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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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쟈넷, 여행은 즐겁니?
[2011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 시부문] 쟈넷, 여행은 즐겁니? 조광희 어둠이 검정을 밝히는 밤, 누워 있는 쟈넷과 사진 속 분칠한 쟈넷, 커튼의 주름들 같은 간격을 바람이 움켜쥐듯 좁혀 놓은 밤, 쟈넷 축하해 당신 혼자 다소곳하게 누워 있을 공간이 생겼다니, 인사 나온 사람들은 가로등처럼 고개를 숙이고도 쟈넷의 여행길 참 잘 밝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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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카메라
[2011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 산문부문] 카메라 성민규 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한 시간째 붙들고 있다. 사십오 도를 어림잡아 카메라를 들고, 어디서 들었던지 문득 떠올라 턱도 살짝 당기고, 입꼬리가 처지지 않도록 무던히 애를 쓰며 찍은 수십 장의 사진 가운데서 앨범에 저장된 것은 단 두 장이었다. 힘들어 보이고, 경직되고, 아파 보이는, 아니 그렇다고 느껴지는 다른 사진들과 달리, 그 두 장에서는 애쓴 만큼의 웃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내게 관심 없는 잘 빠진 그녀처럼 도도했다. 내가 ‘담담하게’ 그를 대했을 때 그는 감정 없는 눈으로 무심히 나를 바라보더니, 다만 찰칵, 짧게 반응하며 자신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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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별한 야미의 인생
[2011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 소설부문] 특별한 야미의 인생 장해림 나는 캄캄한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울고 있다. 나를 감싼 건 검은 비닐봉투다. 뜨거운 날씨에 부글거리는 썩은 음식물 냄새가 하얀 찰흙으로 방금 빚은 것처럼 조그맣고 깨끗한 내 콧속으로 쉴 새 없이 기어 들어간다. 엄마의 자궁과는 다른 물컹거리는 공간이 기분 나빠 나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목이 쉬어라 운다. 나는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갓난아기다. 울다가 피곤해져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려는데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쏟아진다. 곧이어 나는 봉투째로 들어 올려진다. 나를 들어 올린 사람은 봉투 안에서 조심스레 나를 끄집어낸다. 그의 손은 거칠고 두툼하다. 그는 거의 한 손으로 나를 들어 올리다시피 한다. 불안함에 한순간 울음소리가 더 다급해지지만 오래지 않아 나는 그 사람의 손바닥이 적어도 비닐봉투보다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