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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큐레이션

한국 문학 자료를 담은 문학DB에서 문예지, 근대문학총서의 작품들을,
현대적인 문장웹진 등에서 매주 추천하여 보여드립니다.
1970년대의 감성부터 현대까지, 지금 봐도 세련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munjang

글틴

지붕을 올라

여는빠알간 지붕을 오르다.기대어성근 하늘에, 꽃 피는 아래나즈막—고개를 들어묵빛 하늘을 새기었으니.여(女)는만개(萬開)한 지상(地上)에 소녀야.반짝이는 것들 아래성그러운, 또 성스로운 하나별빛을 꿈꾸었나다.여는이 늦은 밤—지붕을 오르고...나는때를 모르는 자야.별빛을 보아, 바라옵나다—오늘, 時를 모르는 여—와 함께빠알간 지붕 우—나란히 앉고 싶어라.

2024.04.27 바실리우스
도망치자

살기 위해서 살아가다의미없이 날아오른의미없이 추락하는내가 밉지 않아?무력감에 허우적대다결국 살아버린결국 죽어버린내가 밉지 않아?그러니 우리도망치자나야, 또다른 나야우리 도망치자저 멀리로아무도 닿을 수 없는저 별 너머로저 하늘 너머로이 세상을 넘어,이 생사를 넘어,우리, 도망치자

2024.04.27 김윤지
고장난 날개

도대체이 땅에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날아오르질 못하는 거야?날 구속하고 있는 그 중력을그렇게나 증오하면서도왜 날아오르질 못하는 거야?하늘이 답인 걸 알면서도왜 오답인 땅을 살아가고자 하는 거야?대체 왜 그러는 거야?한발자국만 떼면 되는데바로 옆에 창문이 있는데왜 날아오르지 않는 거야?그 질문에거울 속에 비친 너는그저 멍하니 날 바라볼 뿐이었지아,네가 유일하게 원했던 비상그것이 네가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환락의 꿈이 될 줄이야

2024.04.27 김윤지
소설 #6. 흙과 비

비가 조금 내리고 국화 핀 향기가 나고, 무덤 앞에서 무너져버린 너를 봤어. 네가 나의 품에 안기던 날, 우리가 피워낸 한 송이의 꽃을 기억하니. 너는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고 나는 그런 너를 먹었어. 우리의 아름다운 꽃은 그렇게 잔인한 세상에서 태어난 거야. 초록이 자라나는 봄이 되었고, 구름 위에서 숲을 내려다본 너는 내가 보이지 않았을 거야. 네가 얼마나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 나무들 사이에서 피어난 우리의 꽃은 네게 너무나도 멀었어. 이따금 나는 너에게 꽃을 잘 보살피겠노라 말했어. 그러면 넌 언제나 투명한 웃음을 보내주었지. 그래,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다는 거 알아. 네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때, 너만을 기다리는 꽃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몸 한구석에 깊게 파인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어. 괜히 서러운 울음을 참았어. 너는 언젠가 내가 너를 가두고 있었다고 털어놓았지. 내가 너를, 먹었다고. 그 후 내게 상처였던 시간은 너에게 감옥이었겠지. 나는 너를 품고 놓아줄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 내가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던 날, 너도 함께 울었어. 비가 조금 내리고 국화 진 향기가 나고, 무덤 앞에서 무너져버린 너를 봤어. 나는 몰랐고 너는 알았어. 우리의 꽃이 죽어버린 날을. 너의 부재는 나의 부정이었고, 나의 무지는 너의 무게였어. 그럼에도 나는 국화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었어. 네가 고개를 저으며 마른 눈물을 삼킬 때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어. 죽음의 생명이 죽었다고. 우리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었기에 죽음의 존재를 너무 쉽게 부정했는지도 몰라. 다만 신은, 우리에게 영원을 그냥 주지 않았어. 그만큼 생명은 소중했고, 죽음 또한 이치였어. 그럼에도 첫 꽃을 떠나보내야 했던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벅찼었나 봐. 네가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던 날, 나는 마른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어. 나는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 우리의 예술가가 떠났어. 항상 흰 모자를 쓰고 다니던 그에게 조금 더 많은 모자를 씌워주고 싶었어. 우리는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뿌듯해했어. 나는 그 역시 행복한 줄로만 알았지. 그가 유언을 남길 수 있게 되던 날,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어. 모자가 너무 많아. 그것은 사실이었어. 그에게 씌워준 모자의 개수만큼 우리는 생명을 책임져야 할 거야. 언젠가 내가 바람에 날리고 네가 사선으로 내릴 때,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눈동자를 감아보자. 우리의 눈물이 곧 생명의 탄생을 의미할 테니까. 무덤 속에는 어린 예술가의 모자 하나가 남았어.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지만, 알고 있었어. 모자에는 작은 씨앗이 하나 들어 있었어. 모자를 껴안고 겨울을 보냈어. 비가 조금 내리고 국화 핀 향기가 나더니—.

2024.04.27 아기호랑이
소설 온도

온도12월의 해는 너무 짧았다. 가을까지는 멀쩡했던 해가 오후 4시만 되면 감쪽같이 사라지고는 했다. 특히 저녁만 되면 그나마 따뜻했던 날도 쌀쌀해졌다. 정확하게 저녁 7시부터다. 그때부터 다들 추위를 이겨보겠다고 겉옷을 몇 겹이나 두르며 나온다. 이후 거리에는 패딩과 코트로 무장한 사람만이 남는다. 나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무장을 한다. 그럼 거리에는 검정들만이 가득 차는 것이다.다만 그들과 나의 차이는, 내가 그들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보통 지나가는 목소리를 들으면 아주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난 따뜻한 사람이 없다. 날이 추우니 시체가 쉽게 썩지 않겠지. 중얼거리다시피 작게 말하면서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게 내 전부다.그때 스치는 타인의 온기가 불쾌해지면, 한 가지 사실을 다시 자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구원을 주는 건 결국 내 일이다. 사람이 아니라. 고인의 마지막을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당연한 숙명처럼, 그 불쾌한 일이 내 집처럼 다가왔다.친구가 나를 보며 혀를 차기도 했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됐냐면서. 나도 이유를 몰라 답해줄 수 없었다. 대신, 이 일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는 게 답변이 되었다. 그러면 친구가 물었다.“네 어머니를 네가 모시게 된다면 어떻게 하려고?”나도 준비된 답변을 내놓았다.“내가 잘 모셔야지.”그게 반사처럼 돌아올 줄 몰랐지만.어머니의 사인은 사고였었다. 당시 경찰은 나에게 예의를 갖춘 묵념을 해 보이며, 이번 일에 대한 유감을 깊이 표한다는 인사를 건넸었다. 그 말에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발이 덜덜 떨렸었다. 동시에 범인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었다. 특히 어머니의 시신을 두 눈으로 본 이후부터 더 그랬었다.그 복잡한 일을 마무리한 건 내 손이었지만 말이다.명백한 뺑소니였기 때문에 범인의 일은 법대로 잘 처리하게 맡겼고, 나에게 주어진 중대한 업무는 오로지 ‘시신’이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내 손으로 두 눈을 감겨도 이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을 터였는데.결국 한동안 어머니의 차가운 몸을 만지지 못하고는, 한 시간을 꼬박 가만히 있었다. 화학약품의 향이 코를 찔러도 가만히 있었다. 어린 시절, 나약하고 어렸던 나를 포근히 안아주던 따스한 품의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절망. 그 사이에서 환청처럼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잘했어. 아주 잘했어. 무엇이 되었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멋 모르던 시절, 친구와 싸우고 들은 말. 하지만 이제 듣는 그 말에는 거대한 책임 비슷한 것이 앉아있었다. 그걸 듣고 떨리는 손을 어머니의 얼굴에 대었다. 내 결심의 매듭은 거기서부터였다.나는 마지막까지 그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노력했었다.어머니께서 여전히 내 선택을 지지할 수 있게. 장례식도 정확히 12월에 치러졌다. 당시에는 이마저도 유일한 따뜻함, 그런 무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를 이 추운 날에 묻은 것 같아 속이 좋

2024.04.27 이운
너를 기다리며

새벽 세시 사십분지나가는 바람소리편의점 문이 딸랑하며 울리는 소리가스가 동난 라이터의 부싯돌 소리학생이 까는 핫식스의 병따개 소리한집안의 가장의 취한 발걸음 소리그리고 쓰디쓴 한숨달디단 하품꿀꺽꿀꺽 마셨던 핫식스꺼이꺼이 들이킨 참이슬사각사각 푸는 문제지타박타박 걷는 아버지띠리링 울리는 전화 벨소리사람이 없는 고독한 길거리사랑이 있는 뜨거운 목소리어디야 언제와 일찍와 걱정돼 위험해 조심해 말로 하지 않는 사랑은천천히 마중 나오는 발걸음은어느새 찾아와 어깨를 주무름은 누구를 위해서검은 하늘, 검은 콘크리트, 검은 편의점, 검은 담배, 검은 아스팔트, 검은 핫식스, 검은 별온통 검은 것들 뿐인데그리고 너는 너, 나는 나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너와하얀 메리야스를 입은 너가그녀는 그를 안고그는 그녀를 안고정장입은 사람은 살고교복입은 사람도 살고새벽 네시 반잠에 들 시간곧 동이 틀 시간 모두 잘자 사랑해

2024.04.27 백석
먼지 쌓인 낮잠

농군을 상상하는, 책상에 틀어박힌 조난자의 봄 한 철을 보내며 저기 쌓아둔 둔덕은 언제쯤 뿌린답니까? 바로 뿌릴수야 없겠지요? 비가 이정도로 오지 않는것도 좋지 않을 텐데요, 걱정입니다 모내기할 벼는 잘 자라고 있습니까? 날이 이러니 모내기는 언제 할런지요 끝도없이 이어지는 봄날의 만담, 먼지 낀 상상에 남아있던 겨울바람 날린다 연출:햇살의 난반사 광원 효과는 어디서 배워왔답니까? 저도 가보렵니다 한 철 장사로 한 해를 살아가는 연출의 비수기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위원회를 기획중에 있사오니, 먼지 낀 하루를 사랑한다면 연락주시길ㅡ 봄철 미세먼지를 마시면 어떻게 되느냐?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한단다! 거기 학생! 학생이 이 나라의 미래야! 그러면 봄철 미세먼지를 어째야돼? 나는 개인적으로 봄철 미세먼지의 이유를 잘 모르겠어, 이과는 이런거 이해를 하질 못해, 그렇지 않냐? 이과는 말야, 확실한걸 원한다고, 나는 문과지만 야! 내가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아냐? 나도 잘 모르겠어! 봄 미세먼지가 땡겨서 시험도 끝났겠다 들이켰거든! 객사할 뻔 했어! 어이! 왜 인사 안 받아! 파리가 웽ㅡ 난다, 이중창 사이를 왕복하는 파리가 창을 움직이는 횟수를 구하시오, 아니 이중창을 끌어당기는 파리의 질량을, 아니 파리가 받는 저항을 곯아떨어진 사이 들리는 창을 때리는 소리들, 언젠가부터 농군은 마냥 없다 창 밖엔 먼지가 잔뜩 낀 선산, 저 먼지가 운해인지 뭔지를 말하는 것인지 열린 창 앞 모아놓은 책 위엔 세월의 흔적인지 뭔지, 불어도 닦아도 그대로 책은 덮고 다시 엎드려서, 모내기를 기대하는 어린 시절의 기분을 헛짚으며 마음은 추수만을 기다리면서, 농군을 상상하기는 무슨 먼지에 난반사된 일몰은 비몽사몽간에 사라진다

2024.04.26 데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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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모집

2005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고(最古) 온라인 문예지 문장웹진에서 문학 콘텐츠 발굴 및 문학애호가·예비 작가 지원을 위한 서포터즈를 아래와 같이 모집하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모집 일정 ㅇ 공고 및 지원 : 2024. 4. 29(월) ~ 5. 3(금) 23:59 ㅇ 발표 : 5. 17.(금) ㅇ O.T : 5. 28.(화) 14:00 / 서울 혜화역 인근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 □ 모집 대상 ㅇ 선발인원 : 6명 ㅇ 자격 :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 ※ 우대사항(별도 증빙 필요)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활동 기간 ㅇ 임명일로부터 12월까지 □ 활동 내용 ㅇ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수도권 및 지역별 문학 행사, 문학기반시설(작은 서점·문학관 등)을 체험하거나 문예지, 문학 작품을 읽고 콘텐츠화하여 문장웹진(https://munjang.or.kr/webzine)에 소개한다. (총 3회) □ 활동 혜택 ㅇ 문장서포터즈 임명장 수여 ㅇ 서포터즈 활동에 필요한 교통비 및 도서구입비 지급 ㅇ 3건의 활동 완료 시 총 60만원의 활동비 지급 □ 지원 방법 ㅇ 문학광장>참여광장>공모전 ▶바로가기 : 목록 | 공모전 | 참여광장 : 문학광장 (munjang.or.kr) ※ 문학광장 회원가입 후, 지원신청서 양식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여 제출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월 장원 선정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월 장원 선정 공지, 명예의 전당 캡처 등) 첨부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수상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상장, 상패 사진, 기타 자료 등) 첨부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교수추천서(이름, 생년월일, 추천이유, 교수 서명 필수 포함) 첨부 □ 접수 및 문의 ㅇ 담당자 연락처 : 061-900-2337

2024.04.26
공지사항 [이벤트]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이벤트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세요! ㅇ이벤트기간 : 2024. 1. 2 ~ 1. 31. ㅇ당첨자발표 : 2월 중순경(당첨자 개별연락) ㅇ이벤트경품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9명) ㅇ참여방법 1) 설문조사 링크 접속(▶https://naver.me/5XTVOjIu) 2) 최근 5개년 문장웹진의 작품 중 2024년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 입력 3) 나머지 항목 입력 후 설문 폼 제출 ㅇ문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문학광장 담당자 061-900-2337, 2323 ※ 당첨자가 고른 작품과 그 이유는 추후 문장웹진 커버스토리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문장웹진 과월호 보는 방법 : 문학광장>문장웹진>이전호보러가기(첨부 이미지 참고)

2024.01.02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글제 이벤트 선정자 안내

2023.10.16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자 발표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