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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문진영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햇빛 마중』 중 「북극의 여인들」

나는 여느 때처럼 카페 바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얼굴 하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는 사이 그 사람은 내가 있는 바로 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순간, 기억났다. 그녀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문구점에서 스프링이 달린 천원짜리 연습장을 사서, 거기에 생각나는 것들을 아무렇게나 적었다. 낙서 같기도, 시 같기도 한 문장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학 시간마다 숨기지도 않고 시집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등짝을 맞기도 했다. 수학 선생님은 한번도 누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 아이들이 우습게 볼 정도로 순한 분이었다. 그런 선생님을 그렇게까지 화나게 했다니. 하지만 수업 시간에까지 시집을 읽었던 건 시를 향한 나의 열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 내게 그것 외에는 흥미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국어 과목 숙제로 시를 써 가야 했다. 1학년 7반 담임이자 국어를 가르치던, 바짝 마른 몸에 단 한 번도 치마란 것을 입지 않았던 서른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그날 내가 숙제로 제출한 시를 나도 모르게 도 대회에 출품했다. 그 시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나는 상금으로 MP3 플레이어를 샀다. 그리고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는 동네 빵집에서 파는 7천 원짜리 롤케이크를 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 걸까? 아무튼 그때 내가 쓴 시는 새벽 4시의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들에 관해 적었다. 그녀는 그때 나를 교무실로 불러 ‘너는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는 게 어떠니?’하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그냥 심심해서 써본 건데요’하고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회한의 기미가 스쳤다. 나도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 그런 식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로 백일장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시인 같은 것은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연습장에 낙서를 하고 있다. 마흔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쟁반을 들고 잠시 카페 안을 둘러보더니, 내가 한쪽 끝에 앉아 았는 바 자리의 다른 한쪽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 머그 컵에 담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문득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녀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찻잔을 들고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가끔 내 생각을 했다고. 가끔 내 이름을 검색해보고, 신간이 나오면 사서 읽었다고. 나는 두 달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요? 그녀는

2025.02.20 천운영
나는 단골이고 싶지 않아서 | 조해주 「단골」

단골 조해주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종로에 있고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나는 단골이 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날은 안경을 쓰고 어떤 날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어떤 날은 혼자 어떤 날은 둘이 어떤 날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나오는데 어떻게 차갑게, 맞지요? 주인은 어느 날 내게 말을 건다 커피를 받아들고 나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저어서 드세요, 빨대의 끝이 좌우로 움직이고 덜컥 문이 잠기듯 컵 안에 든 얼음의 위치가 조금 어긋난다 주인은 내가 다니는 회사 맨 꼭대기 층에 지인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김지현이라고 아나요? 나는 그런 이름이 너무 많다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주인은 얼음을 깨물어 먹고 설탕처럼 쏟아지는 창밖의 불빛들 참, 내일은 어떻게 하면 처음 온 사람처럼 보일까 생각하면서 -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아침달, 2019)

2025.02.06 김언
전성태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여기는 괜찮아요』 중 「숲으로」

수아는 그 나무를 알아보았다. 마을에서 보자면 대숲 가운데에 꺼멓게 머리를 내놓은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수아는 그들이 대숲 어디쯤에 와 있는지 가늠이 되었다. 바람 많이 타던 오른편 능선 중턱이었다. 할머니가 손전등을 왼편으로 돌렸을 때 재우리만한 빈터가 나타났다. 수아는 봉긋한 흙더미를 보았고 이내 그것이 묘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잔뜩 긴장해 있던 수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풀 한오라기 없는 묘지는 무덤이라기보다 정말 흙무더기 같았다. 할머니는 묘지 앞에다가 짚을 깔고 음식을 차렸다. 숙모에게 종지를 건네 술을 따르게 해서는 무덤 이쪽저쪽에 나누어 뿌렸다. 절도 없는 성묘는 금세 끝나고 이내 셋은 돌아섰다. 수아는 숙모에게 누구 무덤이냐고 숨죽여 물었다. 숙모는 강씨 할아버지 묘라고 말해주었는데 수아는 그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기억에 없었다. 수아는 그 무덤의 내력을 집안 여자 어른들에게서 들었다. 여러 밤 제삿날의 부엌 담화를, 조각난 파편들을 꿰어 짐작하게 된 사연이었다. 증조할머니가 과부로 살다가 떠돌이 계절노동자를 만나 새살림을 차렸는데 그 할아버지는 성실하고 의붓자식들도 잘 돌보았다. 그가 혈육도 남기지 않고 늙어 죽자 의붓자식들이 장례를 치러줬다. 선산에는 못 가고 앞산에다가 묻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묘지는 남부끄러운 묘지가 되었다. 그래서 문중에서 묘지 주변에 대나무를 심었다. 온 산이 대숲이 되는 데는 십년도 걸리지 않았다. 수아는 그 이야기가 기묘하고 아름다웠다. 대숲이 조성된 사연이 기묘하고, 할머니들의 야행은 아름다웠다. 묘지 가에 대나무를 심은 집안 남자들의 용렬한 행태보다도 여자들이 밤길로 다닌 성묘가 인간적으로 보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도 여겨져 마음으로 아끼게 되었다. 그 성묘가 얼마나 더 지속되었는지는 모른다. 수아는 어른들이 음식을 해서 대숲에 드는 걸 그 뒤로 목격하지 못했다. 금이가 재혼하고 몇 해 있다가 큰집 부엌에 발을 들이게 되고, 수아는 마치 교대하듯이 부엌에서 물러났다. 어린 딸들까지 부엌에 넣는다고 금이가 싫어했다. 아마 성묘는 집안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았을까? 큰어머니나 숙모들도 얼마간 성묘를 다녔을지 모른다. 이제 부엌의 여자 어른들이 대부분 세상을 등졌고 도회지로 나간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일전에 대밭 매매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강씨 할아버지의 묘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해서 금이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듣는 소리처럼 반응했다. 그러면서 금이는 도둑 제사가 동티를 피하려는 이 집 여자들의 욕심이 한 짓거리라고 혀를 찼다. 남자들보다 더 악랄하다고, 금이는 차갑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수아는 놀랐다. 모든 제사라는 게 산 자들의 발원에서 비롯한 행위이기도 하므로 그 일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금이가 보인 적의가 전에 없던 거라 당혹스러웠다. 뒤미처 수아는 재취로 들어온 금이의 피해의식이라든가 섭섭한 마음 같은 걸 새삼 헤아려보게 되었다. 수아로서는

2025.01.23 천운영
이자켓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복어 가요」

복어 가요 이자켓 합정까지 걸을까? 추운데 목도리 빌려줄게 너는? 난 추위 잘 안 타 추워서 머리가 멈췄나 봐 겨울이라 그런가 차디찬 골짜기인 거야 그곳에 도달한 생각들은 모두 얼어붙는 거지 그 골짜기 다 녹여주고 싶다 그럼 범람할 거야 아무 말이나 쏟아져 나올 거야 그건 안 돼 왜? 저거 들려? 뭐? 구세군 종소리 연말이긴 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뭐 해? 요즘 살쪘나 봐 패딩 탓인가 나 부해 보여? 조금 떨어진 채 빗물 언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한적한 합정에는 이 거리 끝에도 저 거리 끝에도 담배 태울 곳이 없어서 ‘그런지’라는 카페를 지나고 솔방울식당 지나고 푸르게 칠한 건물과 목련이 자라는 주택 지나 어둑한 골목에 들어섰다 불을 붙이고, 신발 뒤축으로 얼어버린 물웅덩이를 부수었다 얼음 조각이 이리저리 튀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다 맥없이 나뒹굴었다 종소리가 한 번, 두 번 이편저편 맴돌았다 10번 출구가 보였다 목도리를 돌려받았다 조심히 가 너도······ 넌 뒤돌아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매끄럽게 사라졌다 점점 작아지는 뒤통수를 보다 돌아섰다 코트 주머니에는 킹 크룰의 앨범이 들어 있었고 움켜쥔 목도리는 방어 태세의 복어만큼 부풀어 올랐다 -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문학과지성사, 2023)

2025.01.09 김언
안보윤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알마의 숲』

올빼미가 말하길. - 정어리를 먹어. 올빼미가 말했다. - 난 정어리에 대한 글을 쓸 작정이었다. 한 달 내내 정어리만 생각했지. 정어리, 정어리, 정어리, 매일 백 번씩 말했다. 아니, 이백 번은 말했겠군. 정어리통조림이나 정어리를 넣은 샌드위치를 생각하고, 정어리를 가공하는 공장과 정어리를 잡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정어리처럼 생긴 비쩍 마른 남자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했지. - 정어리를요. - 그래, 정어리다. 오로지 정어리였지. - 그래서 그건 어떤 이야기가 되었나요? 유쾌하고 흥이진진한 이야기? 건조하고 냉정한 이야기? - 못 썼다. - 왜요? - 난 정어리를 본 적이 없거든. 먹어본 적도 없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정어리, 라는 단어에 빠져 있었던 거겠지. 아이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주나 왕자에 빠져드는 것처럼,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는 하필 정어리에 빠졌던 거다. 정어리에 대해 매일 생각했지만 그건 진짜 정어리가 아니었지. 내가 상상해낸, 정어리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다. 그러니 내가 뭘 쓰더라도 그건 정어리에 대한 글이 아니게 되는 거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알마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저씨 때문인가요? - 남 탓을 하다니, 정말이지 촌스럽기 짝이 없군. - 역시 아저씨 때문이었군요. - 됐다. 다시 정어리얘기로 돌아가자. 아니 더럽게 재미없고 지루한 네 얘기로 돌아가지. 너는, 그런 거다. 넌 네가 죽어야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지만 정작 네가 경험한 건 아주 짧은 단어 한 개, 순식간에 스쳐지나간 장면 하나에 불과한 거다. 내가 정어리, 라는 단어를 읽고 그것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처럼 너도 어디선가 고통이나 죽음 같은 단어를 보고 거기 동화되기 시작했겠지. 나는 정어리라는 단어밖에 모른다. 정어리에 대한 책을 백 권쯤 쓴다 해도 거기 진짜 정어리는 없지. 너도 마찬가지다. 넌 아직 삶도 죽음도 논할 자격이 없지. 어떤 것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정어리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내가 정어리가 비리다거나 기름지다거나 담백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네 삶에 대해 한마디도 할 수 없을 거다. 넌 유 서를 쓰지 않은 이유가 네 엄마가 이유를 알지 못해 고통스럽길 바라서였다고 했지? 그건 거짓말이다. 너는 한 줄도 쓸 수 없었을 거다. 네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뭐가 널 그리 힘들에 만드는지 너도 몰랐을 테니까. 그냥 죽어버릴까, 하고 쉽게 결심한 거지. 어린애답게 말이다. - 아저씨도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 너는 그냥, 서툰 거겠지. 어린애들의 특권이다. 멍청하고 성급한 건. 어린애니까 가끔은 그런 식의 엉뚱하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기도 하는 거다. 괜찮겠지, 그 정도는. 난 어설프고 서툰 것들이 싫지 않다. 그런 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채워지거든. - 숲에 떨어지는 동물들처럼요? - 그래, 멍청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 난 멍청하지 않아요.

2024.12.27 천운영
마윤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동지」

동지(冬至) 마윤지 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 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 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 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눈의 타임캡슐 매일의 타임캡슐 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 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 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 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 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이를테면 깍지 햇빛의 다른 말이다 -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 2024)

2024.12.12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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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계절은 오고 갑니다

비로소 꽃이 지고 봄이 가면 여름날이 다가올걸 알면서도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내었다. 내 눈물은 비 오듯 쏟아지고 내 감정은 굳어버려서 봄과 겨울을 구분하지 못해 결국에는 내가 살아있는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매화는 우수수 내 머리위로 떨어지고, 마지막 꽃잎이 내 손 끝에 살포시 얹어졌고, 나는 봄과 함께 멀리 떠난다는걸 아무도 몰랐다. 흔들리고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어디론가 사라져선 이내 돌아오지 않았다. 단단한 나무같이 버텨왔던 나를 흔든채 말이다.

2025.03.28 초하루
만성통

왜 나는 배가 아플까요왜 내 배에는 내 아랫배에는수많은 가시가 소낙비처럼 금방 내리고는즛눌르는 웅덩이만 고요할까요왜 나는 다른 이를 축하해줄 수 없을까요왜 누가 네, 네, 대답도 잘 하고내가 듣도 보도 못한 책을 만화 보듯 읽고언제나 웃고 미소짓고 잘 지내고 구김살 없는 걸 보면그리 배가 살살 저릴까요왜 이리 배가 부글부글 끓을까요왜 나는 목이 타고 쓰릴까요왜 내 목구멍에는 내 뱃속에는개구리가 그르릉 그르릉 울음소리 짖어뱉고울컥 쏟는 기름 뒤집어 쓰고 콘크리트에 몸 비빌까요왜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을까요왜 내 살갗을 손톱으로 주먹으로 긁으며머리를 쥐어잡으며 그리 울까요왜 거울을 볼 수도 말을 할 수도 걸을 수도숨을 쉴 수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을까요왜 이리 목이 메이고 속까지 쓰릴까요왜 나는 허리가 그리 아플까요왜 장대로 허리를 누르듯척추선따라 못을 박듯 지긋하게 얼얼할까요왜 나는 잠을 잠 수도 없고 일어설 수도 앉을 수도 없을까요왜 나는 사람이 죽어나가고 잿가루가 되는 데에는눈도 목소리도 귀도 잃은 주제에 그런 주제에왜이리 아우성에 헤픈 걸까요왜 주먹을 불끈 쥐고 뜨거운 눈물을빼앗긴 듯이 흘려 보낼까요왜 나는 배가 아프고 목과 뱃속이 쓰리고 허리가 아프고혼자서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까요왜 나는 눈을 떴지만 앞을 볼 수 없을까요

2025.03.28 손님
검정색 도화지

눈가에 어둠이 드리웠다 혼란스러운 기분- 눈을 감는다이상한 일이다 어둠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다니 나의 동자엔 검정색 도화지가 펼쳐졌다

2025.03.28 한검
소설 남매 이야기

그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있는 희진의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를 멍하니 응시하였다. 살이 바닥에 눌려 본래보다 더 살집 있어 보였다. 살에 정맥이 푸르게 비쳐 보였다. 그 정맥과 정맥 사이, 어딘가에 긁힌 상처 하나가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희진은 어깨를 살며시 덮을 정도의 머리 길이에 살짝 굽은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기척을 느낀 희진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그와 희진의 눈빛이 마주쳤다.갓난아이 시절만 해도 본래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그였지만 무상한 세월은 그의 눈빛을 매섭고 공허하게 만들었다. 희진이 말갛게 웃었다. 희진은 특별히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일 만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목소리만은 듣기 좋았다. 오빠. 오늘 일은 어땠어? 그는 2, 4번째 일요일을 제하고 매일 일을 했다. 그렇게 버는 돈으로 자신의 여동생 희진의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이는 봉양이나 투자가 아니었다. 그저 책임의 관성이었다.희진의 목소리는 낭랑하거나 또렷한 데가 없고 어딘가 허전하였으나 나긋이 사람을 이끄는 데가 있었다.그가 묵묵부답이자 희진은 자리에서 일어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오늘도 나랑 말하기 싫은 거야? 난 오빠랑 말하고 싶어. 그는 돌아서 그는 희진이 앉아있는 책상 옆에 비치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내가 침대에서 잔다. ......난 부모도 없고 오빠밖에 없단 말이야. 천장에 달린 불 꺼진 전등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세상 모든 빛을 하나로 응축해서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끼다가, 이내 한차례 죽음 같은 잠에 잠겨들었다. 다음 날 아침 기상한 그와 희진은 여느 때와 같이 몸을 청결하게 씻고 양치를 했으며 옷을 갈아입고 조촐한 아침밥을 먹어 등교를 준비하고 오토바이에 앉았다. 문 밖에서 보는 그들의 반지하방은 허름했다. 희진은 그의 바로 뒤편에 앉았다. 희진의 맨다리살과 교복치마 천이 그의 꼬리뼈에 느껴졌다. 오토바이의 속력은 늘 모종의 쾌감을 주었다. 덧입은 겉옷이 바람에 흩날렸다. 오토바이에 올라서면 아무 생각도 없이, 도착을 향해 앞만 내달리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바람의 푸르른 소리가 양 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부옇고 진한 햇빛이 내리쬐어 오토바이에 맞닿은 살은 뜨뜻했다. 마침내 학교에 도착한 그들은 비척거리며 차에서 내려가 인사를 나누었다. 과묵한 그는 희진에게-누구에게나- 늘 무미한 소리의 결로 말한다. 공부 열심히 하고. 그의 시선은 희진이 신발을 갈아 신고 교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희진의 영특해 보이는 코 능선으로 늘어졌다. 그렇게 그가 희진을 배웅해 주고 나면 그는 일터로 향했다. 그가 일하는 곳은 흔한 고깃집이었다. 장사는 잘 되는 편이었고 그래서 쉴 틈이 없이 바빴고 고깃집인만큼 고되었고 그 바쁨과 고됨만큼의 값은 최저시급보다 더 많은 급여로 받았다. 일하고 난 후면 옷과 머리카락에 진한 고기 기름 냄새가 그득히 배었다. 수시로 옮겨야 하는 불판은 나쁘지 않은 근력을 지닌 그에게도 살짝 무거웠다. 그는 한껏 달구어진 불판에 실수로 손을 데인 적이 있었다. 그가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

2025.03.27 윤혜원
그 날 밤

너의 마음이 흐르는 밤에 내가 걸터앉았다 잠자는 듯이 편안하지만 때로는 적막하더라 어딘가에서 들리는 새의 늙은 소리는 적막함을 일깨워주지만 나는 뭔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그저 가만히서 벌벌 떨고 있을 뿐이다 내 위에 피어난 은방울은 딸랑이더라도 청아한 공포에 잠겨 귀를 닫고 웅크려 본다 새벽 지나 해가 동터 오를 그때까지 아직은 차가운 밤이다. 차디 찬 밤. 한밤중의 꽃을 한 잎 떼어 손 위에 올리고 앞으로 한 걸음 내 마음이 흐르는 곳으로 다시 한 걸음 걷다 보면 산 너머 붉은 구슬이 굴러올 때 우리 앞에는 어느새 펼쳐진 바다가 있더라 그 바다에 몸을 싣고 흘러본다

2025.03.27 날씨꾼
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확한 시간에 죽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죽는 영화를 보았다 사람은 고통을 느낄만큼 잘 안 죽었고 어이없을 만큼 쉽게 죽었다 그리고 피가 솟구쳤다 분수처럼 콸콸 싸구려였다 검색을 해봤지만 경험담이 없었다 막연히 떠올렸고 거울 앞에서 온몸을 비틀었다 비명은 없었다 하이라이트에서나는 가짜피를 묻힌 채 기어갔다상대가 장검을 들고 내리 치려 할 때누군가 무대에 올라왔다멈춰요 이건 살인이에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상대와 나의 당혹스런 눈빛웅성거리는 관객효과음인 빌헬름의 비명이공허하게 맴돌았다어쩔 수 없이 나는 계속 죽었다으악눈을 감아도사람들이 웅성거렸다상대와 난입범은 다퉜다난입범이 경찰에 끌려 간 후연극은 다시 시작되었다나는 다시 죽었고 톱니바퀴가 돌 듯그들은 이기고 사랑하고 소리 질렀다백스테이지에서 멍하게 있자누군가 흔들며 깨웠다일어나 부활 시간이야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커튼콜의 일정한 리듬의 박수 속나는 손 끝으로 입꼬리를 부여잡았다

2025.03.27 임세헌
자연발화

이러다가 정말 타버리는 건 아닐까. 죽어있는 사람에게 강제로 심장을 뛰게 하는 것 같아.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러다가 터져버리면 어쩌나 싶었지. 정신을 차리고 너를 보면 과열된 심장이 온몸의 피를 얼굴로 보낸 건지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붉게 달아올라서 너의 곁에 있다간 금방이라도 내가 타버릴 것만 같았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를 보며 웃어주던 네가 뜨거운 나 때문에 재가 되어버릴까, 안절부절못하다가도 불쑥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아버리는 너 덕분에 누군가 내 심장을 온 힘을 다해 비트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 내 마음과 너의 마음은 반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드는 생각에 심장이 욱신욱신. 부풀다 못해 폭발할 듯한 내 심장을 막으려는 듯이 공기가 온 힘을 다해 짓누르고 있어. 어쩌면 나는 이미 너의 곁에서 조용히 재가 되고 있었는지도 몰라.

2025.03.26 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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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호텔프린스)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남이섬)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2025년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사업에 대한 공통 안내문입니다. 사전에 확인 후 세부 공고문 확인바랍니다.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문학)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1. 사업개요 ○ 사업명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사업기간 : 2025. 10월 중순 ~ 11월 중순 (1개월) ○ 사업장소 : 일본(Japan) - 교토(Kyoto) ○ 주요내용 : 오프닝 포럼, 클로징 이벤트 등 교토작가레지던시 개최 프로그램 참여 및 작가 개인 창작활동 수행 ※ 사업 세부소개 • 해외협력기관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홈페이지 : https://kyotowriters.org/ • 기관/사업소개 - 교토에 있는 대학의 문학 학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2022년에 설립된 국제 문학 레지던시 - 전 세계의 작가 및 번역가들이 교토에 머물며 창작활동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 • 세부 프로그램 - 레지던시 공식행사인 오프닝 포럼 및 클로징 이벤트 2회 ※ 모든 프로그램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며, 공개 행사에 한하여 영어-일본어 통역 진행 예정 2. 지원신청자격 ○ 문인(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최소 1권 이상의 발간 실적이 있는 문인 ※ 그림책, 희곡, 비문학(에세이 등) 제외 -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자 ○ 선정자는 레지던시 공식 행사 필석 3. 지원규모 및 항목 ○ 참가 예술가 직접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선정자 보조금 지급/지원신청서 내 예산 편성) 구분 선정 인원 지원규모 자부담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1인 (후보군 3~5인 내외) 100만원 내외 총 사업비(보조금+자부담)의 10% 이상 -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왕복 항공료(이코노미석 기준 실비 지원) ※ 비자 발급비, 현지 체재비 등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회계법인 회계검증수수료 ※ 회계검증수수료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공통안내사항 내 가이드라인 참조 ○ 기타 지원항목(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번역가/제작업체 지급) - 문학 분야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시 15편, 소설 30페이지 내외) : 400만 원 ※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해당업체, 번역가에게 직접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해외협력기관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 : ¥430,000 ※ 숙박비, 일부 식사, 공식 행사 관련 통역료(영어-일본어),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비용 포함 ※ 현지 체류 중 지급되는 현지 체재비 외 추가분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해당 지원 내역은 해외협력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4. 제출서류 및 자료 (필수자료 총 3개) ※ 우편 및 방문 접수 불가 제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