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3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파란
파란 김사리 나야 뭐, 머리맡에 놓인 물잔 지나가는 뜬구름 침대 아래 떨어진 베개이거나 단물 빠진 풍선껌이거나 눈빛은 말하지 끊을 수 없는 갈증이라고 눈빛은 알고 있지 태풍의 길목을 벗어난 건 얼마나 다행인지 바람 없이도 휘날리는 고루한 삶은 또 얼마나 위태로운지 깨진 컵을 버리는 시간 컵이 깨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 장르 눈 속에 빠지면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고집 센 파랑 찻잔 속 태풍 빨강에 휩쓸리지만 엄밀히 말해서 파랑 카멜레온처럼 열대성 저기압 깨진 컵은 파란, 죠스바처럼 혓바닥이 파래 당신 웃음은 해풍에 말린 오징어 냄새가 나 피항(避港)은 잿빛 구름의 여정일 뿐, 파란의 세계에 빠지려면 컵과 물이 필요해 나는 파란 유리컵이 되고 있어 초입이 미끄러워 두 손에 낡은 구두를 벗어들고,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큰 거울과 작은 거울이 있는 방에 관한 복잡하고 이상한 기록
거울 속, 검은 벽 앞, 붉은 체크무늬 소파에 앉아 있는 파란 눈의 여자가 김밥을 먹는 그림이 벽지로 도배된 방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안에서, 파란 눈의 여자가, 방안에 걸린 거울 속의 여자들을 보며, 당신과 김밥을 나눠 먹습니다. 당신은 협탁 위에 놓인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거울 밖 세상으로 전화를 겁니다. 그는 글을 옮기다 말고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이 도대체 습작노트에 무슨 말을 쓴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갑니다. 그 동안 큰 거울과 작은 거울이 있는 방에 관한 복잡하고 이상한 기록 속에 존재하는 당신은 거울 속 검은 벽 앞, 붉은 체크무늬 소파에 앉아, 파란 눈의 여자와 김밥을 나눠 먹으며, 김밥을 먹는 파란 눈의 여자들이 있는 커다란 거울 중앙에 비춰진 작은 거울을 발견합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야구란 무엇인가 (제4회)
파란 토끼가 된다. 파란 토끼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노래 부른다.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노래 부른다.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켄터키 파란 프라이드치킨, 파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파란 켄터키 파란 프라이드치킨. 주변의 눈들이 아이를 돌아본다. 파란 토끼의 파란 노래를 간보고 뒤적이고 찔러 본다. 희한한 재주를 부리는 새끼원숭이를 보듯 값싼 호기심을 동전처럼 던진다. 아이의 발치에 동전들이 떨어지고 구르고 쌓인다. 주변의 눈들은 엷은 기름막이 낀 것처럼 느끼하고 불쾌하다. 느끼하고 불쾌한 시선이 이제 이쪽을 향하는 것 같다. 손 때 묻은 동전 같은 시선이 새끼원숭이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불한당에게 쏟아진다. 무대 앞으로 끌려나온 관객처럼 사내는 당황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사내의 얼굴도 파랗게 질린다. 겨드랑이는 빨갛게 뜨거워진다. 심장이 작고 단단한 공이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숨을 쉴 수 없다. 심장이 목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