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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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저녁
저녁 이영광 애도 어른도 재벌도 빈민도 권력자도 사도들도 쭈그렁 촌 할머니도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합니다 사랑한데이 사랑 가득한 세상 사랑 가득해서, 헐벗어 구부러진 손들이 사납고 고집 센 해를 겨우겨우 또 한 번 끌어내리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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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저녁 바다
저녁 바다 이면우 관광버스가 해안선처럼 차고 길게 늘어섰다 우리는 먹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거대한 새가 날아오른다는 저녁 바다에 서둘러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그 새는 잊혀질 만하면 한 번, 텅 빈 북 같은 배로 듣는 이의 가슴을 찢는 간절한 울음을 토해낸다고 한다 그 치자빛 공복의 슬픔과 꼭 한 번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해안선에 길게 꽃등 켜 들고 우리는 젖은 꽃잎 같은 흰 얼굴로 모래사장 위를 흘러 다녔다 누구 하나 입 열지 않고, 빈 배로 수만리 밤을 건너야 하는 새가 비상을 위해 철썩철썩 철푸덕 쏴아, 안간힘을 끌어 모으는 날갯짓에 오래오래 귀 기울였다…… 이즈음 북쪽 지방에선 그 새 울음소리를 듣기 전엔 아무도 저녁을 먹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돈 지 한참 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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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타오르는 새들의 저녁
타오르는 새들의 저녁 손연후 살아 있는 건 너무 뜨거워 왜 자꾸 속눈썹은 빠지고 우리의 무게 중심은 기우뚱할까 기다란 전신거울은 늘 허기진 도마뱀처럼 비스듬히 꿈꾼다 도마뱀은 뜨거운 박쥐를 잡아먹고 삽니다, 라고 말하자 도마뱀의 눈 안에 거꾸로 자라난 활주로가 들어서고 몇 세기 전의 사람들과 새들이 하늘을 나는 법을 함께 모의하고 있었다 불에 타 없어진 도마뱀 꼬리에 대한 이야기,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 수상한 저녁의 모의를 벗어나 훨훨 달아나는 거울 속 새들 새처럼 투명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노을빛 타오르는 활주로 위로 하나둘 날아올랐다 첨벙첨벙 도마뱀이 빛나는 눈 속을 헹구는 소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뜨거운 저녁을 건너가는 법을 안다 낯선 비행사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함성소리와 발밑으로 무수히 반짝이던 유리 조각들 우리가 살아 있는 저녁의 역치가 너무 높습니다 그늘이 드리우고, 타석에 선 마지막 타자가 날아가는 새들을 올려다본다 찢겨 나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