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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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편 [세계명작 가상인터뷰_02]
카뮈와 〈이방인〉에 대하여 〈이방인〉은 1942년에 발표된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처녀작입니다. 이 소설은 북아프리카 알제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카뮈도 알제리 출신입니다. 알제리는 당시에 프랑스의 식민지였지요. 우리나라 식으로 이해한다면,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인이 조선 사람을 살해한 것과 같은 사건이지요. 재미있는 점은 <이방인>이 발표된 시점은 2차 대전 중이어서 프랑스가 독일 점령 하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카뮈는 레지스탕스에 가담해서 독일군에 저항했지만, 종전 후 알제리가 독립운동을 펼칠 때는 침묵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알제리에 있는 친척들의 안위를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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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벽의 반대말
퍼나르고 나무를 심고 파라솔을 꽂고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을 데려다 해변을 만들었다 강렬한 태양을 박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완성한 해변에서 사람들은 벽을 잊은 채 누워 있고 파도처럼 어디선가 밀려오고 어디론가 밀려가고 삶이라는 질병에서 잠시 놓여나고 이 해변에는 벽을 두려워하는 영혼들이 모여들었다 어쩌면 벽을 사랑하는 영혼들이 어머니의 장례식을 끝내고 이제는 잠자리에 들어 열두 시간 동안 실컷 잘 수 있겠구나,* 생각할 때의 은밀한 기쁨이라든가 해변의 발코니에서 소금기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새나 구름, 빗방울을 기다리며 앉아 있을 때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된 어떤 삶**을 알아차리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니 벽의 반대말은 집도 방도 문도 창문도 천장도 바닥도 아니다 차라리 해변에서 들려오는 슬픈 노랫소리나 견딜 수 없는 눈동자 같은 것 더 이상 어디로도 가지 않으려 할 때 벽은 문득 사라지니까 *는 45쪽, **는 154쪽에서 인용(알베르 카뮈,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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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버디 4
이방인 섬에 대한 소문과 창밖만을 보는 의자에 대한 기억과 거울과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어. 금세 귀가 젖었고. 그곳에서도 나는 휘파람을 불며 나를 향해 걸었어. 우리는 알고 있었어. 우리는 바닥에 길게 늘어선 채 해가 기우는 방향으로 쓰러질 거야. 기억해. 버디. 파도의 무늬 위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을. 벽과 노트를 적시며 증발되는 물고기를. 버디. 우리는 발견될 거야. 우리는 커튼레일을 타고 흘러가는 꿈을 견디고 있었고 눈을 감고 떴을 때 사방에서 물이 쏟아졌어. 눈을 감고 떴을 때 사과는 변색되었고. 찬장 안의 포크는 흩어져 있었어. 눈을 감고 떴을 때 가늘고 긴 다리들이 흔들렸고. 구석에서. 길가에서. 벽 뒤에서. 나무들이 쓰러지고 있었지. 버디. 무표정한 얼굴로 떠오를 수 있을까. 젖은 손바닥을 펴고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까. 버디. 싱크대의 모서리도. 구겨진 이불도.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노트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