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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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목소리 영원 해안
(추락하는 영원, 떠오르는 영원, 멈춰선 영원, 영원 속에서 영원히 영원한 영원) 그래.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보았다. 하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빨갛지도 검지도 않았다. 보았지만 투명했고 투명했지만 무색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영원의 얼굴 영원은 눈코입이 없었고 마땅히 얼굴이라고 할 만한 부위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눈을 마주쳤고 느꼈고 몸서리쳤다. 팔랑거리는 투명한 영원 뒤로 해가 지고 있었다. 둘은 겹쳐져 영원은 꼭 불에 타고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영원, 하고 속으로 불러보았다. 영원의 이마를 관통하는 태양의 검은 손 이마가 있다면 그곳이 이마일 것이며 태양의 눈과 영원의 눈이 동일선상에 놓여 있을 때 그 눈과 마주하며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며 자기 얼굴이 제일 낯설어 보일 때 그런 묘한 기분 그것이 영원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집으로 돌아와 누웠을 때 아니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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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난지도」 외 6편
영과 원 영원 없음에서의 영원. 기다리나요. 잃어버린 걸 누군가 되찾아 올 때까지. 당신이 다 키운 개가 목줄에 묶여 있습니다. 이 일은 미래에 일어날 것이고 그때가 현실입니다. 세상은 마음에서 시작되고요, 마음은 어제까지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 가운데 있습니다. 영원 없음에서의 영원입니다. 입을 열어 들여다보면 위와 장이 보이나요? 어디서부터 낮이 되고 어디서부터 밤이 되는지 알겠나요? 들어온 길이 어떻게 나가는 길이 되어 가는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했죠. 이야기해야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그러나 영원 없음에서의 영원입니다. 감각의 잿더미. 검고 하얀 꽃의 불씨. 불수록 번져나가 불을 태우는 불. 영원 없음에서의 영원을 이제 증명할 차례. 안개 사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빛. 저 트랙 중간에 목적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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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라지기 산책
사라지기 산책 남수우 해진 천막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그곳은 막 잠에서 깬 눈꺼풀 같을 거야 일어나 보니 모두 끝이 나 있는 빈집들이 이어진 비탈을 따라 걷다가 네가 도착하면 그곳엔 정오의 빛과 갈색 얼룩 고양이 고무 대야 뚜껑 위에 멈춰 있어 네가 뒤집어쓴 입술이 말을 그치고야 발견된 낮잠이었지 깨진 유리 조각들이 네 발아래 흩어져 있을 거야 소리 죽여 고양이를 바라보면 갈빛 옆구리가 느리게 오르내리고 이상하지, 호흡처럼 끝이 없고 영원 같은 잠시 문득 너는 입구를 찾아 두리번거릴 거야 아무도 아니기 위한 뒷걸음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해 네가 빠져나가는 그늘 네가 빠져나가는 정오의 빛 네가 빠져나가는 갈빛 옆구리 다시 돌아간다 해도 만져 볼 수 없는 잠으로부터 너는 * 어느 날 찬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