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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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장르 로맨스는 우리에게 어떻게 소개되었나 (로맨스 이야기 제2회)
하지만 만약 장정일이 여자였다면 이렇게 노래했을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 /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 / 무척이나 야했던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 /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 /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라고. 번역 로맨스의 등장 그러니까 로맨스라는 장르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 삼중당에서 나온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를 통해서였습니다. 앤 마아서의 <금지된 사랑>, V.윈스피어의 <타오르는 사막>, 플로라 키드의 <뜨거운 연인>, 로버타 레이의 <길들여지는 남자> 등이 1980년에 출판된 대표적인 하이틴 로맨스 작품입니다. 당시 수많은 여고생들이 200쪽도 안 되는 얇은 이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들었답니다. 왜 여고생들은 이 하이틴 로맨스에 그렇게 열광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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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로맨스
동명의 캐나다 출판사가 펴낸 짧은 연애 이야기가 1980년대 한국에는 ‘하이틴 로맨스’라는 이름의 10대 여성 독자를 겨냥한 해적판으로 번역·출판된 것이다. 엄격한 장르적 문법으로 이야기가 규격화된 할리퀸 로맨스는 원래 가정주부를 위해 쓰인 글로, 관능적이면서도 자극적인 ‘도시남녀’의 사랑을 그려내며 독자들의 열광을 받았다. 박리다매형 문고본으로 출판된 수많은 이 책에 대해 80년대와 90년대 신문 기사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여학생들이 보기에 너무 자극적이고 사랑에 대한 환상만 심어 준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책상 밑에 숨겨 두고 반 친구들과 돌려 본다는 경험담은, 신문 기사뿐만 아니라 그 시절 중고교생이었던 이들의 입을 통해서 쉽게 전해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로맨스 장르라고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들은 90년대 말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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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우익’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1)
내 동년배라면 젝스키스가 주연을 맡은 하이틴 영화를, 요즘 세대라면 2015년에 데뷔한 1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의 이름부터 떠올릴 ‘세븐틴’이라는 단어에는 확실히 청춘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기대했던 것도 그와 같은 밝고 싱그러운 젊음의 이미지를 흡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나의 부푼 기대는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말에 이르러 이 작품은 나를 처음의 기대와 완전히 다른 곳에 데려다 놓았다. 물론 이런 어긋남은 바탕 없이 이루어지는 독서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에 그 어긋남만으로 「세븐틴」이 내 뇌리에 그토록 깊이 각인된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야 했다. 왜 「세븐틴」이었을까. 이 작품은 구성이 복잡하거나 형식이 난해해서 이해하기 곤란한 작품은 아니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삼은 만큼 어딘가 범속하고 선정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