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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11220056672.jpg)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05081733721.jpg)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attachFiles/board/0032/20250605081423048.jpg)
![[문장의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우주적 무대! with 조시현, 이소호 작가 | 805화 1부](/attachFiles/board/0032/20250522161850557.jpg)
문장의소리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문장의소리 제804회 : 2부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문학을 향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 본 20년, 뜻깊은 축하를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의 문장을 지켜온 작가님들과 함께합니다. 오은 시인은 2002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 『초록을 입고』 등이 있다. 한유주 소설가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연대기』, 『숨』, 중편소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 등이 있다. ● 오프닝 : 올해 문장의소리가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을 처음으로 들려주었던 자리, 작가들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모여 어느덧 한국 문학의 한 시대를 함께 기록해 온 공간이 되었습니다. ● 〈로고송〉 ● 2부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Q. DJ 우다영 : 스무 살을 맞이한 문장의소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주신다면? A. 오은 시인 : 스무 번째 생일이잖아요.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 축하를 받는 날인데, 저는 그때는 스무 살이 귀한 줄 모르고 탕진했습니다. 문장의소리는 그렇지 않고 차곡차곡 역사를 모아 서른 살까지 잘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유주 소설가 : 벌써 20주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200주년이나 2000주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Q.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을 앞두고 두 분의 각오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제가 시끌벅적을 담당하도록 하고요. 무게를 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건 한유주 작가님께서 계시니 참 든든합니다. 한유주 소설가 : 저는 제가 든든하지 않은데요.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오은 시인과 함께한다고 해서 ‘내가 말을 좀 덜 해도 되지 않을까? 묻어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 Q. 두 분께서 처음 쓰신 시와 소설을 기억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재수할 때 처음으로 시를 썼는데, 시 제목이 ‘은둔하는 말에 관하여’였어요. 독서실이라는 곳이 갇힌 느낌이 들고, 쓸 수 있는 공간이 좁다 보니 갇힌 느낌, 가슴 속에 꾸물거리는 말에 대해 처음 뱉어낸 시였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파일이 남아있지 않아 좋습니다. 얼마나 끔찍할지. 한유주 소설가 : 의식적으로 써보려고 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중학교 3학년 때쯤 PC통신에서 『드래곤 라자』를 읽기도 했고요. 그때 김영하 작가님의 『나는 나를 파괴
멍 임솔아 더러워졌다. 물병에 낀 물때를 물로 씻었다. 투명한 공기는 어떤 식으로 바나나를 만지는가. 멍들게 하는가. 멍이 들면 바나나는 맛있어지겠지. 창문을 씻어주던 어제의 빗물은 뚜렷한 얼룩을 오늘의 창문에 남긴다. 언젠가부터 어린 내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닌다. 꺼지라고 병신아, 아이는 물컹하게 운다.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멍든 얼굴을 구긴다. 구겨진 아이가 내 앞에 있고는 한다. 사랑받고 싶은 날에는 사람들에게 그 어린 나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나를 안아준다. 구겨진 신문지로 간신히 창문의 얼룩을 지웠다. 창밖을 내다보다 멍든 바나나를 먹었다.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 2017)
글틴
첫번째 날은 맑음너와 내가 만났다처음으로 네가 궁금해졌어.두번째 날은 구름오늘은 조금 심심하다변화없는 일상에,지속되는 하루있잖아,오늘 또 만났으면 좋겠는데.세번째 날은 먼지곳곳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그 안에 너가 있을까유자차를 가지고 너의 반으로 마중나간다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네번째 날은 비고요한 학교 안 빗소리만이 들려온다아이들의 웃음소리,발소리가 빗소리에 잠긴다그 빗소리에 나도 푸르게 잠긴다지금말야,난 네 목소리가 듣고싶어.다섯번째 날도 비2일간의 장마비오는 날이 이렇게 길었던가학교는 고요할 뿐이다지금이라면, 빗소리를 탄 내 마음이 너에게 전해질까창문을 연다네가 많이 보고싶어.여섯번째 날은 무더위성가신 먼지가 쓸려나간다내 마음이 네게 전해졌을까네 생각이 들릴까 싶어 조용히 습기를 머금는다빨리와,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마지막 날은 맑음너와 내가 다시 만났다어서와,수고했어.
사탕의 겉면을 핥고 있으면달콤하고약간 씁쓸한 인공 오렌지 향감미료가 찬 물풍선만 한 세계우리가 손을 집어넣을 때마다 주황색으로 물들었지 별이라고 말해야지 별이 되는 별빛하늘이 너무 밝아 열대야의 어둠에 뺨을 대고 잠들면 오렌지 별빛이 쏟아졌어 그건 마치사탕을 오랫동안 녹여 먹으려는 것처럼살면서 한 번도 어금니와 어금니 사이에 사탕을 두고 씹어본 적 없는 것처럼왼쪽 눈은 꼭 감고 두 손은 동그랗게 쥐고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고 자 쏘세요!그네를 타고 있으면 하늘이 영화 속 장면을 일시정지한 것처럼 다른 세계에 빠진 것처럼 또는 이대로 극장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처럼사탕을 깨물면이가 깨질 것 같아서...미안해아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다 현실 같았지여름에는 인공위성에게도 별자리를 붙여줬어이름표를 하나씩 대어주니 보기가 좋았어구멍이 생긴 사탕이 입천장에 붙었어손바닥에 뱉어 두니 투명하고 작은 설탕 덩어리가 왠지 안쓰러웠어여름이 조금씩 작아질 때별이라고 부르자 정말로 밝아지는 꿈을 꿨다*인공 조명으로 인해 밤하늘이 밝아지는 현상
저는, 삶을, 이 괴로운 삶을 굳이 더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삶은 원래 고통스럽고 의미가 없는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가며 의미를 찾고 소소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죠. 그렇지만, 저는 삶은 원래 고통스럽다는 말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스럽다면 그 원인을 바로 알고 제거해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삶에 순응하고 그것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지듯 좋게 바뀌기를 막연히 바라고 살거나, 술과 여행으로 잠시 잊어버리거나, 이따금씩 찾아오는 작은 행복에 경탄하며 삶이 살아볼 만 하다고 여기곤 하죠. 그게 문제입니다. 왜 바꾸려 하지를 않나요? 악착같이 노력해서 성공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건 가장 허무한 짓이죠.들어 보세요. 삶이 고통스러우면 그냥 죽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산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봉우리였습니다. 하루하루 갈수록 나아지는 건 없고 괴롭고 지독한 고통뿐이죠. 이런 지옥 속에서 무슨 기쁨과 행복을 느끼겠습니까? 우리는 독방 속 죄수에게 몇 달의 한번 배달되는 편지와도 같은 실낱같은 요행을 행복으로 알고 삽니다.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된 채 걷는데 위를 보니 붉은 석양이 참 아름답다느니, 오랜만에 해먹은 파스타가 참 맛있다느니,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떠니 스트레스가 날아갔다느니... 전부 쓸모 없고 허무하기 짝이 없는 소리입니다. 삶에 진정한 행복이란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들은 그저 허위의식일 뿐이죠. 우리는 이런 삶의 굴레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야 합니다. 이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구요. 인간은 적응하는 존재이죠. 그리고 반복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지겨운 삶 속 반짝 들어온 빛을 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색하고는 하죠.어느날 갑자기 양말 한 짝이 사라진다고 해봅시다. 켤레로 된 양말의 한 짝이 정말 이상하게도 사라져서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어야 되겠죠. 아끼는 양말이라면 더 당혹스러울 것이구요. 하지만 우리는 곧 익숙해질 겁니다. 모두가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다면 부끄럽거나 이상할 게 없죠. 오히려 이상한 연대감을 느낄 겁니다-참 인간이란. 또 새로운 방법을 찾겠죠. 그냥 서로 다른 양말 한 짝씩을 골라 신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양말 한 짝이 사라진 것을 오히려 기뻐할 지도 모릅니다. 귀찮게 예전처럼 양말의 짝을 빨래더미 속에서 찾아내 맞추고 갤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그냥 양말을 한 겹씩 차곡차곡 쌓아서 하나씩 빼 신으면 되니 수납공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짝짝이 양말을 활용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그리 무섭다거나 심히 불편한 일은 아니죠? 그러면 여기서 또 하나를 없애보는 겁니다. 이번에는 포크를 없애보죠. 그러니까, 양말이 없어진 사태에 대한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났을 시기에 말입니다. 곧바로 포크마저 앗아가는 건 정 없죠. 한, 오 년 후라면 괜찮을 까요? 포크의 경우 양말보다 훨씬 불편해질 겁니다. 우리는 숟가락으로만 밥을 먹어야 해요. 아, 아니죠. 나이프, 잼 바르는
역사(役事)에 빠져 또 집 앞마당을 헤집어놓는 괜한 뻘짓에 넌아직도 모르느냐고 되물었네 흙투성이 손을 뻗어하늘 향해 높이 들고 벌을 서는 넌누구보다 떳떳하구나 나는 안다사랑 같은 말만 되뇌고사람 사는 법은 모르는이상한 어른들의 잣대 따위전부 헤집어버리자고땅을 파서 지구 반대편 끝까지 가자고녹아 없어지는 것 또한 역사일 뿐이라고 넌넌 그렇게 말했었지 나는 안다나는 이제 네 발자취를 쫓아여기저기 땅을 헤집는다어디 장소 하나 정하지 못하고여길 파다가 저길 파고학교 운동장은 잘 파이지도 않는구나 포기하곤화단에서 공벌레 지렁이 주워다 놀기도 하며나는 자연히 알게 되었지나는 너를 찾았어흙투성이 속에서 찾은 너의 기원손먼지도 털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알게 된 사실은 하나나 또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것
오늘은 우연히 네가 묻은 노래를 들었다. 무심히 꽂혀 있던 줄이어폰이 내게 너와에 추억을 건네주었다. 우리의 날로부터 꽤 많이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나 선명히 드리우는 화질을 느끼면서 난 노래를 끌 수 밖에 없었다. 네 흔적이 더럽혀질까봐서 제 것을 꼭 쥔 아이처럼 손 안으로 감춰버렸다. 그러나 꺼진 노래 넘어로도 이미 들어온 너는 한동안 또 나를 괴롭히겠지. 그래, 우린 참 많이도 함께 들었다. 그 때는 유난히 포근한 봄이었다. 우리의 첫만남은. 한창 들쩍지근한 발라드가 들려오던, 그런 날이었다. 내가 적당히 올려다 봐야 했던 너는, 줄이어폰 너머 네 취향대로 된 노래를 네게 멋대로 꽂아주었던 넌. 그 때 어떤 생각이었을까. 나름 새벽까지 통화도 하고 클래식부터 락까지 틈만나면 줄이어폰의 한쪽 편을 건네던 너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다. 그저 가는 길이 자주 겹치길래 같이 다닌게, 내 플레이리스트가 늘어가던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어 언젠가부터 너의 말소리가, 노래가 배경음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냥 놀고 싶다길래 가끔 나간게 다였다. 네게 가끔 알 수 없는 바램과 체념에 시선이 늘어가는 걸 알면서도 나는 네게 그때 봄의 날씨처럼 미적지근히 끌었다. 그렇게 봄이 지고 초여름 풀벌레 찌르르- 울 때 쯤, 이젠 체념이 눈에 서린 너와 함께 달빛 아래를 걷던 날이었다. 알았다. 이상했던 것을. 언제부터였을까. 너는 알까? 아마 그 때 네가 내게 어딘가 쓸쓸한 팝송을 들려주었을 때 기다란 선 너머로 눈이 마주치곤 내 심장이 거꾸로 돌았던 것을, 차분히 빗어넘긴 머리가 비쭉 치솟고 내 발이 물리법칙을 벗어나 3센티 정도 붕 뜨는 바람에 주저앉을 뻔했다는 것을 아마 너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네가 내 안에 멋대로 들어와 있던 나날에는, 나도 네 안에 들어가 있으리라하는 무책임한 운명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빗나간 시선은 우연이라던가, 우리는 그정도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여느 날과 같던 네 가벼운 호의에도 너를 이미 다 가진 것 같아서 같이 가로수길을 걸으면 나무들은 수채화 그림처럼 맑고 선명해 보였으며 환히 비추던 여름 햇빛은 내 피부를 그을리던 말던 그렇게 따스하게 느껴졌었다. 같이 듣던 노래가 어느샌가부터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곤 어느덧 시간은 녹아내려서 쨍한 가을이 되었었다. 도저히 폐로 넘어가지 않던 끈적한 공기가 나름 쾌청해지고 적당히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와 대비되게 그 때 내 마음은 그리도 축축했었다. 분명 같은 길에 서있다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았던 장마가 한순간에 그쳐버리고 가을이 온 것 처럼 너 또한 그렇게 그쳐버렸나 보다. 너는 가을의 온도처럼 미지근했다. 이젠 네 귀에 들어가지 않는 줄이어폰을, 그게 네가 내게 그은 선이기도 했다는 걸 그때 나는 왜 몰랐을까. 너도 보았을까. 내가 네 눈에서 보았던 것을. 우리는 항상 이렇게나 엇갈렸다. 마지막까지도. 우리 이야기에 끝자락에 매달리던 쯤, 결말을 끊어내듯 나는 이사를 갔고, 그 이후로 난 널 볼 수 없었다.
1.서울 외곽 한 대학병원의7층 복도 맨 끝 4인실에는형광 어항의 산소호흡기에알록달록 전선으로숨을 매단 환자가 있다크리스마스 전구처럼링거며 호흡기가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밀랍처럼 식어눈만 간신히 말똥거리던 그에게사치스러워 보일 정도이다얇은 철심을기둥처럼 박은 듯목의 힘줄은 홀로 꼿꼿하다나는 방진용 마스크를 쓰고병실에 들어간다그가 기침을 할 때마다온몸에서 분필 가루를 날리기 때문이다빛바랜 초록은 창가 다육에게서 빌려왔고노랑은 의사가 늘 들고 다니던 볼펜에서주황은 투정 부리다 남긴 반찬에서하나 하나 훔쳐 왔다그의 생선같은 몸아리에눅눅하게 늘러붙은 가루를떼는 것은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감옥 물고기들의 숨을 빼앗으며나날이 연명해가는걸쭉한 담배 연기같은 삶그를 위해매일 한 번씩 물을 갈아주고밥을 떠다 먹이는 것도여간 지독한 일이 아니다2.나는 물고기를 씹어 먹었다해초도 자갈도덧니처럼 쪼개진 자갈은미역과 혀를 구분하지 않고헤프게 찢었다비린 맛이 났다말을 하지 못해 썩어버린 이빨에물고기 뼈가 걸렸다그는 웅얼웅얼 숨을 쉬었다눈은 살아 있어요하고 깜빡였다햇살이 들어오자나는 어항을창밖으로 던져 버렸다그의 목에 박힌 힘줄이 파닥거렸다숨을 쉴 때마다얼굴이 패트병처럼 구겨졌다페트병보다도 죽은 소리를 내며이제 다 끝났어요전기 뱀장어나는 전선을바닥에 웅크린 물웅덩이에 꽂았다팔은 용수철 장난감처럼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았다나는 내 팔을 부여잡으며그의 손을 잡았다이제 다 끝났어요괜찮아햇살이 그의 눈을 감겼다그의 반짝이는 실핏줄을나는 침을 발라 잘 묶어주었다다시는 눈을 뜰 일이 없도록3.그는 술을 좋아했다술을 먹고 춤을 췄다전구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경찰이 테이저건을 쐈다진짜 총이 아님에 우선 안심했지만그가 평생 몸을 떨고 살 줄은몰랐지 나도상상도 못했지그는 말을 못했다어느날 혀를 잃었다대신 입술을 떨었고가끔 전기를 일으켰다사람들은 그를나병 환자처럼 피했다전기도 옮는지는 모르겠지만나병은 옮지 않는다는 것만은 안다침팬지 손처럼주글한 노인의 손철창을 금방이라도뜯어버릴 손혀는 벨트처럼 팽팽해졌다가곧 버클을 푼 듯고꾸라졌다그는 앙상히 남은 이빨로혀를 힘껏 깨물었다오래된 성문이 열리듯포획된 입은여실히 벌어졌고경찰들은 때묻은 손으로혀를 제자리로 넣어주었다고래처럼 거대했던 그가걸어다닐 때마다지느러미가 창을 부수고꼬리가 책장을 무너뜨릴 듯이괄괄했던 그가물에 잠기는 운명을 받아들이는휴지처럼 무력해질 줄은 몰랐다헐벗은 마네킹처럼 나자빠져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힌 그는전구가 꺼지듯마지막 숨을 헐떡였고코에서는 피가 흘렀다이를 하도 악물어서일까하얀 분필 가루가거칠게 나뒹굴었다그의 눈이 미웠다4.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발이 물에 녹아내리는 듯 했다난 사실 소금이 아닐까소금도 물에 녹을 때아픈 줄 알았더라면전기뱀장어도 전기를 만들 때몸이 떨어져 나가는 줄알았더라면난 바다에서 온햇발에 쪄익은 소금이고그는 저 멀리 아마존 강에서온몸 비틀어 헤엄쳤던전기 뱀장어일지도 모른다그는 이미자신이 한 나체의 인간이었다는사실도 망각한 채몸을 중력에 맡기고 있었다나는 누런 테두리로 그린윤곽선을 지우고 싶었다그가 무려 강제
태양 뜨거운 날눈을 감고 바다에 있다 보면구멍 뚫린 현무암이 되었다면저 멀리 바다는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바다가 다가오는 소리는 커지고 커진다바다 주변에는 기다란 눈빛이 드러눕고기다린다, 기다린다...지긋하게 기다리다시선을 거두고 기다리면귀에 앉은 환영에 눈을 뜬다첫 눈발이 날리는 모습에봉숭아 물든 손가락을 보고서풋사랑이구나이루어지는 사랑은하얀 눈과 푸른 하늘을 안고서몸은 젖어간다아직 심장이 뛰는손가락을 보며첫사랑을 보며
문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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