웹진/2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