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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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라니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라는 부제가 붙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충격 받았다. 제목이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었다. 새롭고 재미있고 당돌한 그러나 현실을 관통하는 “차차” 스텝 같은, 그런 언어(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장정일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은 1992년 10월 30일에 나온 7쇄다. 무슨 일인지 1987년, 스물다섯의 장정일에게 김수영문학상을 받게 한 그 문제적 시집을 나는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옛날에 나는 금이나 꿈에 대하여 명상했다/아주 단단하거나 투명한 무엇들에 대하여/그러나 나는 이제 물렁물렁한 것들에 대하여도 명상하련다”로 시작되는 시를 읽고 나서는 전율했다. 내가 그토록 쓰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구나, 이런 방식으로 사랑할 수도 있구나, 절망했다(언젠가 꼭 쓰고자 구상했던 작품이었는데 비슷한 내용이 먼저 작품화되어 있는 경우를 써 달라고 한 청탁의 의도와는 살짝 비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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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명작에서 괴작까지 16] 이상한 친구가 있다
이상한 친구란 나탈리 프루스트처럼 열쇠를 훔치고 방을 뒤지고 알 수 없는 차를 먹이고 간섭하며 충격 요법을 동의를 구하지 않고 행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친구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넘기 어려워하는 선을 대뜸 넘어버리는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자포드, <기쿠지로의 여름>의 기쿠지로,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 <세 얼간이>의 란초, <아멜리에>의 아멜리에……. 이 글을 쓰기 위해 떠올린 이상한 친구 후보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떠올리고 또 떠올리다가 알았다. 영화가, 영화 자체가 이상한 친구라는 것을 말이다. 정세랑 (소설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역사교육학 전공. 2010년 판타스틱과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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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분재에 성공한 어떤 감정」외 6편
말끝을 늘이는 (주어 생략) 울타리는 밤의 구멍을 가로막고 욕조에 빠진 동화책은 가라앉고 집과 반대 방향으로 방황하는 아이였던 아이들 잘 말린 꽃을 선물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쁨은 이쁨 비로소 반쪽 달빛 단풍을 떠나보낼 채비하는 가로수들 바다는 모를 밤바람 손을 맞잡고 계절의 영원 바라보는 그리고 밤의 문체 연구는 계속된다 회복주간 모국어도 외국어도 아닌 말 자체를 읊조리던 중 목적지 없이 떠나기 꽤 오래 살아남았던 몹쓸 습관과 전통 어떤 충동이건 충동은 아름다울 순 없다더니 병간호에 어떤 헛소리가 깃들기까지 무슨 말을 해도 말이 되는 그 사람 앞에서 할 말을 적출당한 채 세세토록 빌빌거렸습니다 나 역시 환자복은 오직 부도덕을 위해 구속복은 오직 죄의식을 위해 구운 소금을 뿌리며 자해를 우상화하는 민간요법 친환경 혹은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