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visual_section

문학집배원

유연희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일각고래의 뿔』

이건 뭐지? 백이 무언가를 골똘히 본다. 상아로 만든 보검 같다. 아 그거? 진열장 안의 장검 같은 상아를 보고 민혜가 반긴다. 그게 바로 일각고래의 뿔이야. 유니콘의 뿔이라고. 내일 데지마 상관에 가서 보려 했는데 여기도 있네. 그녀가 좋아라 한다. 술이 깨는 모양이다. 유니콘의 뿔? 나도 다가간다. 이거 엄청 비싼 거예요. 민혜가 속닥거린다. 일각고래의 뿔은 소문으로만 들었다. 정확히는 뿔이 아닌 이빨이지만, 북극에 사는 고래의 어금니가 상아처럼 길게 튀어나온 것이라고 했다. 북극 고래는 유빙을 뚫어 숨을 쉬고 먹이를 잡고 적을 물리치니 어금니를 작살처럼 변형시킨 것이란다. 뿔이 아니라 작살인데? 백이 주먹을 쥐었다 펴며 작살 잡는 시늉을 해 보인다. 정말 작살과 흡사하다. 포수들의 작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포수는 작살로 먹이를 잡고 경쟁자를 물리쳐 숨을 쉬니 작살이 맞다. 와, 손이 근질근질하네. 백이 작살의 손잡이 부분을 진열장 위에서 가늠하며, 꼭 맞네. 지난번에 내가 잃어버린 바로 그 작살이잖아, 하고 능청을 떨자 민혜가 받아준다. 그래? 그럼 이거 우리 거네? 우리가 가지고 가야겠네. 카운터의 주인이 여차하면 달려올 눈빛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이거 수컷이죠? 민혜가 불쑥 내게 묻는다. 작살을 맞고 도망 온 동족을 보고 고래들이 궁리했을 거예요. 우리도 이런 게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수컷의 이빨을 이렇게 단련시킨 거죠. 아주 오랫동안, 그야말로 이를 갈면서 말이에요. 암컷은 새끼를 잉태하고 종족을 보존해야 하니까 제외시킨 거고요. 과연 솔피 강의 동생다운 추리다. 내 이도 어딘가 근질거리는 것 같다. 더글더글. 나도 이를 갈아본다. 아래윗니가 잘 맞물리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 갈아본다. 고래도 손이 있으면 인간처럼 도구를 만들었을 거다. 손이 없으니 자신의 신체 중 가장 강한 이빨, 어금니에서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어머, 저거 좀 보세요. 민혜가 내 팔을 톡 친다. 진열장 속에 누워 있던 작살 뿔이 들썩거린다. 마치 내게 응답하는 듯이. 어? 백도 신기해한다. 카운터의 주인 여자가 바닥으로 스르르 내려앉은 게 그다음이다. 벽에 걸린 액자가 들썩이고 천장의 고래 모형도 부르르 몸을 떤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려는 것처럼. 지진이에요! 백의 외침에 민혜의 눈이 팽팽해진다. 아니다. 고래가 작살을 본뜬 게 아니고 인간이 일각 고래의 뿔을 보고 모방했을 거다. 아니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도구가 우연히 일치했거나. 백이 잽싸게 출입문 쪽으로 달아나고 민혜가 얼결에 따라가다 나를 돌아본다. 아아. 이빨 하나로 남은 고래야. 어찌하여 너는 지구 반대편의 이 먼 나라, 작은 항구까지 흘러와 뿔 하나로 이리 누웠느냐. 전생을 이빨 하나에 처연히 담고 말이다. 장생포의 작살잡이가 다리를 벌려 중심을 잡자, 발밑이 고래 등처럼 움찔거린다. 유연희, 『일각고래의 뿔』 (강출판사, 2022), pp.31~34

2025.04.17 천운영
한번쯤 그래 보고 싶었어, 다르게 살아 보고 싶었어 | 임유영「움직이지 않고 달아나기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움직이지 않고 달아나기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임유영 시험이 끝나고 너와 같이 걸었다 옛날처럼 손잡고 다정하게 여기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 그렇지 개구리 군복을 입은 넌 중앙도서관에서 내려왔고 나는 종로 어디 구석진 찻집에서 대추차랑 약과를 먹고 있었는데 통유리창 밖에서 네가 손 번쩍 들고 인사했지 우리 그때 눈이 마주쳐서 웃었지 네 코에 걸쳐진 잠자리 안경 밑에 (넌 가끔 안경을 꼈지) 하얀색 마스크 속에 (너도 요즘 마스크를 쓰고 있겠지) 너의 입술이 천천히 그리는 반달 우리는 천천히 산책을 했지 아무래도 쫓기는 마음으로 이제 곧 경찰이 들이닥치고 나의 친구들은 모두 맞아서 다칠 텐데 하지만 내가 대오를 벗어나는 선택을 한번 해본 것인데 경멸 없이 너를 만나보고 대추차도 먹어보고 허름한 찻집에도 들어가보고 불친절한 주인 남자에게 화내지도 않고 담배 피우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한 번쯤 그래보고 싶었어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어 그날 내가 본 것 그날 내가 겪은 것 모두 새로 기입하는 이 흐린 저녁 그 가로등 아래서 다시 만나자 다시 만나자 - 시집 『오믈렛』(문학동네, 2023)

2025.04.05
김성중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화성의 아이』

나 같으면 하루도 못 견뎠을 것 같은데······ 털 달린 짐승이라면 질색이니까. 벼룩까지 있는 개라면 더 싫고 저 깡통 로봇은 한눈에 봐도 수명이 다 됐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건 친근한 관계 속에 편안히 붙박여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 나아가 하나의 육체에 고정되어 형식이 통일되는 것이다. 다시 몸을 갖춰서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고?” 내 소망을 들은 마야가 의아스러운 듯이 되묻는다. “너는 줄곧 혼자 지냈고 지금은 몸도 사라져 사념체 같은 상태인데. 그런 채로도 지구에 가보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서 내 도움이 필요하고?” “그래.” ‘도움’이라는 말에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왜냐면 그게 우리 DNA에 새겨진 최종 명령이니까. 지구로 귀환하는 건 눈먼 동물의 본능 같은 거야.” 너무 대놓고 털어놓은 것 같아서 나는 좀 더 길게 덧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분열 중인 세포처럼 불안정한 상태야. 줄곧 안정화의 방법을 찾았지만 요원했지. 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어. 시간의 바느질을 터득했기 때문인데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저절로 얻게 되는 능력이지. 내가 죽인 사람들, 그건 사실 죽인 게 아냐. 만화경을 돌려 패턴을 바꿔놓은 거지. 라포르투나호를 타고 온 사람들은 어차피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죽을 운명이야. 난 그들의 미래에 잔인한 이미지만 살짝 덧씌운 것이고. 네 친구들이 돌처럼 굳어 있는 것도 잠깐 시간을 정지 시켜놔서 그래. 똥을 바르던 남자는 지금쯤 악몽에서 깨어났을 거야.” “갑자기 왜 솔직해지는 건데?” “난 너무 약해서 이제는 기생물이 되는 도리밖에 없어. 네가 내 피난처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라이카는 벼룩을 네 마리 키워. 하지만 난 굳이······” “난 벼룩이 아냐! 네가 지구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 도움이 필요할 거야.” “내가 왜 지구로 돌아가야 해? 여긴 가족과 친구가 있어. 키나 말을 들어보면 지구는 아주 형편없는 곳이던데 거길 뭐 하러 가?” 저 순진한 표정을 보니 잘만 구워삶으면 내 숙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면 너도 나처럼 여행자니까.” 네가 아는 모든 존재는 여행자고 너 또한 또 다른 세계와 모험을 갈망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네 몸에도 나와 같은 유랑 벽이 있을 거라고 덧붙이면서. “라이카는 열 살이 되기 전에 실험견으로 뽑혀 우주로 보내졌어. 데이모스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화성에서 위성으로, 위성에서 다시 화성으로

2025.03.20 천운영
지나간 것들의 따뜻한 속삭임 | 조용우「세컨드핸드」

세컨드핸드 조용우 시장에서 오래된 코트를 사 입었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자 다른 나라 말이 적힌 쪽지가 나왔다 누런 종이에 검고 반듯한 글씨가 여전히 선명했고 양파 다섯, 감자 작은 것으로, 밀가루, 오일(가장 싼 것), 달걀 한 판, 사과주스, 요 거트, 구름, 구름들 이라고 친구는 읽어 줬다 코트가 죽은 이의 것일지도 모른다며 모르는 사람의 옷은 꺼림칙하다고도 했다 먹고사는 일은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고 웃으며 구름은 무슨 뜻인지 물었다 구름은 그냥 구름이라고 친구는 답했다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이 오래전에 사려고 했던 것들을 입으로 외워 가면서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여전히 조용하고 따뜻한 코트를 버려두고 이 모든 것을 살뜰히 접어 여기 안쪽에 넣어 두고 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아닌 것일까 같은 말들이 반복해서 시장을 통과할 때 상점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하나씩 바구니에 담아 넣을 수 있다 부엌 식탁에 앉아 시큼하기만 한 요거트를 맛있게 떠먹을 수도 있다 오늘 저녁식사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놀라운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면서 구름들 바깥에서 이곳을 무르게 둘러싸고서 매일 단지 다른 구름으로 떠오는 그러한 것들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지나쳐 걷는다 주머니 속에 남아 있는 이름들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오고 있다 - 시집 『세컨드핸드』(민음사, 2023)

2025.03.06
문진영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햇빛 마중』 중 「북극의 여인들」

나는 여느 때처럼 카페 바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얼굴 하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는 사이 그 사람은 내가 있는 바로 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순간, 기억났다. 그녀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문구점에서 스프링이 달린 천원짜리 연습장을 사서, 거기에 생각나는 것들을 아무렇게나 적었다. 낙서 같기도, 시 같기도 한 문장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학 시간마다 숨기지도 않고 시집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등짝을 맞기도 했다. 수학 선생님은 한번도 누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 아이들이 우습게 볼 정도로 순한 분이었다. 그런 선생님을 그렇게까지 화나게 했다니. 하지만 수업 시간에까지 시집을 읽었던 건 시를 향한 나의 열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 내게 그것 외에는 흥미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국어 과목 숙제로 시를 써 가야 했다. 1학년 7반 담임이자 국어를 가르치던, 바짝 마른 몸에 단 한 번도 치마란 것을 입지 않았던 서른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그날 내가 숙제로 제출한 시를 나도 모르게 도 대회에 출품했다. 그 시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나는 상금으로 MP3 플레이어를 샀다. 그리고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는 동네 빵집에서 파는 7천 원짜리 롤케이크를 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 걸까? 아무튼 그때 내가 쓴 시는 새벽 4시의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들에 관해 적었다. 그녀는 그때 나를 교무실로 불러 ‘너는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는 게 어떠니?’하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그냥 심심해서 써본 건데요’하고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회한의 기미가 스쳤다. 나도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 그런 식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로 백일장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시인 같은 것은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연습장에 낙서를 하고 있다. 마흔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쟁반을 들고 잠시 카페 안을 둘러보더니, 내가 한쪽 끝에 앉아 았는 바 자리의 다른 한쪽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 머그 컵에 담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문득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녀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찻잔을 들고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가끔 내 생각을 했다고. 가끔 내 이름을 검색해보고, 신간이 나오면 사서 읽었다고. 나는 두 달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요? 그녀는

2025.02.20 천운영
나는 단골이고 싶지 않아서 | 조해주 「단골」

단골 조해주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종로에 있고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나는 단골이 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날은 안경을 쓰고 어떤 날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어떤 날은 혼자 어떤 날은 둘이 어떤 날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나오는데 어떻게 차갑게, 맞지요? 주인은 어느 날 내게 말을 건다 커피를 받아들고 나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저어서 드세요, 빨대의 끝이 좌우로 움직이고 덜컥 문이 잠기듯 컵 안에 든 얼음의 위치가 조금 어긋난다 주인은 내가 다니는 회사 맨 꼭대기 층에 지인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김지현이라고 아나요? 나는 그런 이름이 너무 많다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주인은 얼음을 깨물어 먹고 설탕처럼 쏟아지는 창밖의 불빛들 참, 내일은 어떻게 하면 처음 온 사람처럼 보일까 생각하면서 -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아침달, 2019)

2025.02.06
바로가기

글틴

제목이 없습니다

한숨은 무엇때문에 쉬는 것일까요가장 크게 내쉬려면 우선 내 능력껏 가장 크게 들이쉬어야겠지요추레한 기억들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천장에 가슴을 가까이 하면텁텁함에 얼른 떨어지고 싶어지는 것입니다마치 자이로드롭처럼나는 끝이 없는 왕복운동과 경멸스러운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그러나 한숨은 자이로드롭이 아니라는 것이 나를 바닥에 딱 붙어있게 하는 것이지요크게 들이쉰들 나의 가슴이 입맞추는 것은 2미터 남짓의 천장입니다. 뚝뚝 떨어지는 축축한 후회들을 핥으며 나의 불쌍한 자세를 계속해서 불쌍히 여기는 것입니다나는 나의 삶에 제목을 붙이고 싶었습니다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요나의 비천한 왕복운동 행위도 한숨이라는 이름을 지니는데저기 책상 위 구겨진 원고지에 나의 시는 제목이 없습니다나의 정서만이 왕복운동하는 것을 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오히려 한숨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그러므로 나는 시 쓰는 일을 관둔 것입니다나의 삶은 삶이라는 제목을 붙이기에도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부적합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의 이름을 붙이기에는 그 뜻이 너무나 비범한 것입니다. 나의 이름을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시와 마찬가지로 한숨이라고 한번 불러볼까요 이름을 가진다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인지 생각하는 일은 한번 혹은 수천번 왕복운동을 더 한 뒤로 미뤄야겠습니다습-------------하

2025.05.19 필온
戀愛(연애)

아직은 네게 걸어가고 있는데도왜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니우리라는 우리에너와 나라는 개체가 함께할 뿐인데그게 뭐라고사랑에 규격을 두고멋대로 정의를 내려버리는 사람을 멍청히 본다피었다 져버릴 그 죽은 꽃봉오리로 그을려 적은 그 불쌍한 글씨로는 사랑을 정의할 수 없어서사랑이라그저 사랑인걸까愛(애), 가슴시린 한글자로戀(연), 닿을수없는 한글자로많은 것을 담지는 못한 걸까깊이감이 커져 결국 꽉 잡지 못할 사랑이.

2025.05.19 serendipity
오작

매년 칠석이 되면까마귀와 까치는 분주하게 움직인다칠석은 단 두사람을위한 날이라사이가 좋던 나쁘던생긴게 같건 다르건까마귀와 까치는두 사람의 사랑을보고 싶기에어깨동무를 하고두 사람을 이어준다364일을 기다려만난 두 사람의 사랑이단 하루만 만나는게아쉬웠는지단 하루만에 이별하는게슬펐는지까마귀와 까치는두 사람과 함께눈물을 흘린다유난히 칠석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2025.05.19 유량
초록 빛

전등이 켜지면장소는 수업이 끝나지 않는 시간머리 들어선다 음악은 콜트레인의 레코드 중 무엇이든행사로 산 오미자 음료는 달고 짜고 쓴 세가지 맛만 느껴졌는데맡아달라는 말과 답장 없는 메일은 한 달 전에 보냈고간밤에 편지 한 장 접어 실어 보낸* 것처럼답글 없는 댓글과 답장 없는 다른 연락과 함께이름을 변형해 부르는 사람들이름을 헷갈리는 사람들관련 없어 이름 모를 사람들들어서고 돌아나가는 뒷모습 송출한다 모니터는 과열된 정육면체 모델켜지지 않을듯도 한 보관상태에 있던 것배운 적 없는 것들을 뱉어놓는다 걱정하는 사람에, 그러니까,진군의 북소리 울려 퍼질 때**보도블럭 명도를 헤아리고명도와 생생함은 다르다는 채점기준 따라 생생한 결손을 흐릿하게손톱 기르는 조직 양성하는중지 셋째 마디 딱지 떼어내면첫 말과 두 말은 동일한 질량을 갖는다는 문제에 대하여양이 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지***흥얼대는 노래 가사를 모른 채로가장자리 가까이****앉아 경계석은 미끄럽다고 말했었다날아가버린 얼굴은 기억나지 않아도경계석이 가미된 사람을 기억한다포장도로 완공식의 황사경보같이위층에 무당이 있어도 부적은 다른 무당에게인물이 좋아서 반했다는 사람이 말하는결단코 잘못이 없다던건물 주위 돌아다니고 1층에는 완강기설치 거부를 통해 성장 동력 일궈내자 말하면다면성을 드러내는 상황을 제시하시오까마귀가 쓰레기 뜯을 때물까치 세 마리 까마귀 들이받고쓰레기통 뚜껑 떨어지면 대나무 자란다쌍골죽 뽑힌 주변 얇은 대나무 줄기대나무의 줄기 구조를 근거로 나무가 아니라는 선고 내리기*노래를 찾는 사람들-사계 **혁명의 투혼 ***aphrodite's child-the four horsemen 변용 ****yes-close to the edge

2025.05.19 데카당
소설 K에게.

K에게. 자네의 학업이 잘 되어가고 있기를 바라네. 시골 공기는 썩 좋지만 무료해서, 내려간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편지를 띄우는 나를 용서하게. 늙은이가 적는 글 몇 줄이 자네 생활에 귀찮음을 더하지 않으면 좋겠군.내가 이곳에 내려오고 난 이후로, 밤하늘 위의 달이 열한 번 지나갔네. 지금 창밖을 보니 상현이로군. 아 참. 자네는 이런 비유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가. 여섯 달 하고도 반 정도가 지나갔다는 말일세. 자네가 있는 곳에서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시간이겠지만, 이곳에서는 이 여섯 달이 곧 평생이나 마찬가지야. 무료하면서도 반복적인 삶이지. 물론 변화가 있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비하면 까마귀 여드름만도 못할 걸세. 매일 아침 일어나서 창 밖을 보면 해가 산등성이 두 개 사이로 살짝 튀어나온 걸 볼 수 있어. 그 시간에 보이는 그 풍경 속에서, 태양은 그리 눈부시지 않다네. 은은하게 나무와 풀들 사이로 퍼져, 서서히 마을을 밝혀오기 시작하는 빛줄기들을 바라보자면, 왜인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견딜 수가 없어지고 말지. 이곳의 좋은 점들 중 하나는, 마음껏 울어도 된다는 점이니까. 자네에게도 언젠가 그 풍경만은 보여주고 싶어. 사진을 찍어 동봉할까 생각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네. 그 이유가 궁금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설명할 수 없네. 부디 이해하게. 자네는 똑똑한 학생이니, 지금은 어려울지라도 언젠가 그 말을 이해하리라 믿네. 떠오르는 태양이 하늘 어드메 자리를 잡으면, 드문드문 떨어진 집들 사이에서는 괭이와 농기구를 든 청년들이 나와 일터로 향한다네. 마냥 활기찬 것은 아니야. 열정이 넘치는 젊은 아이들은 씩씩하게 나서며 다른 또래들과 수다를 떨지만, 나이 든 가장들은 지루하다는 듯 터덜터덜 걸어가지. 하지만 그런 어른들조차 다른 집 사람을 마주치면 표정이 밝아진다네. 그 가장들도 지금의 젊은 아이들과 같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겠지. 오랜 친구를 매일 마주하는 그 기분은 어떨까, 가끔 궁금해지곤 하네. 그때쯤 되면 나도 집을 나서서 마을 가운데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로 향한다네. 언젠가 이 마을의 가장 큰 어르신께서 이야기하시길, 그 나무는 천년을 산 영물이라 하시더군.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놀랍다고만 답해 드렸지. 자네는 물상과 생물을 공부하는 학생이니, 천년나무 같은 전설에 수긍한 내 모습이 반지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네. 하지만 K, 때로는 진실이 아닌 것에 경탄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게. 그 나무 밑에서 노공 한 분이 동네의 아이들에게 천년나무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그 나무가 아이들과 노공의 위로 부드러이 그늘을 드리우는 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나무의 자애가 천년의 것을 넘는다는 심상에 어색함이 없게 되니까. 나무에 기대서 다른 집의 노공들이 나오고, 때때로 어린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같이 놀러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곤 하네. 노공들은 나와 같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야기를 곧잘 나누어 주시네. 노인들이 하

2025.05.18 다람
핑계

매일 생각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그 간극을 샘 해 보다 절망하는 순간이 쌓여 하루가 된다는 것적고 싶은 이름이 생긴다는 건활자를 다시 되짚다 시간이 흐름에 체념하게 되는 것하루의 여백마다 돌려 듣는 목소리가 정해지고그것이 단조롭고 선율이 없다면빈 공간은 때로 충만하고 자주 공허하며매번 조금씩 더 외롭다그러던 것이 몇 번이었고그렇게 구겨 놓은 편지지 몇 장우표가 붙은 것은 하나도 없다버릴 수 있는 것은 있을까?이제는 밉지 않고 다만 믿지도 않는다는 건서로의 생일에 빈 대화창 앞에서 망설이다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다는 것그럼에도 결국은야나 안 보고 싶었어?따위의 문자나끝을 알고 있는 신호음을 끝없이 보내는 식으로너에게 묻고 싶었나 보다오늘 소나기가 내리더라그날도 그렇게 비가 왔는데혹시거기도 비가 오나 해서너 우산 있어?

2025.05.18 listener J

별- Alice5yun 저 먼 세계까지 나의 빛이 닿으려면 얼마나 더 빛나야하는가 저 까만 밤하늘에 저 아득한 우주에 나 얼마나 티끌만한 존재인가 저 먼 세계까지 나의 빛이 닿으려면 나의 목소리가 들리려면 얼마나 더 빛나야 할까 얼마나 더 소리를 내질러야 할까 내가 여기 있다고 내가 이 우주에서 이렇게 빛나고 있다고 아무리 발버둥 처봤자 아무리 처절히 소리쳐봤자 그들에겐 그저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별에 지나지 않을 텐데 역시나 오늘도 난 있는 힘껏 빛나고 목을 놓아 노래한다 그래도 저들은 내가 보이지 않겠지 들리지 않겠지 그래도 오늘도 난 있는 힘껏 빛나고 목을 놓아 노래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면 보일 때까지 들릴 때까지 있는 힘껏 빛나고 목을 놓아 노래할 것이다

2025.05.18 alice5yun
바로가기
munjang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호텔프린스)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남이섬)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2025년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사업에 대한 공통 안내문입니다. 사전에 확인 후 세부 공고문 확인바랍니다.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문학)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1. 사업개요 ○ 사업명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사업기간 : 2025. 10월 중순 ~ 11월 중순 (1개월) ○ 사업장소 : 일본(Japan) - 교토(Kyoto) ○ 주요내용 : 오프닝 포럼, 클로징 이벤트 등 교토작가레지던시 개최 프로그램 참여 및 작가 개인 창작활동 수행 ※ 사업 세부소개 • 해외협력기관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홈페이지 : https://kyotowriters.org/ • 기관/사업소개 - 교토에 있는 대학의 문학 학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2022년에 설립된 국제 문학 레지던시 - 전 세계의 작가 및 번역가들이 교토에 머물며 창작활동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 • 세부 프로그램 - 레지던시 공식행사인 오프닝 포럼 및 클로징 이벤트 2회 ※ 모든 프로그램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며, 공개 행사에 한하여 영어-일본어 통역 진행 예정 2. 지원신청자격 ○ 문인(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최소 1권 이상의 발간 실적이 있는 문인 ※ 그림책, 희곡, 비문학(에세이 등) 제외 -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자 ○ 선정자는 레지던시 공식 행사 필석 3. 지원규모 및 항목 ○ 참가 예술가 직접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선정자 보조금 지급/지원신청서 내 예산 편성) 구분 선정 인원 지원규모 자부담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1인 (후보군 3~5인 내외) 100만원 내외 총 사업비(보조금+자부담)의 10% 이상 -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왕복 항공료(이코노미석 기준 실비 지원) ※ 비자 발급비, 현지 체재비 등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회계법인 회계검증수수료 ※ 회계검증수수료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공통안내사항 내 가이드라인 참조 ○ 기타 지원항목(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번역가/제작업체 지급) - 문학 분야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시 15편, 소설 30페이지 내외) : 400만 원 ※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해당업체, 번역가에게 직접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해외협력기관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 : ¥430,000 ※ 숙박비, 일부 식사, 공식 행사 관련 통역료(영어-일본어),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비용 포함 ※ 현지 체류 중 지급되는 현지 체재비 외 추가분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해당 지원 내역은 해외협력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4. 제출서류 및 자료 (필수자료 총 3개) ※ 우편 및 방문 접수 불가 제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