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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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취미는 사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걸 읽지 않고도 쓸 수는 있지. 그래, 쓸 수는…… 있네, 있어. 여기 있네, 그게. 그러니까, 내 말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야. 이걸 제출하겠다고?” 그녀는 응전했다. “하.” 그다음은 한숨이 내리깔렸다. 그녀는 그렇게까지는 안 했다고 하는데 나는 들었다. 그렇게 들었다. 나는 쪼그라든 채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만든 소설이 미성숙한 쓰레기의 아이콘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내밀었던 인물들이 ‘한숨’이란 거친 조류에 떠밀려 표류하며 나를 원망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평가를 듣다가 울었다. 울어버렸다. 하마터면 비명이 나올 뻔했는데, 그걸 참으니 엉뚱한 곳이 터져버린 거였다. 그녀는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니라 나를 다독였다. 한참을 꺽꺽대다가 상처받은 건 내가 아니라 내 소설 속 인물들이라고 울먹이며 (개떡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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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책은 한 달에 25권정도 읽고 장르는 안 가려요 외 2편
◑ 승용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의 비평 중 이런 구절이 있어요. ‘이 소설은 인간의 모든 것을 담은 소설이다’, 그 비평이 정말 완벽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지금은 김영하, 김애란, 김연수 작가의 비평을 모두 하는 것이 목표예요.” ◐ 상학 : “그럼 반대로 읽은 책들 중에 이건 정말 기대 이하였다 하는 책이 있나요?” ◑ 승용 : “『이방인』(알베르 카뮈)이랑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이요. 이 두 책은 보면서 두 번 졸았어요. 그만큼 재미없게 읽었어요. 이 두 책이 엄청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서 기대가 높았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 상학 : “그렇군요. 자,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최종 꿈이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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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강연록] 이성의 등뼈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입니다. 모두 하나같이 불멸의 명작들이지요. 그런데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 작품들은 모두 단 한 가지 주제만 반복해서 다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이성적 인간이 어떻게 해서 악마가 되는가?’, 또 ‘그 같은 악마적 인간의 구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조금 전에 열거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언제나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악마적인 인간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 《백치》의 이폴리트, 《악령》의 스타브로긴, 키릴로프, 쉬갈로프, 《미성년》의 아르카지, 베르실로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이반 등이 그들이지요. 이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이성을 숭배한다는 점이지요.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이성이 스스로 구축한 왜곡된 사상과 논리로 무장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끔찍한 악행을 저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