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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문장의소리] 어항부터 베를린까지- 식물이 보여준 사람과 공간들 with 박세미 시인 | 808화 '생활세계의 작가들'

안녕하세요?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8회는 [생활세계의 작가들]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박세미 시인과 함께합니다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작가소개 박세미 시인은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내가 나일 확률』, 『오늘 사회 발코니』, 산문집 『식물스케일』 등이 있다.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박세미 시인 : 항상 똑같이 일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시인님께서 최근 출간하신 산문집 『식물스케일』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A. 제가 서문에도 쓰기는 했는데요. 제목에 ‘식물’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이 주인공은 아니고요. 제가 식물을 경유하여 만난 사람이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당연히 인간이다 보니 무언가를 인식할 때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식물의 어떤 당위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 같아요. Q. 『식물스케일』은 인연과 사람에 대한 산문인 것 같기도 한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려워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굉장히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아주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는데, 기자 생활하며 항상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기에 관계 맺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여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Q. 아직 『식물스케일』을 읽지 않은 소라님들께 식물과 연결된, 기억에 남는 관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A.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들이 쉽지는 않은데요. 어떤 부분에 꽂히면 그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식물스케일』에 썼던 말 중에, 정말 멋있는 화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문하면서 그 화분을 만든 작가와 대면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친구가 건축과였던 거예요. 화분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그 작가분도 너무 좋아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 (Makesense 이용호)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2025.06.20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7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신 시간 내용 신종원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신종원 소설가는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고스트 프리퀀시』,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Q. DJ 우다영 :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는 4원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데요. 계획 단계부터 4원소를 염두에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신종원 소설가 :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쓰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원소에 빠져 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 낸 장편인 『습지 장례법』이 워낙 축축했다 보니 이번엔 다 태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불을 생각했고, 자연스레 4원소가 연계됐던 것 같아요. Q. 불에 관한 책이니만큼 최근 작가님께서 가장 불타올랐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잘 아시겠지만, 책이 나오면 주변에 보내드려야 하잖아요. 그걸 제가 등단하고 세 번째 책 낼 때까지는 소화하기 쉬운, 거의 매년 한 권씩 나왔으니 쉬운 후 작업 같았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내고 부치려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선생님, 친구들의 주소지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왜 내가 2년간 책을 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기도 해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업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2년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에 대해 신종원 소설가님의 언어로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A.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한 적이 없어서 어려운데요. 짧게 말하자면 젊은 사제 바오로가 진짜 성배의 행방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한쪽 편을 선택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이상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그쪽을 옹호하고, 동의하고, 지지해야만 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작인 『습지 장례법』과 최근 출간하신 『불새』를 쓰시면서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전작이 장례로 끝나고, 이번 소설이 장례미사로 끝났다는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겠죠.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습지 장례법』의 장례는 ‘잘 묻어 있기를, 잘 헤어지기를 바라는 장례식’이었다면, 『불새』에서의 장례미사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부활’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작품이 지향하는

2025.06.11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2025.06.04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2025.05.26
임철우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운 남쪽』 중 「봄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2025.05.22 천운영
[문장의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우주적 무대! with 조시현, 이소호 작가 | 805화 1부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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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소설 Times.0 그대가 시간의 문을 두드린다면

다들 한번쯤 그런 생각해본적 있지 않은가.과거로 돌아간다면 좀 더 잘했을텐데.미래를 안다면 내가 지금쯤 이렇게 불안할 일도 없었을텐데.만약 그대들이 원하는 시간을 가지는 대가로 그 가치에 맞는 영혼을 가져간다고 한다면,그대들은 그 계약에 승낙할 의사가 있는가?물론 그대들의 영혼이 뭐...그대들의 수명이라는 멍청한 소리는 아니다.우리가 왜 뭐가 부족해 그대들의 영혼이 필요하겠는가.단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 작디작은 영혼을 조금만 원하는 것일뿐이다.혹 내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어디 한번 간절히 시간을 원한다고 빌어봐라.누가 알까? 시간의 문이 그대들 앞에 나타날지.만약 그 문이 보인다면 그저 시간의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Times.0 그대가 시간의 문을 두드린다면The end....?시간을 간절히 원하는 자들과 그들을 돕는 시간 마법사의 집사 르델과 그 주변에 얽힌 마법사의 도시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The and.

2025.07.04 그그뿐
소설 꼭대기로 올라가 다시 태어나기

새롭게 태어날게요. 오늘은 나의 생일이자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다. 고3을 끝으로 내 유서에 남길 마지막 글이기도 하다. 아무도 모르도록 그저 나의 속마음만을 남겨두고싶었다.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편안했다. 상상하는 모든것들을 표현하며 써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과의사 아버지, 변호사 어머니, S의대 형,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넷이 모여 밥을 먹을 때에도 숨소리만 들려 말 한 마디 못 꺼내고, 매일매일을 “꼭대기만 봐라”라고 말하시는 아버지가 계시는데 오히려 글을 썼다간 땅바닥만 보게 될 것이다. 글은 우리 집안에선 가만히 냅둘 수 없다. 그저 우리 가족이 편한대로, 내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억누르며 죽어라 공부했다. 밥먹는 시간이 아깝고, 식곤증이 올까봐 끼니를 거르며 공부를 해왔다. 공부하는 순간에도 지금은 불편하지만 나중에 SKY 의대를 간다면 분명 편안해질 것이라 믿었다. 시험에서 하나씩 틀릴 때, 빗금을 볼 때마다 가슴속에 칼로 그어 상처가 나는 것 같았다. 시험지에 있는 빗금이 있을때마다 몸에도 빗금을 그었다. 그래야 다음엔 더 안 틀릴 것 같았고, 깊은 상처가 아무는 것 같았다. 몸에 그인 빗금은 물집이 되고, 피딱지가 되었지만 종이에 빨간 줄이 있는 것 보다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연필을 잡아 공부하고 빗금을 긋고, 하루하루가 반복되니 SKY의대 합격자 발표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생일이다. 간절히 선물을 주길 바랐다. K,Y의대는 붙었다. 떨리는 손으로 S의대에 수험번호를 쳤다. “불합격”이라는 단어가 마주하고있었다. 의대에 붙었지만, 살았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하는데 어째서인지 난 꼭대기가 아니었다. 내겐 선물이 아니었다. 시험지에 그인 빗금을 볼때의 가슴속 상처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였다. 숨이 목구멍까지 턱 막혔다. 베개로 얼굴을 짓눌러 숨을 못쉬게 하는 기분이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렸다. 이젠 빗금을 그을 몸도 없다. 이 결과를 부모님에게 차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꼭대기를 바라는 아버지에게는 더더욱 내 입으로 말 할 수 없었다. 집으로 가 원망하는 글들을 적어냈다. 태어난 것을 원망했다가, 이 세상 자체를 원망했다가, 결국 돌아온 건 나에 대한 원망이었다. 내가 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좋아했더라면 달랐을까. 공부에 재능이 있었더라면 바뀌었을까. 애초에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고 편안함을 위해 달린 게 아닌 살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달렸더라면.. 공부로 무거워진 나를 가볍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글을 써내려 갔을 때 썼던 샤프로 유일하게 편안하게 해줬던 베개를 마구 쑤시고 그었다. 베개가 찢어져 깃털이 올라갔다 다시 베개위로 떨어졌다. 서서 가만히 베개를 지켜보았다. 그리곤 책상 앞에 다시 앉아 손톱을 물어 뜯으며 꼭대기로 갈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유서를 적어 내려갔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눈물이 흘렀다. 원망감 때문인지, 해방감 때문인지 나조차 헷갈리는 눈물이었다. 그래도 키워주신 정이 있으니 아버지의 말대로 난 꼭대기를 바라보았

2025.07.04 고영희
감상&비평 정체성 해체의 휴머니즘

사람들이 바라던 말던 인류 앞에 서있는 질문은 명백합니다. 사람들에게 육체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무수한 고통을 안기는 애국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긴요하거나 고결한 것이 될 수 있는냐는 거지요.-톨스토이, 존 맨슨의 편지에 대한 답변 중-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감동이 있다. 그것들은 대체로 거의 완벽히 일치하거나 어느 종합적인 선을 향한다고 확신된다. 그것들은 인간을 허무에서 구원하며, 목적성과 인간다움을 부여한다. 그것을 맛본 인간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상황에 따라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으며, 살거나 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에도, 그 4가지 모두가 동시에, 그리고 온전한 확신에 힘입어 진행되고 있다. 감동이라는 단어가 좋은 문장에는 안 어울릴 것 같다. 초보적인 감상에나 어울릴 단어이니 말이다. 그러기에 여기서 정의하고 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감동은 수십억명의 인간이 2000년 전 어느 인간의 부활을 믿는 이유이자 또한 수십억명의 인간이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옹호하며 이행하려는 이유이고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 파키스탄과 인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인간들이 인간들을 정당하게 죽이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것의 역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 역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그 역사가 인류와 상존했었다는 것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또한, 대체로 그것에 대한 분석 자체가 모욕으로 여겨졌다. 생각해보라, 어느 양놈이 와서 우리 민족의 민족주의가 열등감과 식민지배에 대한 피해의식, 경제개발에 대한 허영심과(생각해보자, 나나 당신이나 경제 개발에 동참하기라도 했나?), 그리고 정부의 프로파간다 때문이라 하면 다 화를 낼 것 아닌가? 이처럼 그 감동은 직관적이고 단순하거나,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리적 분석은 자연히 모욕적이다. 그러한 분석은 그런 감동을 피선동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어느 명확한 맥락 안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결국 인간 비하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동이 얼마나 강하다는 건가? 단순히 눈물 몇방울 나오는 영화를 가지고 우리가 전 재산을 팔아버리고 어딘가로 떠나거나 군대에 입대하진 않는다(100년 전만해도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러나 보편적인 맥락에서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당장에 여러 종류의 독립운동, 그리고 남과 북의 여러 사상가들, 그리고 민주화 운동까지 우리 사회의 컨텍스트에서 감동들은 자주, 그리고 각 사건사건마다 주목할만한 위력으로 기능해왔다. 현재도 그렇다. 8년전의 박근혜와 지금의 윤석열을 탄핵시킨 힘은 바로 무엇인가? 그것과 동시에 왜 같은 민족의 또다른 사람들은 그 ‘힘’을 피선동자들이라 규정하며 윤석열을 자유민주주의의 투사라고 옹호하는가? 그러한 힘이 생기는 것은 어느 합리적이고 건조한 진실이나 과학적 통찰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인지구조를 거치며 어떻게 기능하는 지에 있다. 인간은 이미 이것을 누구보다 더 잘안다. 일례로, 어느 바람직한 기독교 우파의 예시를 들어보자. 그는 분명 해방주의적 이데올로기들이 기

2025.07.03 기능사
소설 처녀구매

처 녀 구 매붉은 색의 원색적인 글자가 창문 하나에 하나씩 붙어있었다. 창문도 그렇고 건물도 그렇고 민망할 정도로 낡아 있었다. 왠지 사기가 의심되고 혹여 들어갔다 간이라도 떼일까 그는 다시 돌아가려 했다.“거기 민수씨 맞죠?”하지만 입구 앞에 있던 중매인이 그를 불렀다. 안경을 쓴 그녀는 마른 편이었지만 사나워보였다. 그는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 들어갔다. 안은 밖보다 훨씬 낡았다. 밖은 신경 쓴 편이었다.방은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로 작았다.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먼지가 풀풀 일어났다. 좀먹고 솜이 튀어나온 의자에 앉으며 그는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오십이 다 되어 가는데 물불을 가리는 것도 우스웠다. 그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처음엔 결혼정보회사에 갔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에다가 편안하고 푹신한 의자가 있었고 고급 스피커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그는 세련된 미래를 생각하며 몇 장의 체크리스트에 체크를 해나갔다. 흡연 여부와 음주 여부를 체크 할 때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노후대비를 적기 시작할 때 점점 불안해 지더니 소득을 체크하기 시작하자 불안은 폭발했다. 얼굴이 벌개진 채로 체크를 하다보니 이것이 체크리스트라기보다는 일종의 참회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간단했다. 담당자는 앞면은 보지 않았다. 앞면엔 그가 자신있어하는 음주와 흡연 여부가 있었다. 담당자는 뒷장부터 보기 시작했다. 안 되는데 앞장이 중요한데, 라고 그가 생각을 맺기도 전에 담당자는 체크리스트를 집어넣었다.“죄송하지만…”그는 더 듣기도 전에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는 그 업체의 광고가 붙어있었다. 요즘 상한가를 달리는 미녀 미남 배우들이 서로 밀착한 채 웃고 있었다. 당신도 운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밑엔 더 큰 글씨로 전문직 가입자 3541명이라고 적혀 있었다.여기서도 중매인이 이것저것을 물었다.그래도 이곳에선 내가 나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골초, 알코올 중독자, 노름꾼, 가정폭력범 같은 사람들보단 자신이 객관적으로 훨씬 나았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아주 좋습니다.”중매인이 말했다. 휴. 그는 안도했다. 그래도 내 분수에는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그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건. 예쁜 여자 인가요?”“아니요. 착한 사람이요. 아주 착한 사람. 저는 힘든 일을 해서 좀 착한 사람이면 좋을 것 같네요.”그는 착한 여자를 좋아했다. 결혼 정보 업체에서 쫓기듯 나오고 며칠 후 그는 지인의 소개로 국제결혼 업체에 찾아갔다. 용의 꼬리보단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중매인은 능숙하게 사진을 내보였다. 검은 비키니를 입은 베트남 여성 7명이 줄지어 서 있는 사진이었다. 그들은 손에 피켓을 들고 있었고 피켓엔 그들의 이름, 키, 몸무게, 그리고 가슴크기가 적혀 있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7번을 찍었다. 그러자 중매인이 말했다. 고객님, 100만 원만 더 들이면 더 좋은 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중

2025.07.03 임세헌
소설 홈질 박음질

여기는 나밖에 없다. 혹은 그렇게 믿어진다. 너는 내가 아무렇게나 재구성해낸 너의 어떤 모습들일 것이고 간혹 다른 사람을 잘라다 붙여놓고 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배는 내가 기억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기억이라고 부른 후에 대강 분해해서 짜맞춘 누더기이다. 선생님은 여럿이 둘러싸고 겹치고 흩어지고 하던 것을 내가 대강 뿌려놓은 장면들이다. 나는 여기서 움직일 생각이 없고 사춘기는 아직 지나가기 전이다. 나는 나라는 말을 좋아할 수 없으나 여기서 나는 지금 나라는 말을 몇 번이고 쓰고 있다. 내 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불가피하게 나 라는 말을 집어넣을 수 없는 공간에 쓰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제부터 퇴장하고 나는 너와 선배와 선생님을 이리저리 주욱 찢었다가 풀로 붙였다가 나는 손재주가 좋지 않으니까 나는 너를 반으로 접을 때 정확히 반으로 접지 못하고 남는 자리가 생긴다 나는 그런 후에 선배를 눈처럼 뿌려보려고 하는데 나는 또 손에 땀이 있어서 선배는 내 손가락 주름진 곳 사이 엉겨붙고 그렇게 된다. 나는 이제 나라는 말에서 퇴장한다. 또는 그렇게 믿고 싶다. 캐롤이 울려야 한다고 믿어지는 공휴일 아침은 지나갈 것 같지 않은 공기 속에서 끔찍이도 살아있었다. 살아있었다,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모아놓은 통에서 초파리가 자연발생하듯이 나타나고 있었고 자연발생설을 믿었던 사람들이 논쟁에서 이겼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눈이 와도 초파리는 알을 깠으나 크리스마스에는 어디선가 들어왔고 읽어온 기억나지 않는 유래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발음이 기억나지 않는 성인의 탄신일이라는 설을 믿으시나요 이거 탄신일이라고 할까요 탄생일이라고 할까요, 둘이 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설정을 보니까 신체가 중요한 것 같아서 성인을 숭배하는 종교의 입장에서 타종교의 축일을 점유했다는 설을 믿으시나요 물으면 저 둘과는 완전히 다른 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알지 못하는 답과 아는 답은 구분되기에 충분히 다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생각하는 것과 현상으로 드러나는 상황은 다르다-화장실 습기를 모두 뺀다고 해서 변기에 자라고 있는 곰팡이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 그 예시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비누에 자란 곰팡이는 사라졌었는데. 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곰팡이 제거제는 분무기에 담긴 것밖에는 팔지 않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방에서 호흡기 질환이 생길까봐 뿌리지 않는 사이에 장마철이 지나가는 아침을 바라보는 기분도 있었어 크리스마스의 아침과는 다른 기분이었을지도 모르지, 썩어가는 물냄새는 남아있었지만 그건 취향의 영역으로 남겨두는게 어때. 친구에게 추천받은 캐롤은 취향에 맞지 않았고 재미없는 공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캐롤이 취향에 맞았더라도 재미있는 공휴일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그 친구의 잘못은 아니었지. 아마 캐롤을 추천해준 것도 잊어버렸을 거니까. 상대가 잊었을 때 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보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렇대도 기억이 나는걸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보기 좋은 상황을 만들지는 않는다. 님은 그

2025.07.03 데카당
내가 사는 곳

빛이 지나 변모한 주홍빛 공기는 여름이 아니었습니다그 앞에서는 여유없는 고요를 보았으나,그 뒤에서는 놓쳐버린 열차의 오래된 연주가 들렸습니다아지랑이 속아무도 모르게 맴돌던 선율은 끝끝내 나를 넘어뜨렸고일어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아마도 듣고싶은게 너무 많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나,내 눈을 감추는 주홍색의 배경 속에서손을 뻗어서는 쓰러진 함성을 만졌고드디어 잡히는 죽은 편지편지는 한밤 중 달빛조차 들지 않는 곳에묻었습니다열차와 함께 지나는 곳에묻었습니다나는해 곁에 머무를 때 더욱 빛났어서결국, 달과 허물없기를 두려워했으니하루 중 밝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이제와서 마주 본 달 아래에서사람들과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게 됐습니다아마도 여름이 오고 있나 봅니다

2025.07.03 ugfiyfcujhbo
소설 금메뚝설화

버스가 맥아리 없는 압축공기를 내뿜으며 정차했다. 털털거리는 시동의 진동 사이로 달칵거리며 운전석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 출장에 피로했던 나는 버스 기사의 두드림에 겨우 깼다. 종점이었다. 차고지에서 빠져나와 한적한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니 짧게 대답하고선 말 없는 주행을 시작했다. 백미러에 달린 동자승이 인자한 미소를 띤 채 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 마을은 주로 농사로 먹고사는 마을이었다. 있는 거라곤 논과 밭, 작은 구멍가게, 그리고 작은 공업단지와 소박한 마을회관. 아주 정답진 못하더라도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지내는, 그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마을이다. 나는 마을이 싫진 않았지만, 농사나 공업보다는 더 편한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그러려면 시외버스를 한참 타고선 도시로 나와야 했다.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기에 도시에 작은 방이라도 얻어야 하건만 그럴만한 돈도 없었다. 이런 나에게 잦은 출장 대신 숙식을 제공하고, 한 번의 출장 이후 긴 휴식을 보내주는 이 직장이 적합했기에 외지인의 삶을 사는 것이고,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들여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해있었다.길게 뻗은 아스팔트 갓길과 그 옆에 우두커니 선 마을 비석. 매번 돌아올 때면 이 풍경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를 먼지 털 듯 떨쳐버리곤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갔다. 길목에 서 있는 감나무 아래 어수선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이 모여있는 광경은 적어도 이 마을에선 흔치 않으므로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아주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였기에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했다. 잠자리 통 안에서 메뚝이가 황홀한 금빛을 발광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둘러싸고선 마치 영웅담이라도 이야기하듯 자신의 공로를 나열하고 있었다.그들의 이야기인즉 다음과 같았다. 박 씨 할아버지가 모 판을 정렬하던 중 금빛 무언가가 날뛰는 것을 보았고, 이를 양 씨에게 알렸다. 양 씨가 메뚝이를 잡으려는 양을 보고선 사람들이 합세했고, 메뚝이를 몰다가, 몰다가, 마지막에 장 씨가 잠자리채로 포획. 이 이야기를 몇 분 내내 지속하고 있었다.“잡는데 애 좀 썼어요.”양 씨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잡고 말을 이어나갔다.“수집가한테 가져다 팔면 돈 좀 깨나 되겠는걸?”양 씨는 예전부터 돈이라면 달려들기 일쑤였다. 일전에 그와 술잔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이봐요 김 씨. 난 말입니다. 황금빛 번쩍이는게 그렇게 좋더랍니다- 이 세상 안에서 번쩍이는 것 하나만 있으면요- 모든 것이 행정절차처럼 따악- 따악- 맞춰 돌아간다는거 아닙니까? 생각해 보십 시오- 금전이면 안되는게- 있더랍니까아?”그의 음정은 술에 취함을 연주하듯 음정이 늘어나고, 끊기고, 가끔씩 뒤틀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가슴 깊은 곳에 나뒹굴던 케케묵은 먼지가 실려있었다. 나의 말은 모두 끊고, 양 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조금 지치기도 하여 나는 그의 말

2025.07.02 박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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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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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수강료 무료, 4회 이상 참여시 수료증 발급) 남북 작가 및 대중이 함께하는 2025 문학창작워크숍-나도 작가다!

남북한 출신의 작가들과 대중이 모여 통일과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학의 역할을 탐색하는 문학창작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이 워크숍에는 남북작가 공동창작집 또는 탈북작가 공동창작집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담임 작가, 특별 강연자, 북토크 작가로 참여하여 수강생과 함께 자유, 인권, 평화, 통일 등의 주제에 관한 문학 창작 경험과 창작 방법론, 가치관 등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모든 강연은 무료로 제공되며, 문학 또는 문학 창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총 6회의 워크숍 중 4회 이상 참여하시면 워크숍 수료증과 수강생 공동 창작집(비매품), 다과를 선물로 드립니다. ○모집 대상: 문학 또는 문학 창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 (기초반과 심화반 각각 15명씩 선착순 모집) ○일시: 2025년 7월 26일 ~ 8월 30일 (매주 토요일 오후 3-6시) ○장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1동 101, 102호 ○신청 기간: 2025년 6월 19일(목) ~ 7월 11일(금) ○신청 방법 참가 신청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2lzwsmwoO3opKFX04zahWg0ZetOQs4-X01lLIPCoYn1jsbw/viewform?usp=header -ipussnu25@gmail.com 로 신청 (성함과 연락처를 기입하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터의 QR코드 이미지를 휴대폰으로 스캔하시거나 아래의 링크를 통해 워크숍 개최 취지와 참여 작가 약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워크숍 개최 취지 및 참여 작가 약력 링크: https://m.site.naver.com/1KKwu -강연 관련 문의는 ipussnu25@gmail.com 로 연락 주시면 자세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창작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2025.07.01
공지사항 [안내] 문학집배원 서비스 종료 안내

안녕하세요. 문학광장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문학집배원 서비스가 2025년 5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학집배원은 문학집배원으로 선정된 시인, 소설가가 큐레이션한 문학 작품을 낭독 영상으로 제작하여 뉴스레터와 함께 독자 분들을 찾아가는 '문학 배달 서비스'로 그동안 많은 분들께 문학의 따뜻한 위로와 일상의 감동을 전해드려왔습니다. 그동안 문학집배원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문학광장은 앞으로도 문학을 더 가까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와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광장 드림

2025.06.13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호텔프린스) 공고문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